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파 동지들과 연락이 닿아서 민주노총 12층에서 기록 영화 <워메리카의 운명 2>를 보았다. 미국 패권주의의 현주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영화로, 볼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 미국의 정치와 역사, 사회 등에 많은 관심이 있다. 그렇기에 내용이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었으나 그동안 추상적으로 생각하던 것들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또 미국을 잘 모르는 동지들이 보면 교육적으로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브레턴우즈 체제로 달러를 전세계의 기축 통화로 만들었다. 로마 제국이 도로로 유럽을 지배했다면 미국은 달러로 세계를 지배하게 된 셈이다. 닉슨 쇼크로 달러 패권이 약화되었음에도 여전히 세계 통화 거래량에서 달러화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며 세계 기축통화로서 기능을 강력히 하고 있다. 그렇기에 미국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미사일도 전차도 아닌 달러이다. 특정 국가를 집어서 달러를 쓰지 못하게 한다면 사실상 세계 경제에서 배제시키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달러를 한 손에, 무기를 다른 손에 들고 전세계를 상대로 주인 노릇을 해왔다. 워싱턴이 이런 방식으로 하니 다른 국가도 그에 따라야한다는 생각을 전세계에 강요하고 이에 따르지 않는 국가들을 제재를 통해 압박했다. 대표적 사례로 리비아가 있었다. 리비아는 식민주의에 예속된 아프리카를 통합시켜 아프리카를 새로운 축으로 국제 사회에 대두시키고자 했다. 분노한 미국은 제재를 통해 리비아를 압박했고, 결국 카다피는 핵무기를 포기하며 제재에 무릎을 꿇었다. 저항 능력을 거세당한 리비아는 미국에 의해 침공당했고 카다피는 살해당했다. 한때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강하고 자주적이었던 리비아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가장 빈곤하고 혼란한 국가로 전락했다.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들을 제재했다. 베네수엘라, 조선, 러시아, 중국 등이 그 예시다. 사실 이제는 제재당하는 국가들이 너무 많아서 무려 50여개국이 미국의 제재를 당하고 있다. UN 가입국가가 193개국이므로 세계 국가 네곳 중 하나가 미국에 의해 제재를 당하는 것이다. 미국은 제재에 중독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제재를 쓰면 쓸수록 미국은 스스로를 포박하고 있다. 한 두개의 국가를 상대로 제재를 했다면 효과적이었겠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인 러시아, 중국 등을 제재하면서 오히려 스스로의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달러에 의존했으나 미국의 제재로 달러를 쓸 수 없게 되자, 도리어 경제적 자립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은 3.2%를 기록해 유럽, 미국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실적을 냈다.


러시아 뿐 아니라 미국의 "제재"에 대항하는 반달러 동맹이 결성되고자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란은 석유 대금을 위안화로 지불하며 달러에 의해 얽메였던 자국의 자원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북조선 역시 러시아와 교역 루트를 뚫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은 BRICS로 결실을 맺고 있다. 러시아, 중국, 인도, 남아공 등 미국에 의해 불량국가로 규정된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동맹을 맺어 미국을 포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반미, 반달러, 반제재 동맹은 미국의 통치를 중국의 통치로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나라의 화폐도 무기화될 수 없도록, 패권이 없는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다극화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의 일대일로가 착취적인 자본주의라고 비난하지만, 최소한 중국은 자국의 위안화 패권을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 사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일대일로에 동참하는 것은 미국이 강요하는 지나친 달러 패권의 위협 때문이다.


나아가, 달러를 손에 쥐고 세계적으로 패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미국의 행보에 전세계적인 반작용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러 제재에 가장 강력하게 동참한 독일 등의 국가는 오히려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 러시아에 의존하던 지하 자원을 쓰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UN의 수치에 의하면 조선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연간 12% 정도의 높은 경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제재는 점점 쓸모 없어지고 있으며, 미 패권도 약화되고 있다. 어설프게 철지난 제국주의를 휘두르는 미국의 행동은 동맹국에게 해를, 적대국에게 이득을 안기고 있다. 바이든과 해리스의 실패는 전통적 미 제국주의가 미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함을 보여준다.


미제국주의의 팽창과 상반되게, 미국 내부는 날이 갈수록 썩어들어가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투쟁에 지지를 보태는 20대의 의견은 늘어나는 추세다. 또 제국주의적 전쟁에 집중한 결과 미국의 부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다 노숙자(홈리스) 문제, 치안 악화, 교육 붕괴 등의 문제도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는 미국의 인민과 노동계급에게도 해를 끼친다.


끝으로 제국주의는 인간의 본성이라 볼 수 있는 자주성을 해치는 사상이다. 아히야 신와르의 사망을 영상으로 보지는 않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신와르가 추레한 테러리스트로 죽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왜 영상 속에는 결연한 표정으로 막대기를 들고 싸우려는 한 인간의 존엄한 끝이 담겨있는가? 인간 대 제국주의의 싸움이다. 인간은 역사적 싸움에서 언제나 승리해왔으며 이번의 싸움에서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