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gall.dcinside.com/navy/178737
[이는 픽션이며 대한민국 해군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출항~출항~"
현측에 붙은 YTL들이 떨어져 나가고
곧 출항요원 배치가 해제된다.
A하사의 표정은 멍하다. 주변에 있던 하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함미에 담배를 피러 간다.
그는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흡연자들과 함미에서 노가리를 까고는 했는데,
그날은 그렇지 못했다.
동기인 B하사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A야 같이 안가냐?"
그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침실로 내려갔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라 생각했지만, B하사는 갑자기 출동 나와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해군을 나와서 배를 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기함 짬을 쳐 맞고 나가는 좆같은 느낌이란 당최 형용할 수가 없다.
태세도 넉넉하게 잡혔는데 출동명령이 떨어지면 그것만큼 좆같은 일이 없다.
모든 약속은 취소되고, 외출도 복귀해야 하고, 짬찌들은 휴가를 조기 복귀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B하사도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은 낮이었기 때문에 일과를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함장의 배려로 그날은 당직인원을 제외하고는 편하게 쉬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대부분 사람들은 당연히 침실 전체에 불을 끄고 침실 커튼을 치고 잠이 들었고,
침실 안에는 안전당직이 오가는 소리,
그리고 수면 하 침실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격벽에 파도가 스치는 스산한 소리만이 있었을 뿐이다.
A하사는 오히려 일과가 진행되기를 바랐다. 너무 복잡해진 머리가 자신의 목을 더욱 조여 왔기 때문이다.
침실로 내려간 A하사는 자신의 당직이 오기 전까지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오만 가지 생각을 하느라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차라리 지금 육상이었다면, 한 번 더 여자 쪽 부모를 찾아가서 설득할 수도 있었을텐데, 여자친구랑 도망칠까? 그래도 걔는 날 사랑하잖아. 나중에 수사를 받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그래도 우린 합의에 의한 관계인데? 당연히 무죄 아닐까? 미성년자는 그런 게 또 이야기가 다른가? 혹시 할 때 "오빠 싫어" 했던 말이 이제 문제가 되는 건 아닐까? 아니야 그래도 지난 번 군적 때 자기 발로 찾아왔잖아. 내가 사준 것도 많고, 누가 봐도 우린 연인인데 이건 아니잖아? 내가 알고 그런 것도 아닌데, 괜찮을 거야. 근데 그 부모는 나에게 왜 그러는 거지? 내가 자기들 딸에게 해코지를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걸까. 왜 4천만원을 달라고 하는 걸까. 2주 안에 그 돈을 구할 수 있을까? 하사들한테 손을 벌려야 하나? 아니야. 그렇게는 할 수 없어. 일단 적금을 깨면 천 만원 정도는 나오고 항해수당으로 생활한다고 치고 당직도 내가 다 선다고 해도 백이 안 되는데. 아 어떡하지? 집에 이야기를 해야 하나? 그것도 안 될 거 같은데. 사채? 아. 이번에 정박하면 공제회에 대출 더 땡길 수 있는거 한 번 알아봐야겠다. 그러고 나면 결혼비용은 어떡하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아이를 뱄는데 결혼 시켜주지 않을까? 끝까지 용서를 구하면 어떻게 가능하지 않을까?"
그의 머리 속은 마치 정신병 환자의 스케치북처럼 마구 뒤집어져 있었다.
한 두 시간 쯤 지났나, 초당이 미드인 A하사를 깨우기 위해 왔다.
하사는 원래 미리 점심을 먹고 올라가야 했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고, 조용히 당직을 올라 갔다.
수병들이 옆에서 시시콜콜한 농담을 쳐도 당최 받아줄 수가 없었다. 머리 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그러는 와중에 한 수병이
"하사임 오늘 좀 이상합니다 바람 좀 쐬고 오십쇼"
원래 당직 중에 당직개소 이탈은 불가능하지만, 모두가 당직에 붙어 있는데 그게 무슨 문제겠나.
담배 정도는 허용하는 것이 관례였기에 비흡연자들은 잠시 함미에 바람을 쐬러 가는 것 정도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A하사는 그렇게 바다가 보이는 함미로 나갔다.
그 날 따라 바다는 고요했고, 배가 고속항해를 하고 있음에도 전혀 흔들림이 심하지 않았다.
싱그러운 햇살에 바다는 그야 말로 은빛 물결을 자랑하고 있었고
그의 복잡함은 마치 이 바다가 모두 받아줄 것만 같았다.
항해중에 현 측의 라이프라인 쪽에 별 의미 없이 기대고 있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되지만,
그는 좀 더 바다를 보고 싶어 라이프라인에 다가갔다.
바다의 그 깊고 그윽한 색이 마치 자신을 빨아들일 것처럼 찰랑거리고 있었고
스크류가 뿜어내는 하얀 거품들은 자신의 고통을 모두 지워줄 것처럼 북적였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가 바다로 고개를 빼꼼하려는 찰나
함미에 기관장이 나왔다. 그 소리에 놀라 기관장에게 경례를 한다.
기관장은 "어 뭐해 자살하려고? 나 전출가고 해~"
하사는 뜨끔한 마음에 "아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잠시 바람쐬러 나왔습니다 "라고 얼버무렸다.
마음 속에 자살을 하려는 마음이 잠시 들었던 하사는 그 마음을 일단 부여잡고 다시 당직으로 돌아갔다.
당직이 끝나고, 저녁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이내 바다를 본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면 기관장이 무심코 뱉은 말에서 위안을 얻은 것인지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린 그는 밥을 먹고 잠시 수병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함내 전화부스로 향했다.
배에는 소위 육상과 소통하는 수단이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함내 요원들의 복지를 위해 개설 해놓은 전화가 있다.
어떤 체계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아무튼 그런 것이 있다.
수병들은 여자친구와 끔찍한 사이가 아니라면 피곤해서 잘 사용하지 않았고,
주로 사용하는 것은 중사, 상사들이었다.
그러다보니 하사들은 사실상 정해진 시간에, 그것도 순번을 기다려서 사용할 수 있었다.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 되기에 부스로 발길을 재촉했다.
여전히 찝찝하고 복잡한 기분을 여자친구랑 통화라도 해야 조금 풀어질 것 같았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계속 결혼을 설득하든지, 여건이 되면 여자 쪽 부모님을 더 설득해 볼 참이었다.
자녀가 셋인 전탐장이 와이프, 첫째 딸, 둘째 딸, 셋째 아들까지 모두 전화를 하느라 10여분을 소비했고,
이미 하사들이 써야 할 시간이 왔음에도, 최근에 잘되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음탐 선임하사가 자신의 그녀와 통화를 한다고 마찬가지로 10분을 소비했다.
그리고 그의 차례가 왔다. 시간이 많지 않았으나
그는 그래도 하사들 가운데서는 중간 정도의 짬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다행히 시간을 좀 넉넉히 사용할 수 있었다.
"삑-삑-띠리리리..."
연결음이 길어지지 않았고, 여자는 전화를 받았다.
하사는 "몸은 어때? 괜찮아? 이번에 나가면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조만간 들어가니까 기다려"
여자는 대꾸하지 않았다.
때로는 이 전화라는 것이 제대로 안 될 때가 있다.
딜레이도 있고, 상황에 따라 끊기는 때가 있어서
하사는 여자가 잘 못 들었나 혹은 통신이 안 좋은가 하고 잠시 기다렸다.
그런데도 이어지는 침묵.
이상한 느낌에 하사는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윽고 나지막히 한 마디가 전해진다.
"오빠"
"응 말해 이번주면 좋겠는데 아마 다음주? 레스토랑 봐 놓은 곳 있어.
거기 가자! 너희 부모님은 내가 좀 더 이야기해볼게"
"미안해"
"아니 왜 너 잘못 없어, 내가 잘 할게. 앞으로 잘 될거야.
너희 부모님도 다 너 걱정하시고 마음이 아프셔서 나한테 모질게 하시는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맛있는거 먹고 힘내자 ㅎㅎ"
그리고 잠시 또 이어지는 침묵.
그 끝을 깨는 여자의 한 마디.
"사실 나 오늘 낙태하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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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좋으면 계속 씀
빨리 다음편
졸라 재밌다 빨리
현생 때문에 오늘 밤이나 새벽에 올릴게 미안
길어서 넘기려고했지만 낙태에서 나의 손가락은 다시 화면을 올리고있었다. - dc App
???어어 이게 뭐노
게이야 1달가까이 기다리고 있다..
언제 올리노 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