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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두려움에서 기억으로, 부평공동묘지

    기자명 인천투데이
    입력 2025.05.25 08:00
    수정 2025.05.26 09:13

신한은행모바일기사뷰
‘사진 속 부평’ ⑥ 인천가족공원
성기창 주무관.
성기창 주무관.

인천투데이|인천 부평구(구청장 차준택)가 올해 개청 30주년을 맞이해 <인천투데이>와 함께 4월부터 ‘사진 속 부평’ 연재를 한다. 1995년 개청 후 30년 동안 구가 촬영하고 보관 중인 사진을 선별해 역사와 기억을 기록하고자 한다.

2000년 12월부터 25년 간 부평의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성기창(59) 부평구 사진 담당 주무관이 구술한다.<편집자주>

짙은 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산속. 오싹한 기운이 귓가를 스쳤다. 뒤늦게 깨달았다. 등 뒤로 셀 수 없이 많은 묘지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늦은 밤 부개산 기슭의 인천가족공원에는 수십만 영혼이 떠다니는 듯했다.
부개산 정상에서 바라본 부평 도심과 인천가족공원. 2011년 7월20일 촬영했다. 삶과 죽음은 사진 한 장에 담길 정도로 가깝다.(사진제공 부평구)
부개산 정상에서 바라본 부평 도심과 인천가족공원. 2011년 7월20일 촬영했다. 삶과 죽음은 사진 한 장에 담길 정도로 가깝다.(사진제공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의 시작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평 사람들은 옛부터 이곳에 당연하게 묘를 썼다. 병풍처럼 둘러친 부개산과 그 기슭이 묫자리로 우리 조상들의 마음에 쏙 들었으리라.

1970년대에 이르자 묘는 산 전체를 채웠다. 관리가 필요했다. 이때부터 부평묘지공원, 부평공동묘지라 부르며 관이 관리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인천가족공원이라는 이름은 2006년에 붙었다.

필자는 어린 마음에 귀신이 나올까 공동묘지 입구에도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래도 낮에는 소풍 따위로 묘지 입구를 피해 산을 오르곤 했다. 밤에는 묘지로 뒤덮인 산이 무서웠지만, 낮에는 그저 동네 풍경이었다.
부평묘지공원 장묘관리사무소. 1985년 3월29일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지역 사람들이 쓰던 묘지가 1971년 묘지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사진제공 부평구)
부평묘지공원 장묘관리사무소. 1985년 3월29일 촬영된 자료사진이다. 지역 사람들이 쓰던 묘지가 1971년 묘지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사진제공 부평구)

나이를 먹고 30~40대에 접어들면서 드나들 기회가 생겼다. 종종 국토대청결운동 같은 행사가 열렸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매년 시간을 더 할수록 정돈되는 묘역이 눈에 들었다.

어릴 적 소문만 듣던 ‘공동묘지 약수터’에서 물도 마실 수 있었다. 인천가족공원에는 부령약수터와 지금은 폐쇄된 칠성약수터가 있다. 칠성약수터는 굴포천의 발원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믿기 어렵지만, 묘지 근처 약수가 만병통치약 취급을 받던 시절에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인천가족공원 내 위치한 부령약수터의 옛 모습. 지금도 마실 수 있을 만큼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른다. 2003년 6월28일 촬영.(사진제공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내 위치한 부령약수터의 옛 모습. 지금도 마실 수 있을 만큼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른다. 2003년 6월28일 촬영.(사진제공 부평구)
김종구 전 6.25참전유공자회 부평구 지회장. 김 전 지회장과 2007년 6월 19일 부평전투 격전지였던 인천가족공원을 방문했다. 부평전투는 6.25 전쟁의 인천상륙작전 직후 서울 수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제공 부평구)
김종구 전 6.25참전유공자회 부평구 지회장. 김 전 지회장과 2007년 6월 19일 부평전투 격전지였던 인천가족공원을 방문했다. 부평전투는 6.25 전쟁의 인천상륙작전 직후 서울 수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제공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는 전쟁의 역사도 서려 있었다. 6.25 전쟁 직후 국립묘지가 될 뻔했다고 한다.

인천가족공원은 원통이고개와 함께 부평전투의 현장이었다. 2007년 6월19일 김종구 전 6.25참전유공자회 부평구 지회장과 인천가족공원을 함께 오르며 들은 이야기다.

인천가족공원에서의 오싹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2007년 9월17일, 부평의 야경을 사진으로 담아 기록하고 싶어서 부개산에 올랐다. 산에 지금은 사라진 도로가 하나 있었는데, 정상까지 연결돼 있어 쉽게 생각했다.

차를 정상 주변에 대고,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얹었다. 카메라 뷰파인더에 도심을 넣었다. 렌즈를 바꾸고, 노출을 달리하고, 셔터 속도도 바꿔 한참을 찍었다. 부평에 별빛이 내려앉은 사진이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부개산 정상에서 바라본 부평의 야경. 2007년 9월17일 밤 촬영. 아름다운 야경 뒤로 지역에서 삶을 일궈 온 수많은 영혼이 쉬고 있는 인천가족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 부평구)
부개산 정상에서 바라본 부평의 야경. 2007년 9월17일 밤 촬영. 아름다운 야경 뒤로 지역에서 삶을 일궈 온 수많은 영혼이 쉬고 있는 인천가족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 부평구)

시간이 지나고 이제 산에서 내려가야 할 차례다. 장비를 회수해 차로 돌아가는데, 여기가 영혼이 잠든 곳이라는 사실을 그때야 깨달았다. 세상사에 웬만큼 단련된 42살 장년 남성의 몸이 덜덜 떨렸다.

손을 떨며 차에 시동을 넣었다. 헤드라이트를 켜자, 묘지와 비석이 하나하나 모두 눈에 들어왔다. 그 위에 누군가 앉아 있는 듯했다. 뒷자리에도 누가 있었던 것 같다.

필자의 정신은 이미 지구를 떠났다. 앞뒤 없이 차를 몰았다. 겨우 몇백 미터의 거리가 몇십 킬로는 되는 듯했다. 인천가족공원 입구에 다다라서야 정신도 부평 땅으로 내려앉았다.

오싹하면서도 황당한 이야기는 또 있었다. 인천가족공원에 새벽마다 귀신 울음소리가 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결국 iTV 경인방송의 <미스터리극장 위험한 초대>라는 프로그램이 취재까지 해갔다. 알고 보니 귀신 울음소리는 새벽마다 있었던 종교의식이었다.
부평2동 자생단체들은 37년째 매년 설, 추석, 한식날마다 인천가족공원에 오르는 성묘객에게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목 마른 성묘객에 대한 동네 사람들의 작은 배려다. 이들에게 인천가족공원은 단순히 공동묘지를 넘어 삶의 일부이자 자신들이 뿌리내린 땅이다. 2025년 1월31일 참가자들의 기념촬영.(사진제공 부평구)
부평2동 자생단체들은 37년째 매년 설, 추석, 한식날마다 인천가족공원에 오르는 성묘객에게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목 마른 성묘객에 대한 동네 사람들의 작은 배려다. 이들에게 인천가족공원은 단순히 공동묘지를 넘어 삶의 일부이자 자신들이 뿌리내린 땅이다. 2025년 1월31일 참가자들의 기념촬영.(사진제공 부평구)

이제 귀신 소문이 사라진 인천가족공원은 설과 한가위만 되면 성묘객으로 북적인다. 사람이 워낙 많아 차량까지 통제할 정도다. 성묘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부평삼거리역부터 고인의 자리까지 푸근한 표정으로 걸어 오른다.

동네 사람들은 불만일 법한 공동묘지를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부평2동 자생단체들은 37년째 명절마다 성묘객에게 생수 나눔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농을 친다. “부평2동 인구가 부평에서 가장 많아! 돌아가신 분 20만 명이 같이 살거든!”

땅에는 역사가 켜켜이 쌓인다. 하물며 공동묘지라면 더욱 그렇다. 이곳에 잠든 이들은 지역에서 삶을 일구고 시대를 견딘 끝에 비로소 조용한 쉼터에 도달했다. 인천가족공원에서 기억과 존중을 배운다.
2018년 8월 4일 드론으로 촬영한 인천가족공원의 최근 모습. 잘 정돈된 묘역이 한눈에 들어온다.(사진제공 부평구)
2018년 8월 4일 드론으로 촬영한 인천가족공원의 최근 모습. 잘 정돈된 묘역이 한눈에 들어온다.(사진제공 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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