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함대 참수리 탔다

일은 잘 못했지만 배 계속 타다보니 요령이 슬슬 붙는 것 같아

앵카 슬슬 생각나던 어느 날이었다

백령도에서 치킨을 시켜서 먹고 있었는데 갑판사랑 선임이 나를 갈구기 시작했다

지금 막내가 당직서고 있는데 어떻게 막내 챙기자는 말 한마디도 없냐고 니가 가서 교대해주라는 것이었다

남겨놓으면 되지않나 싶었는데 대충 먹는둥마는둥하고 막내와 교대했다(한기수 차이였고 내 바로 윗기수 세 명 나 하나 막내 이렇게 끝)

당시 황천이었고 백령도 파도가 거세 배가 뜰 수 없어 하루하루 정박만 늘어갔다

아예 며칠간 노나버리니 편대장이 편대축구를 하고 치킨을 쏘는 사태가 벌어졌고 나는 당직을 서고 있었다

그때 그랬으니 막내가 교대오겠지 하며 당직을 서는데 웬걸 한시간이 지나도 올라오지 않았고 막내는 교대시간이 지나서야 슥 올라왔다

닭 좀 남았냐고 묻자 막내는 그게 뭔 소립니까? 라고 했다

내려가보니 아 야 깜빡했다 하고 다들 넘어가는 분위기였고

온 김에 이거 좀 정리하란 소리를 들었다

다 디비누워자는데 함미식당 들어가서 닭 포장박스 다 펴서 락싱하고 닭뼈 내버리고 부두에서 청수로 손 씻고

막내한테 나 뛰고 온다고 하고 나가서 그냥 계속 걷기만 했다

여기에선 아무도 나를 신경써주지 않는구나, 여기에 내 자리는 없구나 라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어찌보면 닭때문에 배를 내리고 참 웃긴 일이지만

사회에서 누리던 거 다 제한먹던 판국에 사람들 정 붙여가며 하루하루 버티는데 진짜 살면서 그때만큼 철저하게 외로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위로 지들끼리 사이좋던 선임들은 주루룩 앵카를 박았고 나는 부대외출 이런 거 한번도 안 나가고 발령시즌되자마자 바로 튀었고 그 뒤로 배엔 전화도 걸어본 적 없고 따로 연락도 한 적 없다


백령도의 그 서럽고 외롭던 밤, 파도소리가 가끔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