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를 해서, 목표로 하던 대학교를 들어갔다. 기뻤다. 

그리고 10년 가량이 흘렀다. 

덕분에 많은 기회들을 얻었고 남들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 좋은 대접도 받았고. 지금도 나쁘지 않은 조건을 가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것들이 작은 것들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근데, 근데 말이다.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것은 많다.

야근은 일상이고, 미래에 대한 걱정은 늘 제자리를 맴돌고. 진로를 어떻게 계획할 것이며, 돈은 얼마나 모으고 어떻게 투자할 것이며.. 

본질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늘 비슷한 것이다.

배부른 소리 같은가? 글쎄, 하지만 난 정말 그렇게 느낀다.

나의 핵심은 어쩌면 10년간 변하지 않았고, 이후로도 늘 비슷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이게 내 삶인가 싶기도 하고, 또 비범하지 못한 대다수의 삶인가 싶기도 하다. 

재수, 삼수때는 공부를 하면서, 지금은 내 일과 돈 같은 것들을 보면서,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것. 

그럼 삶이란 끊임없는 재수생활 같은 것인가? 끔찍한 결론이다. 


하지만 그간 얻은 약간의 경험을 되돌아볼 때, 늘 비슷한 하루하루에는 그 나름의 느낌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살짝 뜨거운 물에 세수를 할때도, 늘 비슷한 메뉴로 식사를 할때도, 지겹다 생각하던 공부를 할때도, 쌓여가는 일을 바쁘게 할때도  

그냥 그런 것이 삶인 것이다. 이것은 사실 지겨울 것도, 끔찍할 것도 없으며, 꼭 즐거울 것도 없는 것이다. 

마음이란 것은 원숭이와 같다고 했다. 원래 이리저리 변하는 것이다. 열정에 찼다가도 금방 지루해지고, 우울해지다가도 나름의 희망을 찾기도 하고.

그래서 사실 언제고 비관할 것이란 것은 없는 것인지 모른다. 

그냥, 그냥 조건을 더 좋게 하기 위한 노력. 재수, 삼수는 그런 것이다. 

좋은 조건은 좋다. 그것을 평가절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다다. 성공을 해도, 실패를 해도 삶의 본질이 변하진 않는다. 

삶을 더 직관적으로 바꾸는 것은 다른 것이다.

큰 희생을 했다고 생각하던, 열망을 품고 집중하던 10년전 나에게는 씨알도 안먹힐 말인것은 알지만.

모두가 비관이나 비교에 삼켜지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본인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