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에 앉자 매니저가 작은 종지에 내온 식전의 전복죽. 감칠맛이 아득히 좋다.
"광어."
광어가 나온다. 희고 도톰하다. 그 살은 졸깃하다. 아무것도 가하지 않고 그냥 먹는다. 와사비의 향이 알싸하다.
"도미."
도미가 나온다. 붉고 도톰하다. 그 살은 탱글하다. 역시 아무것도 가하지 않고 그냥 먹는다. 붓댐잇! 이타마에 셰프=상의 실수인지 와사비가 정량보다 많다. 새우 머리가 들어있는 미소 스프를 머금으며 후윽후윽 콧김을 내뿜는다.
"오징어."
오징어가 나온다. 날오징어 살에서 배어나온 점액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끈적함이 입 안으로 퍼지는 동시에 치아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약간의 저항감이 역시 좋다. 나는 이래서 오징어가 좋구나, 다시금 생각한다.
"오징어."
다시 오징어를 주문한다. 이번에는 얇게 썬 초생강을 간장에 적신 뒤 초밥 위에 얹어 입 안으로 가져간다. 짭짤하면서도 시원하고 새큼달큼한 맛이 오징어의 식감과 함께 퍼져나간다.
"생맥주 한 잔."
참지 못한다. 거품과 술이 3:7 비율로 따라진 생맥주가 매혹적 황금빛을 발하며 살얼음 낀 유리잔에 서빙된다. 다음 것을 주문하기 전에 두 모금 마신다. 목젖이 깜짝 놀랄 만큼 차가운 맥주. 아득히 좋다.
"날치알."
날치알 군함이 나온다. 입 안에 집어넣자 놀라울 만큼 녹진한 김 향과 함께 토도독 터지는 알들이 기분 좋다. 역시 날치알은 간장이나 생강 등을 곁들이지 않고 즐기는 것이 최고다.
"가리비."
가리비 초밥이다. 보통 작은 가리비 전체를 올리는 다른 스시 가게와 달리 이 가게는 대단히 두툼한 가리비 관자만을 살짝 그을려서 올려 준다. 이 자신감이 마음에 든다. 관자만이 올라가 있건 작은 가리비가 올라가 있건 가리비는 항상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가리비."
또 다시 가리비다. 이번에는 간장에 적신 초생강을 얹어서. 간장과 가리비와 초생강과 밥알이 입 안에서 짧은 축제를 벌인다.
"가리비."
세 번 연속 가리비를 주문하자 이타마에 셰프=상이 살짝 눈썹을 들어올리고는 초밥을 쥐는 일에 몰두한다. 부처의 미소도 세 번까지라는 코토와자와도 같은 나만의 미식 철칙. 정말 마음에 드는 초밥도 세 번까지. 처음 한 번은 아무 양념도 가미하지 않은 오리지널, 그 다음 두 번째는 취향껏 양념하여. 마지막 세 번째는 둘 중 마음에 들었던 것을 한 번 더. 오늘의 세 번째 가리비 관자는 아무런 곁들임 없이 집어든다. 존득하며 부드럽다. 공존하기 어려운 두 식감을, 가리비는 그 몸 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성게."
사실 도박과도 같다. 저번에 먹었던 성게는 감칠맛보다 비린 맛이 강해 대단히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성게를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한 번의 미스는 참아주도록 한다. 이타마에 셰프=상이 언제쯤 성게를 주문하시나 궁금했다면서 너스레를 떨며 성게 군함을 올린다. 저번에 매니저를 통해 전달했던 성게의 품질이 신경쓰여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는 뜻이니만큼 기대가 된다. 그리고 나온 성게는 한 번의 실망을 넘어 더욱 커다란 감미를 가져온다. 녹진하며, 부드럽고, 크리미하며, 감칠맛이 넘친다.
"성게."
두 번째 성게. 역시나 실망은 없다. 군함류 초밥은 가미를 하지 않고 먹어야만 그 참맛을 즐길 수 있다는 개인적 지론에 따라, 성게의 생식소는 은은한 김맛에 감싸여 목구멍을 넘어간다.
잠시 생맥주 한 모금.
"연어알."
진홍빛 탱글한 송송이 보석을 잠시 감상하다 입에 넣는 순간, 붓댐잇! 연어알이 너무 짜다. 염장을 잘못했나? 고공비행하던 기분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이럴 때야말로 곡예 비행을 방불케 하듯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려야 한다. 제일 무난하면서도 입 안의 짠맛을 씻어낼 수 있는 픽을 신중하게...
"광어."
오늘의 두 번째 광어. 입 안의 짠맛을 씻어내기 위해 간장에 적신 초생강을 얹은 채로다. 생강의 달큰한 알싸함이 연어알의 질척임을 몰아내며 수직낙하하던 기분을 순항 고도로 되돌려 놓는다. 앞으로 두 피스 정도 먹는다면 오늘은 기분좋게 마무리가 가능할 것 같다. 광어와 초생강으로도 몰아내지 못한 연어알 맛은 생맥주 한 모금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꽃등심."
한입 크기로 쥐어진 밥에 얹힌 고급 꽃등심이 토치 밑에서 서서히 익어간다. 이것을 보며 생맥주를 한 모금 하는 것은 경건한 의식을 방불케 한다. 녹아내린 지방이 좌르르 흘러 카운터의 조명 아래 은은한 윤기를 띠는 위에 생와사비를 살짝 얹자 점차 칼집 사이로 녹아들기 시작한다. 농후하고 고소한 지방 맛을 와사비가 잡아 주는 것이다. 저절로 눈이 감긴다. 아득히 좋다.
"성게."
마무리는 성게. 보통 식사의 마무리는 깔끔하게 끝내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입 안에 녹진한 맛의 여운을 남긴 채 즐기는 나의 버릇이 또 튀어나왔다. 그러나 성게는 너무 맛있기 때문에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과하게 남는다면 그 때는 남은 맥주를 단번에 들이켜 씻어내면 된다. 아아, 성게. 감칠맛. 아득히 좋다....
"계산."
붓다 쉿! 써야 하는 카드를 두고 왔다. 결국 눈물을 흘리며 체크카드로 결제를 한 후,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애매한 기분으로 겨울 밤의 길거리 속으로 걸어나간 것이다.......
◆이상입니다◆
"광어."
광어가 나온다. 희고 도톰하다. 그 살은 졸깃하다. 아무것도 가하지 않고 그냥 먹는다. 와사비의 향이 알싸하다.
"도미."
도미가 나온다. 붉고 도톰하다. 그 살은 탱글하다. 역시 아무것도 가하지 않고 그냥 먹는다. 붓댐잇! 이타마에 셰프=상의 실수인지 와사비가 정량보다 많다. 새우 머리가 들어있는 미소 스프를 머금으며 후윽후윽 콧김을 내뿜는다.
"오징어."
오징어가 나온다. 날오징어 살에서 배어나온 점액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끈적함이 입 안으로 퍼지는 동시에 치아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약간의 저항감이 역시 좋다. 나는 이래서 오징어가 좋구나, 다시금 생각한다.
"오징어."
다시 오징어를 주문한다. 이번에는 얇게 썬 초생강을 간장에 적신 뒤 초밥 위에 얹어 입 안으로 가져간다. 짭짤하면서도 시원하고 새큼달큼한 맛이 오징어의 식감과 함께 퍼져나간다.
"생맥주 한 잔."
참지 못한다. 거품과 술이 3:7 비율로 따라진 생맥주가 매혹적 황금빛을 발하며 살얼음 낀 유리잔에 서빙된다. 다음 것을 주문하기 전에 두 모금 마신다. 목젖이 깜짝 놀랄 만큼 차가운 맥주. 아득히 좋다.
"날치알."
날치알 군함이 나온다. 입 안에 집어넣자 놀라울 만큼 녹진한 김 향과 함께 토도독 터지는 알들이 기분 좋다. 역시 날치알은 간장이나 생강 등을 곁들이지 않고 즐기는 것이 최고다.
"가리비."
가리비 초밥이다. 보통 작은 가리비 전체를 올리는 다른 스시 가게와 달리 이 가게는 대단히 두툼한 가리비 관자만을 살짝 그을려서 올려 준다. 이 자신감이 마음에 든다. 관자만이 올라가 있건 작은 가리비가 올라가 있건 가리비는 항상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가리비."
또 다시 가리비다. 이번에는 간장에 적신 초생강을 얹어서. 간장과 가리비와 초생강과 밥알이 입 안에서 짧은 축제를 벌인다.
"가리비."
세 번 연속 가리비를 주문하자 이타마에 셰프=상이 살짝 눈썹을 들어올리고는 초밥을 쥐는 일에 몰두한다. 부처의 미소도 세 번까지라는 코토와자와도 같은 나만의 미식 철칙. 정말 마음에 드는 초밥도 세 번까지. 처음 한 번은 아무 양념도 가미하지 않은 오리지널, 그 다음 두 번째는 취향껏 양념하여. 마지막 세 번째는 둘 중 마음에 들었던 것을 한 번 더. 오늘의 세 번째 가리비 관자는 아무런 곁들임 없이 집어든다. 존득하며 부드럽다. 공존하기 어려운 두 식감을, 가리비는 그 몸 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성게."
사실 도박과도 같다. 저번에 먹었던 성게는 감칠맛보다 비린 맛이 강해 대단히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성게를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한 번의 미스는 참아주도록 한다. 이타마에 셰프=상이 언제쯤 성게를 주문하시나 궁금했다면서 너스레를 떨며 성게 군함을 올린다. 저번에 매니저를 통해 전달했던 성게의 품질이 신경쓰여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는 뜻이니만큼 기대가 된다. 그리고 나온 성게는 한 번의 실망을 넘어 더욱 커다란 감미를 가져온다. 녹진하며, 부드럽고, 크리미하며, 감칠맛이 넘친다.
"성게."
두 번째 성게. 역시나 실망은 없다. 군함류 초밥은 가미를 하지 않고 먹어야만 그 참맛을 즐길 수 있다는 개인적 지론에 따라, 성게의 생식소는 은은한 김맛에 감싸여 목구멍을 넘어간다.
잠시 생맥주 한 모금.
"연어알."
진홍빛 탱글한 송송이 보석을 잠시 감상하다 입에 넣는 순간, 붓댐잇! 연어알이 너무 짜다. 염장을 잘못했나? 고공비행하던 기분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이럴 때야말로 곡예 비행을 방불케 하듯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려야 한다. 제일 무난하면서도 입 안의 짠맛을 씻어낼 수 있는 픽을 신중하게...
"광어."
오늘의 두 번째 광어. 입 안의 짠맛을 씻어내기 위해 간장에 적신 초생강을 얹은 채로다. 생강의 달큰한 알싸함이 연어알의 질척임을 몰아내며 수직낙하하던 기분을 순항 고도로 되돌려 놓는다. 앞으로 두 피스 정도 먹는다면 오늘은 기분좋게 마무리가 가능할 것 같다. 광어와 초생강으로도 몰아내지 못한 연어알 맛은 생맥주 한 모금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꽃등심."
한입 크기로 쥐어진 밥에 얹힌 고급 꽃등심이 토치 밑에서 서서히 익어간다. 이것을 보며 생맥주를 한 모금 하는 것은 경건한 의식을 방불케 한다. 녹아내린 지방이 좌르르 흘러 카운터의 조명 아래 은은한 윤기를 띠는 위에 생와사비를 살짝 얹자 점차 칼집 사이로 녹아들기 시작한다. 농후하고 고소한 지방 맛을 와사비가 잡아 주는 것이다. 저절로 눈이 감긴다. 아득히 좋다.
"성게."
마무리는 성게. 보통 식사의 마무리는 깔끔하게 끝내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입 안에 녹진한 맛의 여운을 남긴 채 즐기는 나의 버릇이 또 튀어나왔다. 그러나 성게는 너무 맛있기 때문에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과하게 남는다면 그 때는 남은 맥주를 단번에 들이켜 씻어내면 된다. 아아, 성게. 감칠맛. 아득히 좋다....
"계산."
붓다 쉿! 써야 하는 카드를 두고 왔다. 결국 눈물을 흘리며 체크카드로 결제를 한 후,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애매한 기분으로 겨울 밤의 길거리 속으로 걸어나간 것이다.......
◆이상입니다◆
아이에에에에ㅡ! 축삼 아워에 위꼴! 위꼴 왜?!!
못참겠담마-! 일어나자마자 바로 스시가게행이다!
나는 생맥주를 못마신담마! 오렌지 주스나 줘람마!
카치구미 프리랜서겸 미식가 고로=상을 방불케 하는 독백이 인상적이다. 달인!
꿀꺽.....!
모르고 글쓰는게 아니라 진짜 잘 알고 쓰는거네 - dc App
진짜 먹은 것이니 당연하다
스시 섭취의 달인으로 보이지만 역시 라오모토=상의 두 점 먹기엔 못미친다
달인!
잘 먹었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