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지 빨리 하고 싶어서 뭣도 모르고 조리병 추가모병 지원해 지원 후 한 달뒤 입대했다

동기새끼 따라 얼떨결에 순항 조리막내로 갔고 근 100일을 개조뺑이 쳤다...


그 중 66일을 하루에 열 네시간 씩 일했고 (뻥 안치고)
하루종일 손은 젖고 퐁퐁에 담겨있어 물러 터져 손등을 누르면 투명한 진물이 나왔고 자는동안 간지러워 잠결에 긁은 게 피부병으로 이어져 피 흘리고 사관 당번 도와준다고 함내 계단 오르내리면서 정강이 무릎팍에 멍은 달고 살고 사관실 점심 준비 때 올라가서 선임 돕는 데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길이 없어 11~13시 사이에 진하게 탄 블랙커피만 6~8잔 씩 마시며 일했고 점심 마치고 13시부터 15시까지 두 시간 쓰러져 잘 생각에 침대로 기어올라면 한 번씩 울리는 작업원 차출 방송에 씨발 씨발 거리면서 조리동기들이랑 가위 바위 보를 했고 나 대신 작업 가는 동기 녀석한테 어찌나 미안했는지.


조리실이 함미쪽에 있었고 외갑판으로 나가면 바로 흡연구역이 있었어. 생전 입에도 안대본 담배를 순항기간 때 처음 배웠네.

달이 뜨지 않는 밤엔 바다가 정말 어두워.
진짜 물에 퐁당 빠지면 고대로 죽겠구나 싶더라.



그냥 버텼어. 진짜 존나 버텼어.
꼴에 선임들이라고 씨발 막내들만 존나게 부려먹더러.
솔직히 심적으로 존나 힘들 때 아니냐. 자대배치 함정으로 받고 6주만에 순항훈련을 시작했는데.

일단 능력 닿는데까진 했어 ㅋㅋ 조리병 10명 중 동기 조리병이 2명 있었거든. 나까지 내 기수 3명 ㅇㅇ
결국 우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왔지. 씨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돌아가면서 사이드를 깠어ㅋㅋㅋ
ㅇㅇ야 좀 쉬다 와라 이러면서. 우리한테 존나 편중된 업무를 결국 우리가 쉬엄쉬엄하는 식으로 ㅇㅇ

나중엔 투고가 중간기수들 존나 딱더라. 니들 시발 막내들 불쌍하지도 않냐고 좀 도와주라고 개새끼들아 이럼서 ㅇㅇ

외국항에 정박해서 외출도 나갔어.
근데 너무 피곤하니까 나가기 싫고 그냥 하루종일 배에서 잠만 자고싶더라고. 근데 또 외출 안나가면 작업원 팔려가니까 나갔지. 실제로 외출 나가서도 카페에서 3,4시간 씩 자거나 아예 숙소 잡고 그냥 씻고 잤어.


그래서 뭔 말을 하고싶은거냐고?

지나간 일은 미화되어 추억이 된다고 이 때 지랄맞게 개고생한 것도 결국은 내게 양분이 됐다고 생각해.
물론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기에 가능한거지.



저 때 참 많은걸 느꼈어

저런 새낀 되지 말아야지,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와 같은?
더 나아가 한밤이 되어 동기들이랑 비행갑판으로 기어나가 cctv사각지대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했던 얘기들, 파도소리, 그 때 한 다짐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고민들



사고 없이 훈련은 끝났고 난 무사히 부모님을 다시 볼 수 있었어. 얼마나 반갑던지. 우리 가정의 유대는 나의 입대를 통해 훨씬 끈끈하고 단단해졌다고 봐.


난 칼발령 육상으로 왔고 머지않아 제대를 해.
육상이서 근무하면서 짬도 채웠고 늘 좋은 동료, 좋은 상급자 내지는 하급자로 남으려고 나름의 노력을 해왔어.
운동도 꾸준히 한 결과 외모가 사람이 됐지 ㄹㅇ


앞으로 살아가면서 저때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 일은 없을거야. 난 잘 이겨냈고 그 때 했던 다짐들도 차근차근 실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내 황금같은 2년,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긴 해.
그래도... 어차피 군대에서 죽어야하는 2년 정말 잘 죽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군단서부터 '야 섬 조리병이 그렇게 꿀이라매?' 이런 소리를 하며 110명 중 13등을 했으니 섬을 골라 가 꿀을 빨았더라면 지금의 난 2년 전 이맘 때보다 훨씬 발전한 사람이 되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난 2년전의 나보다 훨씬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기쁘고 벅찬 심정으로 전역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



세줄요약
1. 진짜 상위 1퍼센트급 개같은 군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상말에 막내탈출 실화?)

2. 쓴 게 몸에 좋다라는 말이 요즘 꼰대 마인드 취급 받아 조심스럽지만 나에겐 약이 되었다

3. 조리병 오지마라 씨발 난 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