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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박민우.”


“예, 건우형.”


“너 요즘 왜 이렇게 잘해.”



박건우는 벤치에 앉은 채 헬멧을 벗었다.
오늘도 박민우는 3안타.
그것도 홈런, 중전안타, 좌선상 2루타.
그야말로 득점권 악마를 그대로 몸으로 보여줬다.



박건우는 투덜거리듯 말했다.
“이 정도면 내가 은퇴하라고 압박 주는 거 아니냐.”
“그건 형이 위기감을 느끼는 거고요.”
“말 진짜 드럽게 얄밉게 한다.”
“그래도 귀엽지 않아요?”

박건우는 헛웃음을 뱉었다.
기특한 놈.


뭐, 인정은 할 수밖에 없었다.

박민우는 글러브를 벗으며 슬쩍 박건우를 봤다.
턱 끝이 살짝 올라간 미소였다.

“근데요.”
“또 뭐.”
“오늘 제가 병살 처리한 거 보셨죠.”
“봤다. 깔끔하더라.”
“근데 왜 선배님이 더 신났어요.”

박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박민우가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덜 여문 인상, 어색한 모자 각,
그리고 누구보다 야구를 좋아하는 눈.



“너 잘하면, 기분이 좋아.”


“왜요?”


“내가 이제 좀 내려가도 되니까.”


“그런 소리 또 하면, 맞아요.”



박민우는 장난스럽게 헬멧으로 전준우의 어깨를 툭 쳤다.


“제가 잘하는 건 선배님 덕분이에요.”


“야 그 멘트 너무 뻔하지 않냐.”


“근데 진심이에요.”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에선 선수들 웅성거림과 샤워기 소리, 타격 장비가 부딪히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박건우는 조용히 구석 라커에 앉아 스파이크 끈을 풀었다.
오늘도 다했구나 싶은 날.
어쩐지, 이 순간이 고요해서 좋았다.

그런데.



등 뒤에서 갑자기 팔이 감겼다.
깜짝 놀라 돌아보기도 전에, 목덜미에 턱이 닿았다.



“…야.”


“쉿. 가만히 있어요.”



박민우였다.



젖은 머리에서 샴푸 냄새가 살짝 났다.


박건우는 미묘한 침묵 속에서, 도망치지도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건우형.”


“왜.”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그 말 한마디에,
온몸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플레이보다 더 조용하게,
환호보다 더 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