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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섬은
부조리도 없고
몇몇 선임들 제외하면 착한 편이라
시설 낙후된 점이랑
복지시설이 전무하다는거만 빼면
섬 중에서는 나름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일도 간단하다.
배들 기름좀 주고
일주일에 당직 몇 번 들어가는 정도.

근데
요새 드는 생각이
배를 타고 싶다.
배가 씨발 존나게 타고싶다.

배를 타자고 마음먹었고
해군에 지원했다.
나도 몰랐다.
신교대에서 1지망 갑판이 튕길 줄은.

큰 배라도 보면서
대리만족하자고
ㅈㅈㅅ 썼다가 섬으로 튕겼다.

인생 뜻대로 되는게 없더라.

하루하루가 너무 지옥같았다.
직별이 변경됐으면 직별이 변경됐으면하고
빌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냥 이 직별 자체가 너무 싫었다.

훈련소때.
진기사 오후 행군때 봤던 그 풍경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어두운 군항에서
가장 밝은 빛을 뿜는 거대한 배들.
갑판에서 서둘러 당직일지 정리하는 수병
예인색 사리는 간부와 수병들
유류호스 당기는 수병들과 간부들

모두가 지쳤지만
이상하게 모두가 웃고 있는
그 모습은 어떤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을거라는 믿음을 주었다.

갑판 위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떠오르는 해를 보며,

수십명이 모여서 다같이 으쌰으쌰 하는 경험은

앞으로 내 군생활에 있어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일 것이다.

군생활에 보람이 없다.
살아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다.

함정근무가 고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있지만
아직도 미련을 못버려
이렇게 푸념이라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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