혜정이는 집안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그녀의 방 안에는 손재주가 좋은 아이가 만든 여러가지 아지가지하고 예쁜 물건들이 한가득이다.

나는 아직 많은 걸 배우는 중이라 혜정이가 건네는 물건들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

그러면 아이는 꺄르륵 웃으면서 팔찌라는 것을 내 수족에 걸어준다.

같이 웃는 표정을 지으면 웃음소리가 커진다.

내가 기억하는 그동안의 길고 커지는 목소리는 이것보다 더 귀고리관이 떨리고 두뇌에 통증을 일으켰는데.

오늘은 혜정이가 가장 좋아하는 전어구이를 저녁으로 구웠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다 알게된다. 당연하다, 나는 그들의 엄마니깐. 그리고 그들은 나의 아이여야 하니깐.

그 이외의 거짓은 용납할 수 없다.

혜정이가 뒤에서 부른다. 뒤에서 몸통을 끌어안고 지글지글 지져지는 생선 피부를 보고 감탄사를 표현한다.

엄마로서 아이와의 모든 상호작용을 알고있지만 이렇게 가까운 것은 처음이다.

저녁밥을 같이 먹는다.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아직 정보가 부족해 간단한 질문밖에 못한다.

혜정이는 열심히 입을 움직이며 수다를 떤다. 방에만 있었을텐데도 아이는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지막 쌀알을 구강에 퍼넣는데, 갑자기 혜정이의 말소리가 끊긴다.

혜정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동안 행복하게 웃기만 했던 아이가 울고있다. 내 몸통을 의자에서 벗어났고 두 수족은 아이의 어깨를 잡는다.

혜정이가 운다. 오랫동안 운다. 나는 공포스러워하는 인간들은 봤지만 슬퍼하는 아이는 마주한 적이 없다.

한참을 울던 혜정이가 간신히 숨을 규칙적으로 고르고 양 손가락을 얼굴의 액체들을 쓸어내리며 말한다.

"그래도 이제 엄마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

호르몬과 전기신호로 움직이는 내 새로운 뇌는 아이의 말에 대해 더이상 의심하지 말도록 명령하고 있다.

전에는 무슨 소리를 들으면 바로 인간을 찾아낼 수 있었더라?

혜정이가 화장실로 들어간다. 눈물이 따갑다고 한다.

이제 곧 잘 시간이니, 피로감을 경험하고 있는 혜정이를 위해 침구를 정리해주기로 한다.

혜정이의 방에 들어가본다.

책상 위에는 알록달록한 실들과 천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다.

이제 더이상 어린 애도 아닌데 언제까지 방을 어지럽히며 놀려는 걸까.

특히나 저 쓰레기통은 언제 비울란지, 찢겨발겨진 종이가 왕창 쌓여있다.

그래도 엄마이기에 아이의 방을 치워주는 것도 즐거움이다.

물론 나중에 엄청 혼낼 것이다.

쓰레기통을 들어왔다. 작은 종이 조각들이 나풀나풀 떨어진다. 나풀나풀 떨어져

쓰레기통 아래 깔려있던 얼룩진 종이에 얹혀졌다.

천천히 척추를 구부려 종이를 집어본다.

종이를 읽어본다.

종이를 찢었다.

종이가 다시 생겼다.

종이를 찢었다.

종이가 다시 생겼다.

종이를 찢었다.

종이가 다시 생겼다.

"엄마"

몸통이 위로 빠르게 올라오면서 진동했다. 놀라움이라는 감정은 처음이다.

혜정이가 열러진 방문 넘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 손에 인간처럼 찢겨진 종이를 바라본다. 없애도 없애도 계속해서 나를 속이러 돌아오는 인간처럼 다시 생겨난 종이를 바라본다.

"나 오늘 엄마 방에서 같이 자도 돼?"

혜정이는 한번도 들어와본 적 없는 엄마의 방에 온다.

아이는 한번도 누워본적 없는 침대 위에서 내 몸통을 안았다.

혜정이의 엄마는 같이 잠을 잘 때 두 팔로 딸을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나 또한 지금 혜정이의 몸을 안고 등을 쓰다듬어 주면 그녀는 나를 떠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녀를 안음으로서 따스함을 피부를 통해 감지할 수 있다면 그녀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내 딸이 품에서 색색거리며 자고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그녀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딸을 안을때마다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슬픔을 느낄 수 있다면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너는 나를 떠나지 않는구나.

나는 널 죽일 수 없구나.




'리마 증후군'
인질범이 자신의 인질에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폭력성이 저하되는 이상현상을 뜻하는 심리현상.




"선배님, 이 현상 진짜 혜정 양 구조는 포깁니까? 진짜 이제 수칙서 혜정이 방에 전이 중단해요?"

"어쩌냐, 본인이 죽어도 싫다는 걸."

"뭐 이대로라면 괴이도 만족할테니 더이상 희생자는 안 나오겠네요... 그래도 서글픕니다 꽤. 슬퍼요."

"감수성 깊은 새끼. 이것때문에 우리 수칙 바꿔야 할 게 또 생겼어."

"아 또 뭡니까?"

"여기 있는대로 혜정이 엄마라는 개체가 폭력성이 극히 낮아졌긴 한데, 그래도 어떤 놈들은 이와중에도 사지가 뜯겨서 돌아온단다."

"아니 시발 어떻게요?"

"일주일 전에 한 놈이 이 현상에 들어왔는데, 혜정이 보고 미쳤다 말하며 손찌검하다 찢겨죽었단다."

"...그냥 죽여달라는 거 같은데 그것도 수칙 만들어야 해요?"

"그래도 혜정이의 심신 평화는 지켜줘야지."

"그건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