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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NC 다이노스가 마침내 최후의 수단인 연고지 이전 카드를 꺼냈다. 야구단이 지자체를 향해 연고지 이전을 운운하는 것은 가장 마지막 카드다. 연고지와 관계 악화도 불사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결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KBO와는 이미 상당 부분 얘기가 오갔고, 당연히 모기업 김택진 구단주의 재가 없이는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내가 이혼을 결심하는 것은 계속 같이 살다가는 죽을 것 같아서다. 자신을 끊임없이 속이고 기만한 연인과 안전이별을 준비하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하는 미래를 그릴 수 없어서다. NC가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살기 위해서다.

NC는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창단 초기와 달리 이제는 모기업 지원이 넉넉하지 않은 환경이다. 본사에서는 야구단 매각하라는 소리가 계속 나온다. 구단 스스로 수익을 내고 생존 가능한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구단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본사에 야구단을 계속 운영해야 할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창원시는 야구단이 자립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다. 인구수나 접근성 면에서 관중을 모으기 쉽지 않다. 서울, 부산, 대구 같은 대도시 연고지라면 알아서 관중이 오고 흥행이 되겠지만 창원시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그 부분을 창원시가 도와준다고 약속해서 창원시를 연고지로 삼았는데 그 약속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창원시의 반복되는 약속 위반과 납득할 수 없는 행태로 신뢰가 파탄났다. 창원시와 지금까지처럼 계속 함께 가다가는 정말로 구단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래서 살기 위해 연고 이전을 꺼낸 것이다.

NC는 이미 창원시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홈 복귀전이 열린 30일 기자회견에서 이진만 대표이사는 "앞으로 창원에서 계속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지원해 주셔야겠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요청했다"며 "연고지 문제 관련 고민함에 있어 시에서 보완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달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요청드린 상황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 가능한 옵션을 제시해 준다면 저희도 진지하게 협의를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바꿔 말하면 구단 요구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연고지를 옮기겠다는 최후통첩이다. 이진만 대표이사는 미국 유학파로 NFL과 메이저리그 등 프로스포츠에 정통한 전문가다. 역사적인 프로팀의 연고지 이전 사례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그만큼 오랫동안 깊이 고민해왔을 것으로 여겨진다. 창원시가 NC 요구를 그냥 해보는 소리로 생각하거나 지금까지처럼 기만하려고 들었다가는 몇 년 뒤 NC파크는 전국고교야구대회나 야구 예능 경기가 열리는 곳이 될 것이다.

진실한 사과부터 시작해야
그렇다면 창원시가 NC를 계속 창원NC로 남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관계 회복의 시작은 진실된 사과다. '개사과'나 '혹시라도 불편한 분이 계셨다면' 식의 사과, '유감이다'로 끝나는 사과가 아니라 고개를 숙이고 진심을 다하는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

우선 야구장 사고로 사망한 분과 유족들, 상처받은 야구팬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 그간 NC 야구단을 속이고 갑질하고 실망시킨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전 구단 팬이 연고지 이전을 응원하는, 유례없는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해 야구팬들과 야구계에 사과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창원시는 지금 시장이 없는 도시다. 홍남표 전 창원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 판결을 받아 시장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없으니 시장 권한대행, 시의회 의장이 대신 NC 구단을 방문해 직접 사과해야 한다. 유족, 피해자, 구단,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그간 NC를 괴롭히고 발목 잡고 NC가 떠날 결심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한 창원시의회도 본회의에서 공식 사과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 특히 "NC가 내기로 한 사용료는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다" "NC가 창원시로부터 특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도한 지원을 받으면서 지역사회 기여도는 아주 저조하다" "NC는 모기업 NC소프트에 지역 인재 채용 같은 시민이 체감하는 획기적인 지역사회 공헌을 해야 한다" "엔씨소프트가 본사를 창원으로 이전해 진정성을 보이라"고 요구했던 모 시의원과 야구장 건립 당시 창원NC파크 시설물 명칭에 마산구장을 붙여야 한다고 강변하고, 사고가 발생한 뒤 기괴한 7행시를 지어가며 야구단을 능멸한 시의회 의장은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라다.

피해 보상과 구체적 실행 계획
사과 다음에는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이어져야 한다. NC 구단은 야구장 사고 이후 60일간 원정경기를 떠돌면서 40억원의 직접 손실을 입었다. 이 금액에 대한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또 야구장 시설 보완과 안전진단 등에 투입된 비용에 대해서도 창원시가 책임져야 한다. 창원시 예산 또는 보험금으로 신속하게 배상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돌아가신 분 유족과 부상자에 대해서도 시 차원에서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구단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것이 돌아선 마음을 붙잡는 순서다. 야구단 창단 때부터 10년 넘게 호소해 왔지만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요구사항들을 최대한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결코 무리한 요구라고 해서는 안 된다. 2010년 야구단 유치할 때부터 약속했고, 새 야구장 건립 때도 약속했으며 그동안 수없이 해준다고 했던 일들이다.

예산이 없다는 소리는 하지 않길 바란다. NC는 NC파크 25년치 사용료 330억원을 이미 완납했다. 그 돈이 엉뚱한 곳에 쓰이지 않았다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할 돈이다. 마산 상권 지원에 투입한다는 300억은 있는데 야구단에 쓸 돈이 없을 리 없다. 왼쪽 주머니에 넣었는데 사라졌으면 오른쪽 주머니에라도 있을 것이다.

나중에 해준다는 말도 하지 않길 바란다. 그 말을 입에 담는 즉시 NC는 연고지를 이전할 거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은 집에 가서 배우자나 부모님에게 하시라. 그 말을 NC는 수도 없이 들었고 더는 믿지 않는다.

무엇보다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진만 대표는 "요청사항 항목별로 착수 시점, 완료 시점, 그리고 그 항목별로 실제 실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과 그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했다. 그런 것이 가능할 때 실행 가능하다"고 말했다.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두루뭉술한 답을 해갖고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야구단 유치안을 내놓을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교통 접근성부터 2군 시설까지

NC 요구사항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교통 접근성 개선이다. 9시 43분이 막차인 마산역 출발 KTX 시간을 10시 이후, 가능하면 11시에 최대한 근접한 시간까지 연장해야 한다. 그래야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내려온 야구팬들이 경기를 보다가 중간에 돌아가는 일 없이, 경기를 끝까지 다 보고 귀가할 수 있다. 창원 NC파크를 찾는 부담이 줄고, 더 자주 방문하게 될 것이다.

KTX 막차 연장은 빠른 시일 안에 추진해야 한다. 코레일 본사에 제안하고 공식 협상에 착수해서 연장을 요청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요구가 아니다. 시가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것도 핑계다. 코레일은 다른 지역에서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열차시간을 연장한 사례가 있다. 시간 연장에 따른 적자 보전을 창원시가 부담하겠다고 약속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남도와 공동 대응으로 협상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방법은 많다. 하기 나름이다.

창원시 내부 교통망 개선도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같은 창원 지역 내에서도 NC파크로 이동하기 힘든 문제점 개선을 위해 창원-마산-진해 → NC파크 직행버스를 신설해야 한다. 마산역에서 야구장 왕복을 편리하게 해줄 NC파크 셔틀버스도 운행해야 한다. 마산역에서 NC파크쪽을 지나가는 버스 노선을 늘리거나 버스시간 간격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하루 종일 운행할 필요는 없다. 경기 시간과 경기시간 전후 2시간 동안만 이뤄져도 충분하다.

야구장 방문자에 대한 택시 이용 지원도 가능한 안이다. 창원-진해-마산역에서 NC파크까지 읻오하는 택시비를 시에서 할인 지원하는 것이다. 입장권과 연동하거나, 창원시 관광 상품 혹은 숙박업소와 연계해서 올데이 패스 같은 것을 만들 수도 있다. NC파크 애플리케이션 등과 연동하면 이용도 편리하고 여러 혜택을 하나로 묶어 제공하기도 용이할 거다.

2군 시설 지원 개선도 창원시가 반드시 해줘야 할 일이다. 다른 프로팀은 최신식 시설에서 유망주를 키워서 1군 선수로 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NC는 2군 구장인 구 마산야구장이 낡고 관리가 안 돼 경기만 간신히 치르는 실정이다. 2군에서 좋은 선수를 키워서 스타로 만드는 비용이 외부에서 거액의 FA를 사오는 비용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시에서 도와줘야 한다.

마산야구장 시설 현대화가 급선무다. 우선 5년 전부터 요청했지만 그대로이고 이제는 사용 불능 상태인 전광판을 완전 교체해야 한다. 폐가처럼 방치된 관중석 전면 보수 및 안전점검도 즉시 이뤄져야 한다. 마산야구장 전담 관리팀 신설과 NC 요청사항 즉시 처리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야구단이 야구장에서 수익을 내고, 흑자 구조를 만들어서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시 차원에서라면 창원시 공무원들의 최소 연 2회 단체 관람, 창원시설공단, 창원도시공사 등 산하기관 직원들의 관람, 창원 소재 대기업 대상 단체관람 협약 중재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야구장에 직접 와서 보고 느껴보면 야구단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마케팅 지원도 필요하다. 그간 야구단 마케팅은 야구단 혼자 고군분투해왔다. 창원시 예산으로 NC의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는 방법, 창원시 주요 행사에서 NC 구단을 홍보하거나 지역 행사와 야구장을 연계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창원NC파크 상업시설 수익의 NC 배분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도 구단 재정 개선에 도움이 될 방안이다.

불가역적 조치가 관건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조치가 빠른 시일 내에, 다시는 돌이킬 수 없도록 불가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창원시를 도저히 못 믿는 NC도 조금이나마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이진만 대표는 "단체장이 어떤 분이 되느냐에 따라 창원시에서 저희에게 제시한 해결책이 그때 가서 변경이 되거나 뒤집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매우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답변을 최대한 빨리 주셔서 자치단체장선거 이전에 그 부분이 실행되는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NC 다이노스 지원 특별조례'를 제정하는 방안이 있다. 위 모든 지원사항을 조례에 명시하고, 조례 개정 시 NC 동의를 필수로 한다는 조항을 삽입한 뒤 전국에 공개 발표하는 것이다. 시의회에서 결의안을 만들고 낭독해서 선언하는 방법이 있다. 예산도 2026년 예산에 NC 지원 예산을 확정 반영하고 다년도 지출 사업으로 등록하여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각종 사업은 내년 지방선거 전에 첫 삽을 떠서, 설사 외계인이나 손에 글자를 쓰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이 차기 시장으로 와도 뒤집을 수 없게 해야 한다. 차기 시장 선거에 나오는 주요 정당 후보들로부터 NC 지원 공약 확약서를 받을 필요도 있다. 여야 원내정당이 초당적 지지를 결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양당 중에 어느 쪽이 당선돼도 지키겠다는 약속이다. 고향을 위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

이 정도는 돼야 NC도 창원시가 달라졌구나, 함께할 수 있겠구나 믿고 미래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NC 대표이사는 "야구단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러한 환경을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십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NC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한다. 야구단을 운영할 자격이 있는 지자체와 파트너 관계가 되길 원한다. 창원시가 그 자격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