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대의 두발 규정은 단정함이나 위생을 위한 규율이 아니다 그것은 병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권력의 장치다 같은 군복을 입고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간부는 가르마를 타고 머리를 손질할 수 있지만 병사는 입영과 동시에 스포츠형을 강제당한다 이 차이는 기능의 차이가 아니라 신분의 차이다


군은 두발 규정의 이유로 위생 안전 군기를 말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병사에게만 적용되는 순간 스스로 무너진다 같은 전장에서 싸우는 간부의 머리는 안전하고 병사의 머리 만 위험하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전투 상황에서 두부 상처를 빠르게 확인하고 지혈하기 위함이라는 설명 역시 마찬가지다 병사가 그 정도로 다칠 상황이라면 이미 머리카락 몇 센티미터가 생사를 가를 국면은 지났다 그 논리 대로라면 간부는 맞아도 덜 다치기라도 하는 것인가


이 규정의 본질은 전역을 앞둔 병사에게서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전역 한 달도 남지 않은 병사에게 머리를 다시 밀게 하고 그 상태로 마지막 휴가를 보내게 하는 관행은 군사적 필요로는 설명할 수 없다 더 이상 훈련도 작전도 전투 투입도 없는 병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대비가 아니라 굴욕 의 유지다 끝까지 통제권을 놓지 않겠다는 집착이다


머리카락은 전투력을 결정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 하기 쉽고 그래서 병사에게만 과도하게 제한된다 군대는 병사를 전투 요원이 아니라 관리 대상 규율의 객체로 다뤄 왔다 이는 군기를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복종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규율이 목적을 잃고 권위를 유지 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순간 그것은 이미 군기를 해친다



강한 군대는 불필요한 통제로 유지되지 않는다 떠나는 병 사에게조차 최소한의 존중을 허락하지 않는 조직은 전문성을 말할 자격이 없다 전역 직전까지 머리를 쥐려 드는 군대 는 전투 준비가 철저한 군대가 아니라 통제에 중독된 조직 일 뿐이다



군기가 무너지는 이유는 머리가 길어서가 아니다 존엄이 필요 없는 것으로 취급될 때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