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스케는 춉을 휘둘렀다.


[이얏-!]


검은 그림자는 후쿠스케의 춉에 반으로 갈라졌다. 그림자는 먹물이 터진 것처럼 바닥으로 흩어졌다.


[해치웠나?]


후쿠스케는 고대의 챈트를 입에 올렸다. 그 즉시 그림자는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후쿠스케는 춉을 휘두른 손을 들어 황급히 입을 막았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림자는 모여들어 말의 형태를 취했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검은색 갈기를 흩날리는 검은 말이.


[도-모 나이트메어입니다.]


말은 아이사츠했다. 후쿠스케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는 손을 들었다. 춉의 자세였다.


[춉? 춉 어째서?]


후쿠스케는 카라테를 배운적이 없었다. 높게 들어 올린 손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이에에에-!]


후쿠스케의 발 아래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그는 피를 흘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닌자? 닌자 난데?]


[자, 사요나라다.]


나이트메어는 후쿠스케의 등 뒤에서 속삭였다. 잘 들리지 않았다.


단두대와 같은 춉이 떨어져내렸다. 붉게 물든 손이 호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후쿠스케는 비명을 질렀다. 소리 없는 비명이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아득히 멀리서부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며 돌풍이 불었다.


*


"아이에에에에-!?"


후쿠스케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아침 햇살이 커튼사이로 새어들어와 드림 캐처의 중심에 자리잡은 검은 보석을 간질였다. 드림캐처는 사위스러운 빛을 흘렸다. 후쿠스케가 고개를 들기 전까지. 후쿠스케는 커튼을 젖혔다. 촤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중금속 산성비가 유리창을 때리는 아련한 소리가 울렸다. 해가 뜬 상태에서 내리는 비는 이상했다.


사요나라!


폭발의 섬광이 눈 앞에서 번뜩였다. 후쿠스케는 공포에 몸소리쳤다.


"이상하다. 이상해."


후쿠스케는 안경을 썼다. 하지만 곧 다시 내려놓았다. 며칠사이 놀라울 정도로 시력이 좋아져 안경이 쓸모가 없어졌다. 간단하게 세안을 마친 후쿠스케는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사거리에 도착하자 평소와는 반대로 걸었다. 그는 다른 길을 걸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직장으로 가는 길은 외길이었다. 이곳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불이 꺼진 간판. 노숙자, 피곤에 찌들어 출근하는 사람들, 거리에 떨어지는 중금속 산성비의 무지개빛까지.

후쿠스케는 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후쿠스케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도서관 같은 분위기의 가정집이었다. 중앙에는 크고 푹신한 소파 두 개가 마주보고 있었다.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매일 같이 트레이닝이라도 한 것처럼 단단한 손이었다. 


"상담사인 모리 란케입니다."


"앗, 하이. 모리 란케=상. 후쿠스케입니다."


후쿠스케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이쪽에 앉아주시길."


"하이."


후쿠스케는 소파에 앉았다. 아주 푹신한 소파였다. 그의 봉급으로는 일년을 꼬박 모아야 살 수 있을까 싶었다.


"악몽을 꾸신다고 하셨죠?"


"앗, 하이."


모리 란케는 후쿠스케가 전화로 떠들었던 이야기를 적어둔 서류를 보고 있었다.


"오늘도 악몽을 꾸셨나요?"


"에... 맞습니다. 닌자가 됩니다."


모리 란케는 몹시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닌포를 쏩니까?"


후쿠스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닌포라니. 그 역시 자신을 웃음거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후쿠스케는 손끝만 문질렀다.


"닌포? 아닙니다. 춉을 합니다."


"춉? 닌자가 춉을 합니까?"


"그거야 당연히..."


후쿠스케는 고개를 들었다. 눈 앞에 닌자가 있었다. 그림자를 두른 것 같은 검은 옷이었다.


"도-모 나이트메어입니다."


후쿠스케는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섰다. 그 순간 날아드는 검은 물체! 춉이다!


"아이에에에에-!"


나이트메어의 손가락이 후쿠스케의 어깨를 깊게 파고들었다.


"아밧-! 아바밧-!!"


후쿠스케는 비명을 질렀다. 나이트메어는 붉게 물든 손을 휘둘렀다. 후쿠스케의 상처에서 검은 그림자가 흘러나와 나이트메어의 손으로 빨려들어갔다. 그가 두른 닌자 장속은 한층 더 짙어진 그림자를 흘리고 있었다. 나이트메어는 웃고 있었다.


"자, 사요나라다."


후쿠스케는 작은 프레리 독처럼 몸을 웅크렸다. 그렇게 하면 아주 작아져 땅으로 사라질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나이트메어는 손을 높게 쳐들었다. 단두대 같은 춉이 떨어졌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시간이 길게 늘어졌다.


따각 따각.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도-모 나이트메어 입니다.]


검은 말은 고개를 숙였다. 살려줘. 후쿠스케는 그렇게 말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말은 검은 눈동자로 후쿠스케를 들여다보았다. 따각따각.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부드러운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몸이 빠져들었다.


[아가. 고통스러운 꿈을 꾸렴, 가시덤불 위에 몸을 누이고, 뇌수와 피가 흐르는 꿈을.]


쿵!


춉에 땅이 갈라졌다. 하지만 그곳에 후쿠스케는 없었다. 후쿠스케는 검은색 멘포와 닌자 장속을 입고 거울에 비친 그림자처럼 마주서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앞에 가져갔다. 두 닌자에게서 흘러나온 그림자가 사방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곳은 이미 악몽 속처럼 검게 물들었다.


"도-모.."


Wasshoi~!! 유리창이 일제히 부서지고 섬광이 그림자를 물리쳤다. 검붉은 닌자장속과 강철멘포에 새겨진 忍 殺의 두 글자. 살육자의 엔트리다!


"도-모. 닌자슬레이어입니다."


"아이에에에-!?"


후쿠스케는 실금했다.


*


지난 밤에 문득 생각난 이야기. 악몽 속 닌자와 닌자가 만났는데 닌자를 죽이는 닌자가 난입한다.


조촐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