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 붉게 번지는 노을 아래

논밭을 가로지르는 자전거 하나를 바라보니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고요한 산속에서 잠을 청하려다

문득 스며드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혹여 그대가 아직 어딘가에 머물러 있을까

쓸데없는 기대로 주위를 둘러봅니다.


할 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손목시계를 오래도록 들여다보는 것은,

이것이 그토록 원망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시기와 혐오로 얼룩진 밤하늘 위에 떠올라

아무런 대가 없이 세상을 비추었거늘,

사람들은 그런 그대가 오만하기 짝이 없다며


끝내 그대를 끌어내렸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날들 속에서

나는 인간이라는 이름이 몹시도 낯설어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대를 외면했던 세상 속에서

나는 그대의 여러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그대를 무시했던 세상 속에서 

나는 그대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를 떨어뜨린 세상이 이토록 밉거늘,

아이러니하게도 그 세상 속에서만

나는 다시 그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두렵습니다.

이곳이 아니면,

나는 영영 그대를 잃게 될까 봐.


범인(凡人)은

땅에서 태어나 하늘로 돌아간다 하였는데,

그대는 천인(天人)인지라 

구름(雲)에서 내려와 땅(地)으로 돌아간듯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그대를 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금 바위산을 오르지만,

막상 그 끝에 다다르면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은 

그저 평범한 인간임을 알기에,

끝내 발걸음을 멈추고 맙니다


그렇게 오늘도

적막한 마을 한가운데 서서,

나는 조용히 그대를 떠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