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4기. 나의 기수다. 해군에 입대를 하려 병무청에서 지원서를 쓸 때 처음 봤던 나의 기수다.


 입대 1주 전에 머리를 밀고 친구들과 술을 나발로 불어마시며 사회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려 웃다가

진해로 가는 기차, 버스 안에서 마음으로 눈물을 쏟아내고

교육사로 들어가 입소식 전에 엄마 아빠를 끌어안고 한 번 더 울었다.


 입소식을 진행 한 후에, 해군의 출발점을 지나고 나니 교관이 빨리빨리 뛰어 집합하라는 고함친다.

그 때 나는 실감이 난 것 같다. 이제 난 좆됐다고


 훈련소는 지금 기억 상으로는 제일 재밌었던 것 같다.

휴대폰도 없는 그곳에는 사회에서 있었던 재미난 일들, 슬픈 일들 등등 도파민이 터지는 이야깃 거리가 난무했다.

훈련은 그리 힘들진 않았지만 그저 짧은 머리와 낡고 거친 재활용피복을 입고 있다는 이 사실이 날 미치게 했다.


 여러 훈련을 마치고 퇴소식. 그 기분은 정말 행복했다.

내 인생에 이런 성취감이 또 있었을까? 하는 기분이였다.

동기들, 교관들, 부모님과 사진을 찍고 간이 흡연장에서 피던 그 담배는 슈가필터도, 캡슐도 없던 생담배지만,

그 담배보다 맛있는 담배는 못피워봤던 것 같다.


 1박2일의 수료외박을 마치고 후반기학교로 들어간다.

듣자하니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말년병장 체험기라고 해서 기대를 품고 후반기시설로 대열을 맞춰 이동한다,

그곳에도 빨간 모자가 보여 소름끼쳤지만 훈육관이라고 써있는 것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

심지어 우릴 맞이하는 눈빛과 목소리가 정말 부드러웠다,


 후반기는 별거 없었다. 기군단에서 배운 정신전력을 배우고, 내 직별에 대한 것을 배우는 3주간의 짧고 편한 기간이였다.

처음으로 동기들과 복지를 가서 먹은 치킨과 햄버거의 맛은 그냥 비싸지만 맛있는 음식이였다.


 3주의 후반기가 끝나고 나는 2함대로 배치받았다.

버스 안에서 동기들과 인스타, 틱톡을 보며 장기자랑으로 쓸 챌린지를 급하게 준비하며 기대반, 걱정반을 품고 갔다.

버스에서 내리니 선임들이 우리를 기다리는데 압박감이 꽤나 컸다.

해는 거의 저물어 날이 어두웠고 밝은 생활관 빛에 역광으로 얼굴이 안보이는 상태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우릴 내려다보는 그 모습은

내 체감상 D.I보다 무서웠다,


 선임들의 안내를 받고 생활관에 짐을 푼 뒤에 버스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까먹는다.

먹으려 할 때마다 말을 거는데 체할 뻔 한 것을 맛도 안느껴지는 음식과 함께 삼켜낸다.

선임들에게 인사를 하고 방송으로 나오는 점호 15분 전 구령에 맞춰 환복 후 생활반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는다.

"몇 살 같아 보이냐", "우리 직별을 맞춰봐라", "누가 더 잘생겼냐" 등등 모든 질문들이 나에겐 거대한 돌림판 처럼 보였다.

잘못말하면 좆된다 하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선임들의 얼굴, 머리길이, 복장상태를 보며 답을 했었다.


 별거 없던 이등병이 끝나고 일병. 정말 일만 했다.

쓰래기 치우고, 일 배우고, 후임 가르치고, 혼나고의 일상이였다.

하루 루틴이 그게 다였던 것 같다.

그러다 좀 친해진 선임들과 운동도 같이 가고, 복지도 가다가 한 두 명씩 전역하는 것을 보고

나도 언젠간 저렇게 전역하겠지 하는 상상으로 가득찼던 것 같다.


 체감상 일병과 상병은 되게 빨랐다.

일병은 나에게 할당된 일이 많아서 기상 - 일 - 점심 - 일 - 저녁 - 운동 - 청소 - 잠의 반복이였다.

상병이라고 해서 달라진 것을 없다. 그저 내게 할당된 일이 좀 줄어 담배필 시간을 내가 정하는 여유가 좀 는 것 뿐이다.


 병장이 되니, 부대 분위기가 처음 들어올 때와 많이 뒤바뀌었다.

'아래 애들을 먼저 가르쳐 사람을 만들자' 였던 분위기가 '일이병 쓸 바에, 1인분 이상 하는 상병장을 쓰자'라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좀 편해지나 했더니 개뿔.. 그래도 매우 어두웠던 앞날이 조금씩 밝아지는 기분이라 나쁘진 않았다.

아.. 시간은 뒤지게 안가더라


 그리고 지금. 난 오늘 전역식을 했다.

어제 열댓명에서 이불로 감싸져 엄청 밟히고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벗어나다 너무 아파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근데 그 마저 난 기분이 좋아 쓰러진 채로 웃어댔다.

 현문 앞에서 승조원들과 악수, 포옹을 하고 인사를 하니 들려오는 전역자 방송문.

그 방송엔 나의 군번과 계급, 이름이 담겨진, 나만을 위한 방송문이였다.


 현문에서 총원에게 경례를 씨게 박은 후 도교위로 올라가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며 바라본 함대 전반과 바다는 나에게 여운을 남겨주듯, 그동안 그 자리에서 했던 나의 모습이 겹쳐 보이며 정말 아름다워보였다.

나가기 싫었던 바다는 윤슬이 비춰지며 나의 눈을 찔러댔고, 차갑고 딱딱해보였던 도로와 장식물들은 나의 추억을 상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버스에 내려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했던 것은 눈물 흘리기였다.

정말 닭똥같이 몇 방울 흘리진 않았던 눈물이지만, 그동안 느꼈던 행복, 슬픔, 짜증 등등의 감정이 한 번에 복받쳐 올라오는,

내가 가진 단어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였다.


 그렇다고 두 번 다신 하기 싫은 복무였지만, 군생활을 하며 시간낭비, 젊음 낭비라고 생각했지만..

가져가는게 아예 없다고 하긴 힘들것 같다.

오히려 배우가는 것, 챙겨가는 것이 있던 시간이였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끝으로 이번에 전역한, 전역하는 704기 동기들아 고생많았다.

그리고 남은 수병님들

저도 전역했고 다른 사람들도 전역했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고 해낼거라 믿습니다.


여러분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바다는 안전하고, 저를 포함한 시민들이 발뻗고 잘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남은 복무 잘 마치시길 바라겠습니다.


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