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지?

감각 중의 대부분을 시각에 의지하는데

정작 그 시각도 제대로 완벽하게 기능하는 건 아니라니.

흔히 말하는 귀신, ufo 목격담 같은게 그 예시지.

실루엣으로 어떤 물체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도

머릿속에선 그 정체를 멋대로 상상해서 단정지어 버리는 거야.

찬찬히 들여다보면, 전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사소한 것들인데.

어두운 곳에서 본 버려진 옷걸이를 착각했다든지

날아가는 비닐봉지를 보고 ufo니 뭐니 떠들어 댄다든지.

한마디로 인지 편향인거지.

일단 그렇다고 한번 생각해버리면 정말인 것처럼 믿어버리는 거야.

심약한 인간들이나 그런 거에 휩쓸린다고.

그러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한밤중의 숲속에서 뭘 얼마나 정확히 볼 수 있겠어?


방금 지나친 건 안광이 아니라, 이슬이 달빛에 비친 거야.

여기에 사람이 어디 있어? 특이하게 생긴 나무였을 거야.

머리카락이 길었지...아니, 길게 자란 풀은 이런 숲에 쌔고 쌨잖아?

실루엣이 조금씩 많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괜찮다.

공포심이 현실에 덧씌운 환상들이다.

제대로 보지도 못했잖아.

자세히 볼 필요 없어.

작은 풀더미거나, 나무거나, 바위 같은 거라고.

여긴 아무도 없다.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야.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제발 신경쓰지 마.

여길 빠져나올 때까지.


그냥 가.

그냥 지나쳐.

그냥 앞으로 나아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