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독수리의 날에 들어있는 에피소드는 라이즈 어게인스트 템페스트를 제외하면, 번역할 당시에 한 번 읽고나서 다시 안 읽은 에피소드들이 많았던 것 같다.
데이드림 네이션도 그런 부류에 들어가는 작품임.
꽤나 옛날에 업로드한 작품이라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교토에서 네오 사이타마에 친구를 만나러 놀러온 크로마(아마 지금 번역했으면 쿠로마로 했을 거 같음)라는 청년이 LAN 소켓도 증설하지 않았는데 졸지에 친구에게 휘말려서 LAN 소켓 증설자들이 모이는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고, 시계태엽 오렌지 속 루드비코 요법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를 이용한 강제 정신 교정을 받다가 로닌 리그 그리고 닌자와 엮이게 되는 이야기.
독수리의 날을 둘러싼 상황 묘사에 아무래도 쏠려있는 작품이라, 개별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아무래도 좀 모호한 면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천천히 읽으니 새삼 눈에 밟히는 부분들이 좀 있더라.
1. 영화를 사용한 고문 장면
계속해서 같은 영화를 보면서 그 장면이 '기쁜 것' 인지 '화내야 할 것'인지 '슬픈 것' 인지 '즐거운 것' 인지를 계속 판단하여 버튼을 누르는 것을 무한대로 반복.
닌자 슬레이어에는 스시 토쳐링을 비롯한 창의적인 고문 장면들이 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정신만을 파괴하기 위한 고문 장면은 달리 없었던 것 같음.
아이디어 자체가 참신해.
2. 닌자의 짓수에도 견디는 '마음의 궁전'
이런 반복된 영화 고문, 그리고 상대의 살 의욕 자체를 빼앗는 '디프레션 짓수'에 대항하는 모탈들의 방법으로 자신의 카라테와 강렬한 기억을 계속해서 떠올리는 마음의 궁전이라는 방법이 언급되는데, 크로마의 마음의 궁전은 다름아닌 교토에서의 닌자 슬레이어와 소바 셰프의 이쿠사 배틀이었음.
닌자를 이겨내는 모탈의 정신력이라는 것도 참 닌슬 세계관에서는 드문 것인데 그 근간이 닌자 슬레이어라는게 또 묘한 맛이 나.
3. 아이자와와 타네코 커플
사실 이제와서 새삼 데이드림 네이션 감상을 적고 있는 가장 큰 이유임.
당시에는 번역할게 너무 많이 쌓여있어서 거의 기계처럼 번역 찍어낼 때라 곱씹지를 못했는데,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끝에 함께 코토다마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이 두 사람의 존재 방식이 참 감정적이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따뜻함이 있음.
요새 이거저거 하느라 3부작 아카이브의 X파일 작업을 못하고 있는데, '데이드림 네이션'의 X파일에 따르면 AoM 시대의 도시 전설 중에는 코토다마 공간에 다이브 했다가 뇌사 판정을 받은 해커 한 명이 우연히 '블랭크 룸'이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아이자와와 타네코라고 자칭하는 남녀의 도움을 받아 현세로 돌아왔다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
이미 두 사람의 시체는 썩어문드러졌겠지만 여전히 두 모탈의 정신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게 참 기묘하면서도 매력이 있어...
아... 그나저나 3부작 아카이브... 해야되는디... ㅜㅜ
3부작 아카이브는 신입독라노예=상과 검수독라노예=상이 힘내주시고 있는데스
note에서 가끔 #njslyr_kr 태그로 검색해서 신착순 딱 누를 때마다 실로 든든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사와요
저도 비지니스가 바빠 조금씩 슬레이트를 건드리는게 다라 감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