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데이트를 하고 있던 여름날, 해군에 합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언젠가 올 날이란 건 알았지만, 우린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내렸다.
별 일 아니라며 둘러대고 전화기를 넣었다면 그날만큼은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의 두 달은 잿빛이었다.
뭘 해도 짓이겨지는 기분이었고, 사람들은 함께 있을 때에도 그리웠다.
기면병으로 면제 판정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입대를 선택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처음 가 본 진해의 바다는 예뻐 보였다.
훈련소는 주로 정신적으로 벅찼다.
어떻게 시작부터 그리도 재미가 없었을까.
의자, 침대, 화장실 벽... 약간 과장하면 손 닿는 모든 곳에 퇴소하고 육군 가라는 낙서가 있었다.
그거 쓴 놈들은 정작 한 명도 퇴소 안 했을 거다.
가입소주 마지막 날까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내겐 그럴 힘도 없었다.
수료가 일주일 정도 남았을 때인가, 영상 편집 가능자를 모집했다.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간부 분들이 전화 한 통 시켜 주실까 싶어 팔 번쩍 들고 뛰쳐나갔는데, 결국 그런 일은 없었다.
영원할 것 같던 훈련소 생활에도 끝은 왔다.
연습 때의 알게 모르게 설렁설렁한 분위기와 다르게, 수료식은 경건하기까지 했다.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는 내 말에 경상도 사투리가 묻었다고 놀렸다.
그리고 목소리가 조금 변한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이 더 지나고, 군인들을 가득 채운 버스가 평택을 향했다.
집에 가깝다는 이유로 별 생각 없이 선택한 2함대였다.
첫인상은 적막하기 짝이 없었다.
연회색 하늘 아래 앙상한 나뭇가지, 녹빛 바다와 겨울의 칼바람이 거기 있었다.
배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좁았다.
100미터 남짓의 호위함을 온갖 장비들이 가득 메우고 있는데, 사람들은 폭이 고작 1미터나 될까 싶은 복도와 가파른 계단을 잘도 거닐었다.
숨을 들이킬 때에는 지하주차장 비슷한 냄새가 났다.
선임 수병의 안내를 따라 정복으로 갈아입고 전입신고를 했는데, 그때 전역신고도 함께 이루어졌다.
전역을 앞둔 선임 갑판병의 표정이 기억나지 않는다.
차마 볼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함정 생활은 고되기 그지없다.
이리저리 휘청이는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고역인데, 한정된 인원으로 기능을 유지하는 군함은 일도 많을 수 밖에 없다.
1~2주 간의 항해 중에는 하루에 6시간을 반으로 나눠 잤다.
23개월을 함정에서 근무하는 대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경이롭게 느껴진다.
지금보다 훨씬 더 대우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하루 8시간은 밖에서 쌍안경을 쥐었다.
힘들고 지치는 시간이었지만, 안식은 있었다.
날이 거칠수록 바다는 아름다웠고, 깨끗한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잊을 수 없는 풍경만큼 아름다운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있고, 나도 그랬다.
나는 함정에서의 적응에 있어서 많은 승조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가끔 마찰이 생겨 싸우기도 했고(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 일들이었다. 사람이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고, 내가 많이 옹졸했다) 결코 모두가 내 편은 아니었겠지만, 지칠 땐 어깨를 건네주었고 기쁠 땐 함께 웃었다.
함정 생활을 마치고 시작한 육상 근무에 대해서는 그리 할 말이 많지 않다.
참 여러 일을 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해군으로서의 자신을 돌아볼 때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정말 해군으로서 지냈다고 생각하는 기간은 함정에서의 반년 뿐이다.
현역 군인으로서 복무를 마치는 오늘, 2년 간의 우울과 아찔함은 어렴풋이 남았고, 멋진 풍경과 따뜻한 추억은 가슴 언저리에 생생히 머무르고 있다.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싶으면서도, 지금까지의 날들이 온기로 남아 내일의 나를 일으켜 줄 것임에 감사를 느낀다.
얼마 전에 해병대로 입대한 동생도 건강히 전역하길.
3줄요약 없어서 비추
(한줄요약)육상 개꿀
ㄴ 늦었지만 특별히 추천하나줌
함정생활이 6개월에 불과하지만, 기억에는 강렬하게 남았다. 육상생활은 '해군'이라고 보긴 어려웠고, 딱히 할 말은 없다.
ㄴㄴㄴ내가 단 거 아니다 스트레스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 육상 근무 무시할 건 아닌 것 같다
고생했다 ㅋㅋㅋ - dc App
선배님 수고하셨소 - dc App
글 잘쓰네
함정생활이진짜 해군이지 이거 공감
ㅁㅈㅎ
ㅇㄱㄹㅇ pkg 6개월은 존나 기억 생생한데 육상 와서는 진짜 기억 개 흐릿함 맨날 똑같은 일상 반복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