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보급이 뭔 개소리인가 싶겠지만 당시 연평도 수질검사 불합격 나오고 정수기 물 금지되어서 함대에서 페트병 물 보급 받아서 마셨음. 나중에 금지가 풀렸지만 부대원들은 아무도 그 말을 신뢰하지 않았음. 애초에 정수기 물은 특유의 미끌함이 느껴지고 바닷물의 짠맛이 났음. 하지만 이런 정수기 물도 겨울의 단수 시즌이 오니 모두들 그 소중함을 느꼈고 그리워 했음. 하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었고... 단수에 대하여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더 설명하겠음
생존에 필수적인 깨끗하고 음용이 가능한 물, 결국에는 함대에서 들어오는 보급 물은 우리 사이에서 일종의 재산이 되었고, 곧 힘 없는 막내들의 물은 공용재산으로 털려나가기 시작했음. 모두들 비밀번호가 달린 잠금기능이 있는 신형 체스터를 보급 받아 문을 걸어 잠궜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음. 이 잉여인간 씹새끼들은 남들이 당직에 들어가 자리를 비우면 자신의 소중한 취침시간까지 할애하면서 어떻게든 체스터 비밀번호를 조합해서 털었음. 그래도 초창기에는 서로간의 눈치를 보면서 했던 이 도둑질이, 나중에는 별 수 없다는 풍조가 자리 잡으며 사태 초기에는 '아 시발 비밀번호 어제 바꿨는데 또 털었네 씨발이', 중반에는 '이 새끼가 지난번에 먼저 내꺼 털었어', 후반에는 '근데 진짜 어떻게 터는거냐 씨발아' 라는 진행과정을 거치며 우리들 사이에서 별 문제가 아닌 일상이 되었음.
이 무질서한 혼돈 속에서도 우리들은 일종의 '룰'을 세웠는데, 그것 중 하나는 휴가자의 체스터는 루팅해도 합법이라는 것이었음. 섬 특성상 휴가를 나가면 15일 가량 만박을 나가는게 대부분이었음. 섬은 항상 인력부족에 시달렸고, 특히나 코로나 이후로는 매일 오전 6시간 오후 6시간씩 하루 총 12시간 근무하는 2직 근무가 몇달간 지속되었고 피로가 극에 달한 우리의 정신력은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음. 사람 한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휴가자는 우리가 3직을 못 도는 이유이기에 적이었음. 하지만 자신들도 이 새끼들이 먼저 나갔다 와야 내 차례도 온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 그래서 꽤심한 휴가자들의 체스터는 털어도 합법이라는 공용 체스터 룰이 생겨났고, 이는 휴가자들도 묵인하고 넘어갔음. 나중에는 휴가자의 체스터가 쓰레기통이 되는 경우까지 심심치 않게 발생하였음. 허나 휴가자가 돌아와서 그 광경을 보고 누가 이랬냐고 따져 물어도 누군지 알 겨를이 없었음. 모두들 자기는 모른다, 안했다고 대답했고 결국 주인이 치우게 되었음.
체스터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이즘에서 줄이고, 다시 물에 대하여 얘기하겠음.
흉흉해진 상황에서 물을 지켜내지 못한 몇몇은 빈 보급 페트 병에 정수기물, 또는 심지어 수돗물을 채워넣고 태연히 체스터에 집어 넣어 모른 척을 했음. 일부는 진짜 보급 물을 가짜 병 사이에 숨겨 본인만 알 수 있게 위장을 하였는데, 연평도의 물 소믈리에들에게는 역부족이었음. 그들은 취침시간을 할애하여 진짜 물을 찾아냈고, 그 물은 결국 순식간에 비어나갔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은 가면갈수록 부족해졌고, 결국 간이 PX에서는 생수를 떼오게 되었고, PX의 인기품목은 '생수'가 되었음. 물론 생수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은 공공재가 될 것이라는 각오를 필요로 하는 대담한 행위였기에, 보통 한번에 한병씩만 구매하는것이 대부분이었음. 물이 곧 돈이 되는, 즉 물의 재화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