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 닌붕=상
혹시 혈중 사펑 농도를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진 않으신지?
몇번이고 읽어 너덜너덜한 물리서적을 다시 읽자니 아무래도 약빨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진 않으신지?
혹은 닌슬을 계기로 사펑이라는 장르 자체에 흥미가 생겨서 다른 볼만한게 뭐 없을까 생각하는 닌붕=상도 계실 것이다
그런 여러분을 위해 지금까지 읽은/추천할만한 사펑장르 소설들을 간략히 소개할까 하니 흥미가 있으시다면 도-조
작품 소개는 개인적인 추천순이다
0. 스프롤 트릴로지
항구의 하늘 색은 방송이 끝난 텔레비전 화면 색이었다.
설명조차 딱히 필요없을 윌리엄 깁슨의 3부작-뉴로맨서, 카운트 제로, 모나 리자 오버드라이브를 말하는거 맞다
특히 뉴로맨서의 챕터 1인 <우수에 찬 지바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퇴폐한 허무주의적 감성을 제대로 녹여낸, 장르로서의 정수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근데 지바시 이후부턴 살짝 지루해지는 것도 맞긴 해서...솔직히 뉴로맨서만 보고 넘어가도 크게 손해볼건 없다
물론 읽을만 하다면 오버드라이브까지 다 읽는것도 좋고, 그걸로 부족하다면 아이도루를 보면 된다
중단편집에 수록된 메모리 배달부 조니도 상당히 재밌으니 기회가 된다면 그쪽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1. 마르두크 스크램블
"마르두크 스크램블 09."
닥터가 말했다.
마치 그것이 모든 것의 해답이라는 듯.
"인명보호를 목적으로 마르두크 시티가 제정한 긴급법령이야. 개중에서도 09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된 과학기술의 사용이 특별히 허가되지. 구급차에게는 긴급시에 특별한 신호 무시가 허용되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것이 내 전문분야인 셈이란다."
라노벨계의 사펑물로서는 단연 원탑
마르두크 시티라는 가상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미성년 오이란과 바이오 실험쥐가 편을 먹고서 사악한 카지노 사장이나 인간 터미네이터 등등을 무자비하게 쓰러트리는 소설이다
사이보그 용병단, 전쟁기술 싱크탱크, 사회 전체에 걸친 메가콥의 횡포와 초기술에 의한 인간성 왜곡, 그리고 호모게이섹스를 즐기는 바이오 돌고래 등 사이버펑크 장르로서의 필수 요소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으며, 성장소설로서도 매우 깊은 완성도를 지녔다 하겠다
문제는 정말정말 옛날 책이라 중고매물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 매물이 있더라도 무조건 웃돈을 줘야 할 것이다. 나무삼...
2. 얼터드 카본
뱅크로프트의 운전사가 나를 시내까지 태워 줄 즈음, 하늘은 오래 된 은의 질감이었고 베이시티는 불빛을 밝히기 시작하고 있었다. 자동차는 바다 위에 걸린 오래된 녹색 현수교 상공을 넘어 반도 모양의 언덕 위에 차곡차곡 쌓인 건물들 사이를 규정 속도 이상으로 누볐다.
의식을 디지털화시켜 칩으로 전송하는 기술이 개발됨으로서 목숨은 백업할 수 있는 것이 되고, 죽음과 폭력의 의미가 크게 뒤바뀐 시대, 외행성계 식민지의 용병이자 중범죄자로 200년형을 받아 수감중이던 주인공이 난데없이 지구의 베이시티로 다운로드되며 시작되는 소설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쪽이 보다 유명해서 그쪽으로 아는 경우도 많을텐데 둘 다 본 입장에서는 소설쪽이 약간 더 그윽하다고 느꼈다
드라마쪽도 조엘 킨나만의 연기는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3. 리포맨
프랭크는 그저 멀찌감치 서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총알투성이의 시체를 아니, 아직도 움찔거리며 췌장 PK-14를 움켜쥐고 있는 남자의 팔을 응시했다.
"누가 저 장기를 뺐나?"
그의 목소리가 군중의 아우성을 압도하며 크게 울렸다.
"누가 저 지랄같은 장기를 빼냈냔 말이야!"
"저 고객입니다. 본인이 스스로 했습니다."
경비원이 답했다.
"고객은 스스로 자신의 장기를 빼내지 않아."
"이 고객은 그렇게 했습니다."
경비원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듯 죽은 남자의 손에 쥐어진 사냥칼을 총신으로 가리켰다.
나는 그때쯤 유니언 출입문의 한가운데에 다다랐다. 서둘러 밖으로 나오려는데 프랭크가 혐오에 차서 내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고객놈들이 이젠 제 할일도 모른단 말이야?"
근미래, 인공 장기 대출사업이 보편화된 미국, 장기 대여료가 일정 이상 체납되면 강제로 회수하는 제도가 합법인 세상에서, 인공장기 회수 전문가인 리포맨들의 활동과 대기업 자본주의로 일그러진 사회상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유니언 사의 최고등급 리포맨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와중 사고로 기절하는데, 병원에서 깨나보니 심장은 인공제로 바껴있고, 그동안 우습게 여기던 체납자들의 삶을 고스란히 겪은 끝에 몰락했으며, 결국 도피 생활에 접어드는 것이 소설의 시작이다
주인공의 해병대 시절과 한창 리포맨으로 일하면서 겪은 사건들 그리고 현재의 도망자 생활이 번갈아 서술되는데 시간순이 뒤죽박죽이라 처음 읽으면 혼란스럽다. 하지만 앞뒤 맞추기가 어려운 소설은 결코 아니며 그로테스크한 현실과 비극적인 서사를 가볍고도 냉소적으로 풀어내는 화법이 인상적이다
4. 다이디 타운
"알아요. 하지만 '모든 선량한 사람이 가는 곳'으로 가면 그런 건 더 이상 문제가 안 돼요."
나는 옛날부터 이 표현을 혐오했다. 그러나 모두들 외부 항성계를 그렇게 부르고 있는 듯 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말이다. 그럼 이곳 지구에 남아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뭐란 말인가. 그 표현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이쪽은 사이버펑크 버전의 필립 말로 시리즈라 하겠다
단편 삼부작으로 구성돼있으며 이야기 하나하나는 소소하고 담백한 편이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소품 수준의 이야기인 것 치고 사펑장르로서의 구성은 제대로 돼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5. 스노 크래시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뛰어난 분야는 이제 네 가지밖에 남지 않았다.
음악
영화
마이크로코드[소프트웨어]
초고속 피자 배달
이쪽도 깁슨 못지 않게 사이버펑크 장르의 문법을 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 깊은 소설이다
깁슨보다 좀 더 오락적인 느낌이 강한데, 막상 스토리를 풀어가는 기법면에서는 살짝 유감스러운 수준인 것이 아쉽다
상업적인 거의 모든것이 민영화되고 기업화되는, 극단적 자본주의 사회상을 디테일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하겠다
이밖에도 한국산 사이버펑크 소설로 홀로그램 그녀나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등이 있지만, 뭐라 말하기 힘든 애매한 작품들이라서 일단 그런것들이 있다는 정도로만 적어두겠다
슬슬 양치하고 잘시간이므로 사요나라!
편차치 높아!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는 전통적인 사이버펑크 아젠다를 다루지 않기에 그리 느낄 수 있음 - dc App
전기양은 소설도 번역판은 나쁘진 않은데 영화가 더 나은듯 - dc App
오히려 심너울 작가의 단편집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않아야지'의 단편들 중 몇몇 작품에서 '사이버펑크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 - dc App
확실히 전기양을 넣을까 말까 고민도 했지만 갠적으로 전기양과 블러너는 꽤 다르다는 느낌이 있어서 빼는게 낫겠다 싶었음 사펑영화소개라면 당연히 블러너가 1착이었겠지만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는 먼가 있을건 다 있는데 정서 자체가 왠지 좀...이거 사펑 스킨만 씌운 로판물인가 싶어서...
◆정답입니다◆ - dc App
오류가 발생했습니다의 경우에는 포스트-사이버펑크적이라고 생각함 - dc App
본 헤즈는 얼터드카본 드라마판은 매우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와요
허나 소설은 매우 그윽하였다
사실 킨나만 연기가 괜찮다 느꼈던걸 빼면 본 헤즈도 보다가 말았사와요 드라마판은 각색이 좀 이상하와요
스노 크래시는 주인공 이름이 '영웅 주인공' 이었던 것이 쌈박했던 기억이 남아 있음 - dc App
개인적으로는 비틀리스 추천 - dc App
스노 크래시는 캐릭터 디테일 사회관 모두 빼놓을게 없는데 그놈의 수메르 얘기만 시작되면 극한의 설명충 모드로 돌변하는게 많이 유감스러웠음 좀 더 세련되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그래도 엔키 이야기는 좀 특이한 방식이었지만 의외로 사이버펑크의 근본인 '자아'에 대해서 다뤘다는 부분에서 가점이 있다고 봄. 개인적으로는 히로보다는 후아니타가 문제였어 - dc App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는 어떤지? - dc App
pkd의 소설들은 언제나 현실 그 자체에 대한 의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해서...사펑으로 이어질 많은 원형들을 낳긴 했지만 사펑이란 장르 그 자체와는 약간 거리가 있지 않나 생각함 전기양을 넣을까 말까 하다가 결국 뺀것도 그래서이고...
물론 pkd 소설에 꾸준히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은 나도 좋아함 사펑느낌 나기도 하고
리포맨은 주드 로, 포레스트 휘태커 주연의 영화판도 있다
영화판은 형님 이새끼 웃는데요 결말이라고 듣긴 했음
국내 사이버펑크 갤러리입니다. 사이버펑크와 관련된 주제를 올려주세요.
마르두크 스크램블 재밌슴다
신간도 복각도 안나와...아밧...아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