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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경적이 크게 울려온다. 자전거의 브레이크를 반사적으로 밟아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네는,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는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일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참으로 모호한 질문이다.



뭐가 어찌 됐던 사람이라는 개체는 100년을 못 채우고 거의 죽는 꼴에 이르거늘, 하고 싶은 것이나 대충 하다가 죽자는 나의 신념에 일침을 가하는 말은 고슴도치의 그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어차피 모두가 황천길을 건너거나, 뱃사공 카론에 돈을 쥐여준다. 그런 지금까지 살아온 몇십 년에 비하여 무자비할 정도로 간단한 과정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은 나를 잊는 것이다. 물론 나라는 것은 지구에 기억되었겠지만, 내가 볼 수 없으니 모두 의미 없는 것이 아닌가.



일생을 그저 개망나니처럼 살아왔다.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할 것도 다 해봤다. 그런데 죽고 말았다. 막상 죽으니 아무 심정도 들지 않는다.



'어이, 젊은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야?'



그 노인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긴 도시 생활로 인해 그것을 점차 잊게 된 것 같았다.



차림새는 마치 잃을 것 없는 한적한 시골의 노인 같았다. 놀고 싶을 때 동네 노인네들과 화투를 치고, 곰방대를 피워대며, 가끔 소에게 여물도 주는, 그런 노인 같았다.



'자네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냐니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제 일생은 살 가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세에서 원한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즐겼던 것 같습니다. 목표 따윈… 없었습니다.'



그 노인은 노란빛 옷의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한 담배 한 개비를 꺼내며 말하였다.



'내가 뭘 해왔는지 알고는 있겠지?'



'잘 모르겠습니다. 초면인 것 같은데요…'



'예끼 이 사람아, 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어. 최소한 그 정도는 알아둬야 하는거 아니야?'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담배에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정말로… 그렇습니까?'



'…그래. 그랬었지. 그런데 나도 가끔은 사람들이 몰라주길 빌어.'



'왜 그러지요? 불명예스러운 행위를 하셨습니까?'



'불명예? 탄핵소추라고 하면 그 정도라고 하는지. 동네 노인들은 나를 맨날 놀려댔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그놈 때문에 올라갔다. 그놈이 잘못했다고들 했어. 나는 아직도 귀에 그 사람들의 비난이 들려.'



'…저도 학창시절에 그런 일을 당해본 것 같네요.'



노인은 꺼져가는 담배의 불씨에 다시 라이터를 가져다 댔다. 하지만 기름이 없었다.



'자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일생을 살아왔는지 아는가?'



'무엇을 위해… 말입니까?'



'국민의 행복. 그게 내 목적이었다. 내가 사법 고시를 본 이유도 그것에 비롯되었지. 뇌물과 비리가 판치는 우리나라를 내가 바꿔보자고 야심 차게 시작한 변호사 일이, 대통령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이 뒤바뀌었지. 늙어서 판단을 잘못하게 된 건지 원. 허허. 나는 뇌물을 받았네. 피아제라는 시계를 받고 아내에게 범죄 의혹을 떠 넘겼지.'



'…죄책감이 크시겠군요.'



'그렇지. 그런데 자네 그것을 아는가?'



노인은 담배를 신발로 문대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자네는 아직 젊네. 20대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고. 내가 다시 살아난다면, 국민에게 좀 더 좋은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게 할 거야.'



'…무엇을요?'



'뇌물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리 노무현이 아닌, 국민을 바보처럼 사랑하고 계속 관심을 가지는 국민 바보 노무현, 비리 정권에 맞서 청렴히 그 놈들을 없애는 청렴 노무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을 뛰어넘는 정서를 가지게 하는 실속있는 노무현, 지역감정으로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착한 사람 노무현, 모두에게 좋게 기억되는 그대로 좋았던 사람, 노무현. 같은 거 말일세…'





'…'





'자네는 아직 모를 걸세. 돌릴 수 없는 한순간은 소중하다는 것을… 잘 기억해두게나.'











그 순간, 알람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