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불법 조기유학 사과한 이진숙 후보자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불법 조기유학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남소연관련사진보기

이번에도 교육부 장관이었다.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도 교육부 장관 퍼즐을 단번에 맞추지 못했다. 거점 국립대 최초 여성 총장이었던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의혹과 자녀의 미국 유학 등 국민 정서와 괴리되어 있다는 논란을 안고 인사청문회에 나섰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지냈다는 이력, 그리고 이 공약이 민주당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중 일곱 번째 항목으로 제시됐다는 점에 주목했던 이들의 기대도 거기에서 멈췄다.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답변에 실망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결과는 '기본 자격 미달'이라는 냉정한 평가와 함께 인사 검증 부실 논란으로 이어졌다.

사실 저출생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초·중등교육 분야나 고령화로 정책적 중요성이 커진 평생교육 분야에 대해, 공대 교수 출신인 후보자에게 전문성을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만 그가 지방 소멸 문제의 해법을 지역 대학의 활로에서 찾고자 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의 적임자라는 점만이라도 인사청문회에서 확인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일부 언론에서는 이 공약의 제안자가 이 후보자라고 보도했지만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구상을 처음 명명하고 제안한 사람은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2021년 12월, <서울대 10개 만들기: 한국 교육의 근본을 바꾸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출판 시점을 고려하면 이 구상이 2022년 대선의 화두가 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구상은 2025년 대선에서 주요 공약으로 다시 등장했다.

민주당 정책공약집 191~192쪽에 실린 '서울대 10개 만들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끌겠습니다

지역 거점 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 추진
- 수도권 중심의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에서도 서울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집중 투자
- 10년 내 세계 100대 대학에 거점 국립대 3개교 이상 진입 목표
-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어학 프로그램 및 해외 유학 지원 확대
- 신입생 대상 거주형 캠퍼스(Residential Campus) 도입으로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 등 공동체 활동이 융합된 통합적 교육환경 제공

교육 경쟁력 제고 및 강력한 취업 지원 시스템 구축
- 재학생 및 졸업생 대상 맞춤형 취업 지원 프로그램 대폭 확대
- 취업 연계형 소단위 전공(나노·마이크로디그리) 운영 의무화
- 학과전공별 기초역량 교육 프로그램 도입, 장학금 및 생활비 지원 확대

세계적 연구대학 도약을 위한 발전 기반 조성
-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 유치를 위한 제도 마련
- 대학 내 국가연구소 설치, 국책민간연구기관과의 협업 체계 구축
- 대학원 교육 활성화를 위한 장학제도 개선, 연구시설 및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 거점 국립대 간 비교 평가지표 공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과관리 체계 마련

지역혁신성장의 중심, 국립대-사립대 간 자원공유를 통한 동반성장의 RISE 체계 구축
- 정부는 국립대를 지역혁신의 허브로 구축, 지자체는 RISE 체계에 기반해 지역 사립대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지원 협력 체계 구축
- 초광역권 단위 RISE센터 설치로 대학-지자체 연계를 지역 경제· 생활권 중심으로 재편
- 서울대·인천대(법인국립대) 외 거점 국립대 및 국가중심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 분배 강화, 지역혁신형 사립대학에 대한 집중 투자 및 구조개선 유도
- 대학의 지역경제 기여도를 반영하여 지자체의 재정지원 책임 강화, 지역산업과 연계한 협력 체계 활성화

핵심은 '재정'... 서울대 수준 예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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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 이정민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재정 투입 없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은 실현 불가능하다. 핵심은 서울대 수준의 예산을 거점 국립대에 집중 투자하는 데 있다.

김종영 교수는 저서에서 "서울대와 나머지 9개의 지방거점 국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은 평균 3600억 원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각 대학마다 한 해 36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며 "이 경우, 9개 대학에 연간 총 3조 2400억 원 정도의 예산 증액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정도 증액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 교수가 모델로 삼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연구중심대학 10개교의 2020년 예산은 49조 3000억 원이었다. 같은 해 서울대를 포함한 국내 10개 거점 국립대의 총예산은 5조 7031억 원이다. 여기에 3조 2400억 원을 더하더라도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학부생 수는 양측 모두 약 22만 명으로 비슷하고, 대학원생 수도 캘리포니아 쪽이 8000명 많은 5만 9000여 명이다. 즉, 학생 수는 비슷한데 예산 격차는 5배 이상이다. 고등교육 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고서는 어떤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

공약은 10년 내에 거점 국립대 3개교 이상을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김종영 교수는 상하이교통대학의 세계대학 학문순위를 주로 참고하는데, 이 순위에서 캘리포니아 주 10개 캠퍼스 중 7곳이 100위 내에 포진해 있다. 나머지 3개도 151~200위권, 201~300위권, 401~500위권에 있다.

우리나라 거점 국립대 중에선 서울대가 101~150위권에 있고, 경북대가 301~400위권, 부산대가 401~500위권에 있다. 김 교수의 분석을 바탕으로 보면, 이 공약은 서울대·경북대·부산대를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삼고 있는 셈이다. 이들 중 단 한 곳이라도 100위 안에 들게 된다면, 공약이 말하는 '세계적 연구대학'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경북대·부산대 외에도 세계 수준에 근접해 있는 국내 대학은 꽤 많다. 201~300위권에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카이스트가 있고, 301~400위권엔 울산과학기술원(UNIST), 401~500위권엔 경희대와 포스텍이 있다.

이 가운데 카이스트와 울산과학기술원을 제외하면 모두 사립대이며, 포스텍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국립인 카이스트는 학부생을 연 700명, 울산과학기술원은 약 400명 수준으로 선발하는 비수도권 국립대다. 그렇다면 왜 이들 대학이 아니라 굳이 서울대와 경북대, 부산대일까?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호를 넘지 못한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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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과 일부 전·현직 국립대 총장과 교육감들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민주당의 공약은 룬*성*열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기도 했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계승하겠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RISE 정책에서 거점 국립대와 국가중심 국립대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혁신형 사립대학에 선택적으로 투자해 구조개선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이는 RISE 체계 내에서 사립대 지원 비중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7월 23일,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지역 사립대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요약하면 이재명 정부의 고등교육 공약은 거점 국립대에 대한 투자 집중, 사립대 선별 지원, 사립대 구조조정 유도라는 기존 골격에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간판을 얹은 셈이다. 낙마한 이진숙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공약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접근이나 거친 수준의 로드맵이라도 기대했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후보자는 지명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거점 국립대뿐 아니라 국가중심 대학과 지역 사립대가 동반 성장하는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학·지역·지자체와의 소통을 통해 신중히 방법론을 세우고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계획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사실 이 같은 한계는 김종영 교수의 저서에서도 이미 예견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최소주의자 전략"이라 부른다.

김 교수는 "매년 3600억 원을 추가 지원받는 정도로는 서울대 수준이 되는 데 부족하므로 거점 국립대 교수들은 산업체와 정부로부터 별도의 연구비(산학협력단 예산)를 자기 실력으로 받아 와야 한다. 이렇게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10여 년이 지나서는 적어도 연고대 수준의 대학이 될 수 있다"며 "지방대 9개가 서울대 수준이 되기 위해선 자율적으로 장기적인 발전 플랜을 작성하면 되지, 여기서 구체적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한 국립대 개혁, 사립대 개혁, 전문대학 개혁, 대학입시, 학제, 법률, 제도 등 모든 것을 바꾸는 최대주의자 전략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국가는 3조 2400억 원을 투입하고, 대학이 각자 계획을 세우며, 교수들은 연구비를 따내는 노력을 하는 단순한 원칙에 입각한 서울대 10 만들기 전략에서 교육부 장관이 할 일은 많지 않다.

공약은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를 거칠수록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두 가지 경쟁 축을 전제한다. 하나는 서·연·고, 즉 SKY 대학 수준의 지역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는 것, 다른 하나는 지역 수험생들이 수도권 사립대보다 더 선호할 수 있는 지역 국립대를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연구중심대학 육성이 수도권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연구중심대학의 기반인 연구비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

현재의 연구비 수준을 그대로 둔 채 거점 국립대에 재분배할 경우, 세계적 수준에 근접한 수도권 사립대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결국 논의는 다시 국가의 재정 투자의 문제로 돌아간다. 연구중심대학의 심장은 우수한 대학원생 확보와 탁월한 연구자 배출이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지금, 우수 대학원생 확보는 갈수록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서울대조차 대학원생 충원에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 벽을 넘으려면 재정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수험생의 선택, 정책 성공의 마지막 관문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관련사진보기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또 다른 성공 조건은 수험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다. 결국 지역 거점 국립대 9곳이 수도권 주요 대학보다 더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어야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학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벌의 브랜드 가치를 두고 수도권 주요 사립대와 지역 국립대 간에 입시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험난하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종로학원이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고1~3 학생과 N수생, 학부모 6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5.7%가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시행되면 진학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 정착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47.0%가 '없다'고 답했다. '지역에 정착하거나 취업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26.3%에 그쳤다.

진학 의사가 없는 이유로는 '지방에 가고 싶지 않아서'(55.0%)가 가장 많았다. 이는 '거점 국립대의 경쟁력 향상이 불확실해서'(25.9%)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통해 입시 경쟁이 완화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그렇지 않다'(41.1%)는 응답이 '그렇다'(32.4%)보다 많았다.

이 설문이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단기간에 뚜렷한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 정책이 과연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민주당의 대선 정책공약집 271쪽에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확실히 줄이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장학금과 학자금 지원 확대를 다루고 있지만, 대상은 모든 대학생이다. 학벌과 상관없는 대학, 연구중심대학이 아닌 곳을 다니는 청년에게도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김종영 교수도 자신의 책 말미에서 등록금 문제를 짚고 넘어간다. 그는 짧은 분량을 할애해 대학무상교육을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함께 "대학개혁의 원투펀치"로 제안한다.

그는 "모든 입학 가능 자원이 입학을 한다면 2022년에서 2025년까지 대학 재학 학생 수는 총 156만 명이 된다"며 "등록금을 사립대 기준으로 잡고 느슨하게 계산한다면 예산은 11조 1900억 원(717만6000원×156만 명)"이라고 추산했다.

여기에 거점 국립대 집중 투자 3조 2400억 원, 대학무상교육 11조 1900억 원, 그리고 추가적인 연구비 예산을 수천억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총 15조 원 안팎의 고등교육 예산이 요구된다.

세밀하게 따지면 규모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이 정도의 재정을 국민주권정부가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막대한 예산을 운용할 기회가 새로 임명될 교육부 장관에게 과연 주어질까. 이재명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을 기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