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군대는 그야말로 '군대'였다.
선후임 간의 뚜렷한 위계질서 속에서 감도는 긴장감,
인간답지 않은 행동을 보이면 가차없이 물리적 제재가 가해지는 엄격함,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통제되고
전화 한통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외부와 단절된 곳,
그곳이 바로 군대였다.
이런 환경에서 2년을 버텨낸 자들은
인내심, 체력, 사회성 등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인성을 길러 나올 수 있었다.
즉, 군대가면 사람이 될 수 있었고,
군대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군대는 군대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선임이 후임 눈치를 보질 않나,
휴대폰만 들여다보느라 같은 내무반의 선임 이름조차 까먹질 않나,
식사 사진을 몰래 찍어 인터넷에 반찬 투정이나 하질 않나
완전히 개막장이 돼버렸다.
이런 '군대'에서는 인성을 기를 수가 없다.
즉, 군대를 갔다와도 입대 전과 달라지는 게 없어
군대가 그저 인생을 낭비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군대가 군대다워야 군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중한 20대를 보내는 청년들에게
군대가 결코 시간낭비가 아닌 인생의 전환점이 되도록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병사 월급을 200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이 이슈가 되고 있다.
나는 이 공약에 반대한다.
병사 월급은 군생활에 필요한 걸 사게 하는 용돈 성격에 불과할뿐
군복무에 따른 대가가 아니다.
병사들은 일국의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군대에 간 것이다.
즉 군복무에 따른 대가는 국민으로서 누리는 권리로 충분한 것이다.
병사 월급을 200으로 올리게 되면
병사들은 자신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군대에 온 것이 아니라
부당하게 군대에 끌려왔다거나,
자신을 군인이 아닌 노동자로 자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군인이 군인답게, 군대가 군대답게 유지되도록 통제되는 모든 것에 불만을 표출할 것이고,
따라서 군기가 붕괴될 것임이 자명하다.
이는 군대를 시간 낭비하는 곳으로 전락시켜 궁극적으로 청년들에게 해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