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되다.

비단, 내 자신에게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닌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이 무거운 짐은 죽어서야만 자유로워진다.

끝 없이 언덕 위로 바위를 굴리나 무심하고 비정한 신들에 의해 그 결실을 맺을 일이 없는, 맺는다 한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던 것이 다 스러져 사라졌을 시시 포스 처럼, 우리는 일상이라는 쳇바퀴에 가두어지어 그래도 내일은 좋은 날이 올 것이 근거 없는 희망에 매달리어. 올지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그들처럼 목을 길게 빼내어 무엇인가 있기만을 바랄 뿐이고.

초록색 종이 조각을 위해 시간과 영혼을 팔아 내 감정을 죽이고, 내 자아를 죽이고 텅 빈 우물처럼 공허하여 그저 껍데기만을 간신히 유지 한 채로. 영원히 굶주림과 갈증에 시달리며 고통 받는 틴탈로스처럼, 우리는 편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의 노예가 되어 혹사 당하며 탄식 할 뿐이다.

그렇게 시간은 무정히 흐르고 흘러.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꽃잎은 하나 둘 씩 그 빛을 잊어가고 찬란하게 빛났던 젊음은 깊은 그림자만을 길게 드리운다. 표출되지 못하는 감정들은 안에서 끓어올라 속이 바짝바짝 타오르건만, 같은 피가 흐르는 이들마저 기대어 설 수 없으니. 이 끓는 마음을 성토할 곳은 거울 앞에 서는 수 밖에 없으리라.

단 한 번 고개를 치켜올려 푸르른 하늘을 바라볼 여유도 없것만, 검은 장막이 드리운 새까만 하늘은 모든 색채를 빨아들인 듯이 반짝이는 별들도 숨을 죽인 채 숨고 오롯이 달만이 고독하게 자리를 지키니. 저 처량함에 내 자신이 겹쳐 보여 나도 모르게 뺨을 타고 흐른 물길이 콘크리트 지면을 적시니.

한평생 뒤도 안보고 달려왔것만, 뒤돌아보니 천길 낭떠러지 끝이요 나아갈 길은 끝이 보이지 않네. 무엇을 위해 이리 살았는가, 묻노라면 돌아오는 것은 숨통이 조여올 정도의 적막이라.

세상에 나라는 점 하나 지워진다 한들, 기억 해줄 이 그 어디에 있는가. 저 멀리 밀려왔다 모래사장에서 사그라드는 파도처럼, 그냥 그냥 사라지겠지. 그래도 세상은 돈다, 그가 말했던 것 처럼. 그래도 세상은 돌겠지. 저 드넓은 우주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장엄한 죽음과 위대한 탄생의 순간을 반복하거늘, 내가 무어겠는가.

그대도 알지 않는가? 이 허무를. 이 고통을. 이 고뇌를.

그러니......













"목숨만은 살려주게나, 닌자 슬레이어=상-!!!!!!!!"

엘러퀀트가 방금 전 까지, 자신과 실없는 대화를 나누던 스케이프 고트의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닌자 슬레이어에게 도게자하며 소리쳤다.

DO-GE-ZA-!

제펜에 거주하는 독자제형들이시라면, 이것이 얼마나 큰 모욕인지를 깨닫고 경악하고 계시리라. DOGEZA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대 상대에게 굴복을 드러내는 자세로, 어머니와의 강제 FUCK이 기억소자에 저장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엄청난 굴욕-!

엘로퀀트는 그런 행위를 서슴 없이 저지를 정도로 간절한 것이었다. 누군가가 본다면, 긴타마가 없다며 혀를 찾을 테지만 어디까지나 실제로 죽음이 찾아온다의 영역 밖에 있는 자들의 오만일 뿐. 엘로퀀트의 DOGEZA는 실로 합리적이었다. 닌자라면, 누구나 닌자 슬레이어는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을터.

그리고 바로 지금, 닌자가 가진 일반인 세 배의 상황판단능력이 발현된 것이었으리라. 만약 닌자가 아닌 요타모노 혹은 야쿠자 였다면, 닌자 슬레이어에게 공격을 가함으로서 바로 지고쿠헬로 딜리버리 되었을터. 그러나 엘로퀀트는 잠깐의 굴욕을 견딤으로서 이쿠사에서의 승리에 한걸음 다가간 것이다.

DOGEZA를 받은 상대는 자신의 오만에 삼켜져 상황판단능력이 흐려진다. 실제 이쿠사에서 승리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가 승자라 생각하며 자신의 발 밑에서 DOGEZA 하는 자를 내려볼 뿐이다. 바로 그 오만이 만든 실낱 같은 틈새가 이쿠사에서의 패배를 의미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상황은 뒤집어져 있는 것이다.

오오-! 보라-!

엘로퀀트의 푸른색 닌자 장속 품에서 네온 사인을 받아 번뜩이는 서슬퍼런 칼날을 닌자 슬레이어는 눈치 채지 못한 것이었다.

'렛 유어 가드 커밍 백 데스.' 헤이안 시대의 철학자이자 검사였던 마야모토 마사시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혀를 차며 이렇게 말했으리라. 엘로퀀트는 아직 채마르지 않은 물웅덩이를 거울 삼아 닌자 슬레이어의 움직이 완전히 멈춘 것을 확인-!

자만에 빠진 것인가? 닌자 슬레이어-! 아부나이-!

엘로퀀트가 발 끝으로 지면을 박차고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방불케 하는 기세로 뛰어오른다-!

DOGEZA의 자세를 취한 것은 모두 이 앰부시를 위해서 였던 것이다-!

0.5 콤마의 순간 품에 숨겨둔 도스 대거를 출수-!

"죽어-! 닌자 슬레이어=상. 죽어-!

형형색색의 네온 사인에 번뜩이는 도스 대거의 검신이 무지개빛으로 빛나며 닌자 슬레이어의 목을 베어내고 붉은 벗꽃이 사방에 흩날린다.

"자만했는가-! 닌자 슬레이어=상-! 그것이 네... 뭣이-?!?!!!"
갑작스레 지면이 솟아올라 엘로퀀트를 덮쳐온다-!

'무언가의 짓수인가-?'

일반인 세 배의 상황판단능력으로 주변을 살피던 엘로퀀트는 보았다-! 고장난 스프링클러처럼 머리가 사라진 채, 피를 뿜어내는 자신의 모습을-! ALAS-!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닌자의 동체시력을 가진 독자제형 분들이시라면 보았으리라-!

추진력을 얻어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방불케하는 기세로 날아든 엘로퀀트의 앰부시를 오른발을 축 삼아 베이비서브미션으로 피해낸 다음 카타나를 방불케 하는 촙으로 엘로퀀트의 수급을 베어낸 닌자 슬레이어의 와자마에를-!

오만에 빠져 승리를 확정 했던 것은 닌자 슬레이어가 아닌 엘로퀀트 본인이었던 것이다-!

우카츠-! 이 무슨 치명적인 우카츠-!

주인을 잃은 몸통이 줄이 끊긴 카라쿠리 인형처럼 무릎을 꿇고 두손을 포개어 DOGEZA 한다-! 이 무슨 만담과도 같은 일이란 말인가-!

'사 요 나 라'

원망도, 탄식도 내뱉지 못하고 엘로퀀트 폭발사산-!

네오 사이타마의 사신은 비정한 시선으로 폭발사산한 엘로퀀트를 잠시 내려보고는 수급을 챙기고는 스카이스크래퍼가 드리운 짙은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 모습을 감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네오 사이타마의 밤하늘을 참치 체펠린들이 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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