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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SSG와의 피 말리는 접전.

그러나 믿었던 베테랑 박민우의 6타수 무안타 침묵, 그리고 팀의 숨통을 끊어버린 치명적인 클러치 실책.

결국 다 잡았던 승리를 허무하게 헌납한 NC 다이노스의 락커룸은 그야말로 초상집이 따로 없다.

선참의 뼈아픈 본헤드 플레이에 후배들은 감히 위로조차 건네지 못한 채 숨죽여 눈치만 보고 있다.

김주원을 비롯한 어린 내야수들은 애꿎은 스파이크 끈만 만지작거리며 바닥만 쳐다볼 뿐이다. 코칭스태프 역시 아무 말 없이 짐을 챙긴다.

그때, 락커룸 구석에서 헬멧을 만지작거리던 오늘의 '대역적' 박민우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야... 내야조 다 이리 좀 모여봐라."

평소 장난기 많던 박민우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

후배들은 '드디어 민우 형이 자책하며 쓴소리를 하려나 보다', '오늘 진짜 분위기 무겁네'라며 바짝 긴장한 채 슬금슬금 모여든다.

박민우가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오늘 경기... 다들 고생 많았다.

뭐, 속으로 오늘 나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는 놈들 있지?

근데 야구 하루 이틀 하냐. 타격 사이클은 원래 떨어질 때도 있고 그런 거다. 6번 죽었으면 내일은 1번은 치겠지.

그리고 아까 그 수비는... 오늘따라 그라운드 흙이 좀 이상하더라.

바운드가 거기서 튈 줄 누가 알았겠냐? 구장 관리 상태가 아쉬웠던 거지, 내 글러브 질이 나빴던 건 아니다."

자아비판을 기대했던 후배들의 동공이 서서히 지진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주원이 너도 수비하다 실수 좀 했다고 기죽지 마라. 형 봐라. 클러치 실책하고 6빵 치고도 이렇게 당당하잖아. 맞으면서, 실수하면서 크는 거다."

박민우는 갑자기 얼굴에 특유의 빙구 웃음을 활짝 띠며 두 손을 높이 들고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짝짝짝!)

"자자! 오늘 일은 다 잊어버리고! 타율 까먹은 건 내일 다시 채우면 돼! 다들 밥 든든하게 먹고!

레고! 레고!"

자신이 경기를 터뜨렸다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한 듯한 해맑은 외침.
어안이 벙벙해진 김주원과 후배들을 뒤로한 채, 박민우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장 먼저 락커룸을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