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덜컹-

아아, 오늘도 글렀다.


오늘...아니 어제 낮에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더라니...

침대 옆 큰 창 너머로 베란다가 있는 탓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마치 화장실이 급한 사람처럼 짜증이 날 정도로 두드려 댄다.


바람이 얼마나 부는 건지...

베란다에 걸어둔 빨래들이 좌우로 흔들 흔들 춤을 추는 모습도 커튼 틈 사이로 보인다.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셔츠와 바지가 사이 좋게 흔들거리는 게 너무나도 잘 느껴진다.



이 사단으로 인해 눈을 뜬 나는 결국 잠을 포기하고 핸드폰을 켰다.

으...재수 없게 시간은 또 4시 44분이다.




'하늘소 하늘소 여기는 두더지 셋 두더지 셋... 우리는 살아있다 제발 우리를 버리지 마라'


역시 공포물은 고전이 최고지...

겁이 많은 탓에 20분 남짓한 결말 리뷰만 본 뒤, 만족감에 기지개를 켰다.

그러다 침대 선반에 손을 부딪치는 바람에 몸을 일으켜 끙끙거렸다.


손의 고통이 가실 때 즈음, 좁은 방이 한 눈에 들어왔다.

어제 낮에 장롱을 열어 놓은 것이 그대로였다.

장롱 문을 열어두면 저승의 존재들이 넘어온다는 괴담을 들으니 찜찜했지만,

공포 영화조차 제대로 못 보고 결말 리뷰만 보는 내게는 일어나 장롱 문을 닫을 용기가 없었다.

이제 보니 화장실 문도 열려 있군...


찜찜한 기분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지만 이미 한 번 불을 지핀 공포 여행을 끝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밝은 노래를 틀어 놓고 괴담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핸드폰을 보다가 웹사이트 한 켠에 무신사가 광고로 떴다.


아...슬슬 겨울 옷도 사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내 뇌를 스칠 때 즈음에 오늘 빨래를 돌려놓고 널어 놓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제때 널지 않으면 냄새가 날 텐데...하는 현실적인 걱정스러움이 공포감을 싹 몰아냈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본가에서 옷을 조금만 챙겼기 때문에 당장 내일 입을 옷도 없는 것이 문제였다.

이러다 어제 낮처럼 장롱을 열어둔 채, 눈길도 안 줬던 옷들을 입어야 할 판이었다.



덜컹- 덜컹-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적막이 깨지는 순간, 더 큰 문제가 방금 떠올랐다.

지금 베란다에 널어둔 빨래가 하나도 없을 텐데...

아까 커튼 틈 사이 창문 너머로 좌우로 흔들거리던 형체들은 뭐였을까?

선뜻 다시 베란다를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살짝 돌려서 곁눈질로 살짝 옆을 보자, 커튼 틈 사이 창문 너머로 무언가 시선이 느껴진다.



덜컹- 덜컹- 덜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