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면도 없는 할머니의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내용은 즉슨 자신이 조카와 통화 중인데 보증보험 관련된 문자 인증을 도와달라는 말이었다.
처음에 그걸 들으면서 "왜 이런 걸 나에게 부탁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짜증이 몰려오면서 안된다는 거절의 표시를 했다.
내가 덤터기를 쓸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도와달라고 하기에 그 할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는 조카와 전화를 해봤다.
오늘이 뭐 만료일이네 뭐네 하면서 급하다고 했다.
할머니 주위에 친족이 없어서 자기가 대신 일을 봐주는데 자기는 제주도에 있고 인증 번호를 문자에 적어내야 한다더라.
인터넷에 인증 번호를 발신한 번호를 찾아 보니 금융인증서비스 회사 번호였다.
그래서 난 은행을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조카라는 사람이 이 건은 보증보험이라면서 은행을 왜 가냐고 타박하더라.(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통화를 잠시 끊고 할머니에게 물어봤다.
피가 이어진 친척이냐고 무슨 일인지 아냐고 그러자 할머니는 내가 통화하는 상대가 언니의 딸이라고 말했다.
하... 그래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만다.
그 할머니는 문자메시지에 번호를 입력을 못한다고 하니 번호판만 켜드리고 조카와 통화를 하면서 알아서 입력을 하라고 했다.
그러더니 그 할머니가 인증 번호를 입력하더라.
그리고 나서는 또 나에게 부탁을 할 게 있어서인지 또 서성거리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전에 사기를 당했는데 공탁금 관련해서 이걸 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짜증이 몰려왔다.
사기를 당했는데 공탁금은 무슨 말인지부터 해서 사기를 당한 사람이 남에게 금융인증을 받는 것부터 하며, 스미싱이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그 할머니에게 지금부터는 경찰서에 가서 이 건에 대하여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라고 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면 경찰서에서도 그 조카는 경찰에게 요청을 할테고 아니면 그 조카라는 사람이 내뺄테니 말이다.
그렇게 할머니를 보낸 후, 단칼에 부탁을 자르지 못한 내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골머리를 앓으면서 공부를 하면서도 하는 게 아닌 상태가 오래 지속됐다.
내가 원래 불친절한 사람이 아니다.
귀찮은 일이더라도 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일이었으면 웃는 낯으로 도와드렸을 거다.
근데 이전에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이 남에게 금융인증을 맡기면서 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증번호 입력을 도와달라는 어리석고 불합리한 상황이 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제발 스미싱만이 아니길 빌 뿐이다.
내가 어리석은 놈이다.
어리석은 놈이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