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복수: 황진이, 태권도, 무궁화호 왕깽판! (Geisha Karate Shinkansen and Hell)




네오명동에 있는, 어두컴컴한 웨스턴 씨름바에서.


중금속 산성비에 젖은 콘크리트 벽에, 멕시코 모자를 쓴 씨름선수가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메마른 음색이 불경같은 조화와 함께 울려퍼진다. 카운터 위에 걸린 황소의 머리뼈가 "본격파"라고 굴림체로 쓰여진 네온 사인의 불빛에 의해 분홍색으로 그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


바바리코트를 입고 모자으로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남자가, 어두운 안쪽 자리에 홀로 앉아 씨름경기를 바라보며 처음처럼 소주를 단숨에 들이킨다. 씨름선수가 퉁기는 곡이, 전설의 천하장사 "헐크호건"의 용맹한 입장 테마로 바뀌었다. 남자는 자연스래, 부츠의 뒤꿈치와 나무 바닥으로 리듬을 탄다.




낯선 여자가 남자의 맞은편 의자를 끌어당겼다. 그 옷차림으로 미루어보면, 기생이다. "합석해도 괜찮을까?" 라고 묻는다. 남자는 기분이 좋았다. 『술』, 『어둠』, 『음악』, 『불경』 ······ 여기에 『잃어버린 일상』의 손패를 맞추기 위한 마지막 한 장, 『여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남자는 끄덕, 모자를 벗지 않은 채 목례했다.


"내가 날치알 칵테일 한 잔 사줄까~??" 남자는 이전에 그랬듯 물었다. "됐거든요." 기생은 작법대로 거절, 어딘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맞은편 나무의자에 앉았다. "그리 말하면 너무 서운한데." "그럼.". 그러자 심판원이 시원한 에메랄드빚 칵테일을 가지고 왔다!


두 사람은 잠시 조용히 대화를 즐겼다. 남자는 소주를 병째로 마셨지만 예의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기생은 남자의 온몸에서 풍기는 맹렬한 알콜 냄새를 눈치챘지만, 코트의 안에서 은밀히 배어나오는 썩는 냄새와 갈비뼈를 타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주는 눈치채지 못했다.


남자의 이름과 조용한 일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의 현재 이름은 제노사이드.... 썩어가는 육체를 가진, 무서운 닌자좀비다~! 씨름 바의 어두운 분위기와 웨스턴 햇의 그림자에 가려진 그의 얼굴은, 붕대를 방불케 하는 검은 닌자복면으로 덮여 있다. 그의 눈에 눈꺼풀은 없고, 입술마저 썩어 떨어져나간 것이다.


기생은 유리라고 이름을 댔다. 남자는 고집스럽게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녀는 어째서인지 이름도 모르는 이 남자에게 매료되었다. 정신을 차리니 말할 예정이 없던 것들까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 남친한테 차이고 네오서울에서 일을 계속 하기도 힘들어져, 경주공화국에서 인생의 재출발을 할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무궁화호? 아니면 비행긴가~?" 남자가 소주를 들이키며 물었다. "무궁화호야, 돈이 없는걸." 유리는 날치알 칵테일처럼 건조하게 웃었다. "죽을라고 환장을 했고만~." "인생이 다 그렇지~." 하고 대답하면서도, 눈앞의 이 남자가 차 안에서 곁에 있어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유리는 생각했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어두컴컴한 스테이지에서는 씨름선수가 기타를 거꾸로 뒤집어, 보디를 손으로 두드리며 리듬을 탄다. 또 한 명의 씨름선수가 열정적이나 한편으로는 어딘가 바싹 마른 밴조 솔로를 울리며 점내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때! 웨스턴풍의 문을 밀치며, 4명의 닌자가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닌자?! 닌자 왜?!" 여자는 반사적으로 절규를 지른다! 테이블 위를 덤블링으로 건너뛰며, 닌자들은 일직선으로 접근해온다~!! "끄 아 악!" 씨름선수 사망! "아이에에에에!" 손님이 졸도! "악!" 심판원이 사망! "따흐아아악?!" 손님이 실금! "끼요옷!" 스모토리가 사망!


기생은 고개를 돌렸다. 남자가 일어나 임전 태세를 갖추고, 웨스턴 햇을 내던진 채 있었다. 닌자들을 향해 무언가 저주의 말을 내뱉는 듯 했고, 입술 없는 입이 찢어질 듯 커다랗게 벌어져 있었다. 절그럭절그럭 쇠사슬 소리와 함께 불길한 전기톱날 회전음이다~~!!


과도한 공포와 혼란으로, 일시적으로 기생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꺄아악! 좀비다!))) 그녀는 소리치며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긴다. 바닥에 소주웅덩이와 그 부위를 알 수 없는 살점이 있었다... 제노사이드는 그 테이블을 박차고 4명의 닌자들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유리는 썩는 냄새가 미미하게 섞인 소주 웅덩이 속에서 오줌지린채 그 몸을 눕힌 채 있었다. 뉴런이 공포에 대한 방어수단을 강구해, 불쌍한 그녀의 의식을 셧다운시키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그녀는 들었다. 전기톱의 회전음을, 절규를, 무언가 잘려나가 나뒹구는 소리를......


그리고, 무언가 정체 모를 소리와, 그 남자가 내는 괴로움의 목소리를. 마지막에는 죽음의 정적에 휩싸인 점내에 발해지는 닌자들의 목소리를. "·····이박사님.. 제노사이드의 포획에 성공했습니다······실제 대단한 효과입니다, 이것은······예...예 분부대로~!! ······경주로 가는길에·····선물 세트로..."



피를 잔뜩 뒤집어쓴 "본격파" 라고 쓰인 네온 사인이 타들어갔다. 버팔로의 머리뼈가 천천히 낙하해, 지면에 천장을 보는 채로 쓰러져 있는 씨름선수의 기타를 울린다. (······경주공화국······제노사이드) 유리는 마음 속으로 필사적으로 중얼거리며 정신을 잃었다.





"경주행 NS893편은, 정시대로 2시간 후에 출발합니다, 여권과 티켓을 잊지 말고 4번 게이트로···" 무기질적인 전자음성이 네오서울역 대기실에 울린다. 네 개의 기둥으로 떠받친 높고 둥근 천장에는 「선물」 「여행」 「면세품」 같은 허무한 광고가 흔들리고 있었다.


네오서울에서 나고자란 건이의 마음에 일말의 두려움이 스쳐간다. 잡다한 시다바리들로 북적거리는 복도에 갑자기 멈춰 서서, 짊어진 룩색을 열고 이복수 명의의 위조 여권을 재차 확인한다.... "조심 좀 해라~!" 깡패가 폭언을 퍼붓고 떠나간다.


건이에게 있어서, 태어나 자란 나라를 떠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죽은 가족의 묘비와도 같은 63빌딩을 떠남으로써, 자기 자신의 존재가 무척이나 옅은 무언가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그의 가슴속에 소용돌이친다...


하지만 그래도 건이, 아니 복수의 닌자는 무궁화호에 타야만 한다. 교토공화국으로 향해, 암흑재벌길드를 혼내주고 흑기사 다크의 그림자를 쫓기 위해.


◆◆◆


덜컹덜컹덜컹······. 턴 테이블을 방불케 하는 선로가 삐걱거리며 회전을 멈추고, 육중한 강철과 투박한 강화 티타늄 장갑판에 의해 둘러싸인 검은 무궁화호 차체가, 리볼버에 장전되는 탄환을 방불케 하며, 천천히 역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승강장 양 끝에 늘어선 가느다란 철제 기둥에서 정기적으로 불기둥이 솟구친다.


"오라―이! 오라―이!" 형광 오렌지색의 작업복으로 몸을 감싸고, LED 제등을 양손에 든 씨름선수 작업원이, NS893편을 적절한 홈으로 유도한다. 우웅―! 우웅―! 격렬하게 불기둥이 치솟아, 체온을 급상승시킨다. 터프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하아―! 하아―! 오라―이! 오라―이!"


2번 차량의 상부에 비치된 제트 엔진이 불기둥에 비추어진다. 선두 차량의 상부에는 열차 강도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흉갑과 고정식 머신건 8정. 거기에 쾌적한 IRC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위성통신 파라볼라 안테나가 탑재되어 있고, 소면을 방불케 하는 형형색색의 LAN코드 다발이 뻗어 있다.


"하아―! 하아―! 하아―! 악?! 꺄아아아아아악!" 여기서 돌연, 창문을 대걸레로 닦던 씨름선수 일꾼 한 명에게 불기둥의 불꽃이 인화! 금세 불덩이가 되어 홈을 뒹군다! 나무아미타불~! 수작업 정신을 중요시하는 한국사회에서는 무궁화호 같은 최신 열차도 손세탁이다~!!!


"NS893편이 준비되었으니, 양반 클래스 승객부터 탑승해주시와요" 홈과 출발 로비에 전자음성의 안내방송과 국악식 장구와 북의 기분좋은 BGM이 흘러나와, 신라 분위기를 높인다. 양반 클래스는 일반적인 비행기에서 말하는 퍼스트 클래스라는 것이다.


수트 케이스를 끄는 꽃무늬 셔츠의 남자들이, 줄줄이 출국 게이트를 빠져나간다. 복제조폭이다. 케이스의 내용물은 꽃등심 분말이나 소자일 것이다. 철도 회사를 인수하여 그들은 출국심사와 수화물 체크 등을 전혀 받지 않았다... 비겁한 새끼들~! 이 열차편에 할당된 짐승의 숫자 893에는, 이러한 숨겨진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아이고 무서워!


복제조폭들은 복제 특유의 통일감으로 다이묘 · 클래스 차량에 승차한다. 오십 명 쯤 될까. 같은 머리 모양, 같은 선글라스, 같은 보폭, 같은 발을 앞으로 내민다. 그 사이에는 후드가 달린 검은 가죽 롱코트를 입은 자들이 몇 명. 분명히 복제인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정체는······닌자다~!! 엄마야~!!


"하―! 지쳤다고! 네오서울은 똥냄새가 나니까!" 양반 클래스에 올라탄 자이바츠 닌자들은 온돌바닥에 앉아 릴랙스한다. "그러게.. 하지만 제노사이드를 잡았으니······" "아아, 분명히 승진이야" "누구의?" "우리의 승진 말이야~~!" "우정!"


"미리 축하해 둘까!" 유난히 큰 키의 닌자가 벽에 박힌 lrc 단말기로 상당한 양의 양주와 황진이봇 4대를 주문한다. "좀 비싸지 않아?" 라고 말하는 다른 닌자. "경비니까 괜찬아~!" 또 다른 닌자가, 방구석에 놓인 고급 비단이불 위에 뒹굴며 말했다.


"포탈을 빠져나올 때는 죽는가 싶었는데" 무거운 코트를 벗으며 ,닌자 중 한 명인 바람돌이가 말한다. "네오서울의 저승사자를 안 만나서 다행이야." "뭐어······" 덩치큰 닌자, 사이클롭스도 코트를 벗으며 답한다. "우리 4명이라면 원수를 갚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아, 정말 그렇지" 하고 세 번째 닌자, 스토커가 말한다. 그는 은밀행동에 능한 자객 닌자 클랜의 닌자악령이다. 게다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특수체질의 소유자이다. 마지막 네 번째 닌자는 아직도 코트를 벗지 않고, 어딘가 불쾌한 듯 방구석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


이 과묵한 네 번째 닌자의 이름은 검투사맨.... 경주로 돌아가면 사부로 승진할 수 있을 고참 닌자다. 다른 세 명은 일반닌자의 위계에 오른 지 얼마 안 된 애송이들 뿐이라, 어울릴 생각은 그에게는 추호도 없었다.....


"이어서 평민 클래스의 승객, 탑승해 주시와요" 전자음성이, 양반 클래스에 이어 이른바 비지니스 · 클래스의 승객들을 홈으로 안내한다. 평민 클래스의 좌석은, 독자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특급 열차의 그것이다. 리클라이닝, IRC 단말, 씨름중계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어서 중앙부 차량에 짐의 적재가 행해지므로, 후부 차량의 노비클래스의 승객은 조금 더 기다려 주시와요·······" 음성의 안내방송이 흐르는 가운데, 건이는 직장인들의 긴 행렬에 섞여, 티켓의 차량 번호와 자리 번호를 확인하고 있었다. 낸시가 마련해준 위조 티켓이다.


"저기, 혹시······" 갑자기, 건이의 뒤에서 말을 걸어온다. 아리따운 여성의 목소리였다. 뒤돌아보니 그곳에는 희미하게 소주향을 풍기는 낯선 기생이 서있다. 패스포트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그녀도 승객인가. "누구시죠~~??"건이는 모자를 다시 깊숙이 눌러 썼다.


"어젯밤에, 네오명동의 씨름 바에서···" 기생이 물었다. 그 남자와 뭔가 비슷한, 불길한 그림자가 있는 분위기를, 건이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인도 종종 그런 식으로 닌자악령을 느낀다! "씨름바라니, 무슨 얘길 하시는 거죠···" 건이는 그렇게 대답했고, 기생은 착각을 사과했다.


"나머지 손님, 게이트가 열렸으니, 10분 내로 승차에 협력해주시와요······" 무표정한 전자음성이 흐른다. 후지키도는 승차해, 72호차 B2번 좌석을 찾았다. 바닥의 칸에 의지하여 B2의 위치를 찾고, 그 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천장에 늘어진 손잡이를 잡는다. 노비 클래스답게 좌석은 없다!


"곧 출발합니다·····" 차내에 안내음성이 흘렀다. 제트 엔진의 굉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낸시의 위조 여권과 티켓은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건이. 그리고 문득 오른쪽 옆을 보니······무슨 우연인가, 그의 오른쪽 옆 B3좌석에는 조금 전 기생의 모습이 있었다.


기생 유리는, 아직도 스스로가 백일몽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어젯밤, 씨름바에서 일어난 살육은 사실이었던 걸까? 그녀가 기절에서 눈을 떴을 때, 씨름바는 공포의 피투성이 살인현장으로 변해 있었고, 경찰이 오기전에 그녀는 그곳에서 도망친 것이다.


"그 사람, 그 사람의 이름은···" 유리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한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떠올리는 것도 힘들다. 바바리코트를 입은 야성적인 그 남자···. 극도의 정신적 쇼크로, 닌자나 좀비같은 요소는, 그녀의 뉴런에서 빠져 있었던 것이다. 단 하나 기억하는 단어는······ "제노사이드"







닌자의 복수: 황진이, 태권도, 무궁화호 왕깽판!-(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