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3년 2월

나는 이제 갓 훈련을 수료하고 정통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게 된 짬찌중의 좆짬찌였다.


강압적이었던 훈련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개꿀을 빨던 우리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교육사 창설 몇주년이라 해갖고 위문열차가 온다는 것이었다.


써니힐이나 더씨야같은 유명하진 않아도 나름 걸그룹 공연을 직접 본다는 데에 굉장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항간에 들려오는 소문에 그중 '비'가 들어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비가 누군가

김태희를 가진 원쑤

김태희를 가져간 원쑤

김태희를 빼앗아간 원쑤!!!


1월 기군단에 입대하기 바로 직전에 그 소식을 들은 우리로써는 비에 대한 증오심은 하늘을 찔렀다.


공연 당일날

소대장이 정통교 광장 앞에 섰다.

"공연 잘보고, 사고치지 말고.. 특히... 누구 뭐 말은 안하겠는데 괜한 야유같은거 부리지 말고"


"전자초 ㅁㅁㅁ기부터 줄줄이우로가!"


그렇게 우리는 당당한 걸음거리로 3정문 앞에 가서 버스를 타고 호국관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사람들이 거의 들어차있었고, 우리는 왼쪽 구석 빈자리에 앉아 구경을 했다.


타히티,써니힐,더씨야,오로라 등 걸그룹이 우리를 흥분시켰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공연은 따로 있었다.


이윽고 마지막 무대

사회자의 흥분된 목소리

"여러분 이분 나오면 다 쓰러집니다. 소개합니다! 월드스타!! 비!!!!!!"


무대가 어두워지고

못볼 꼴 봤다는듯 침묵하는 관객들


그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희...ㅁ태희....김태희.....김태희- 김태희! 김태희!"


증오에 가득찬 수병과 간부들 모두가 하나되어

무대 맨 앞에 앉은 DI 교육생들까지

빵모와 게리슨모, 빨간모자를 흔들며 김태희를 연호했다.


그가 내는 목소리 사이사이

가사 사이사이의 틈에 우리는 김태희를 꽂아넣었다.

만인의 연인을 다시 내놓으라는 마음을 담아서.


"나는 어떡해~(김태희!) 나는 어떡해~(김태희!)"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호국관을 가득 채운 3천명의 하얀빵모 웨이브는 내가 봤던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렇게 비는 굳은 표정으로 무대에서 물러났다.




주말에 국방티비에서 당일날 위문열차를 다시 방송해줬지만 우리가 외쳤던 김태희의 목소리는 당연히 들리지 않았다. 아예 '널 붙잡을 노래' 전체가 다 짤렸다.







그리고 그때 사회를 봤던 새끼는 상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