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 모든 생명체들이

물리적으로든, 성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관계적으로든

학대당하거나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애초에 약육강식의 먹이사슬,

생명의 유지 메커니즘 자체가

다른 존재를 희생시키고 찢어 죽여서 섭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광합성이나 하는 식물이 되지 않는 이상,

이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쾌고감수 능력,

즉 고통과 쾌락을 ‘당할 수 있는’ 모든 유정적 생물들이

자발적으로 비출생을 선택해서,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멸종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건 홀로코스트 같은 대학살을 긍정하는 게 아니다.

반출생주의는 어디까지나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 없이,

평화적으로 생물의 번영이 쇠퇴하길 바라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들을 학살하자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고통과 희생 자체를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동물들은 반출생을 실천할 지능과 의지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DNA 전달을 위한 생식의 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지능, 도덕, 의지, 윤리의식을 갖춘 인간이,

피임수단도 넘쳐나는 이 시대에

생로병사를 ‘당하게’ 만들면서까지 출산을 하는 건

대체 뭘 위한 악행인지 의문이다.


"인간도 본능을 가진 동물이니까 본능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그 논리대로면 본능에 충실한 동물들도,

환경이 좋지 않으면 번식을 중단한다.


"사회 유지와 국가 발전을 위해서 낳는다?"

그건 그냥 태아를 노예 부품 취급하는 거다.

출산이 부도덕한 악행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생명의 의미를 발견하는 관점도 있다"고?


예를 들어,

전쟁이나 범죄로 인해 팔다리를 잃거나

납치, 감금, 성범죄에 시달리는 인간들에게도


"그렇지만 삶은 의미 있어.

길가의 꽃도 아름답잖아?

태어나서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얼마나 좋아?"


라고 삶에 대한 긍정을 강요할 수 있을까?


그걸 누가 수긍할 수 있을까?

누가 그런 걸 강요할 자격이 있을까?


설령 그런 것들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백번 양보해서)

"아름답다"라고 할지라도,

생로병사를 포함한 개개인의 참혹한 희생과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경험할 가치가 있는가?


아니, 당해야 할 가치가 있는가?


애초에 당사자들은 그 쾌락도 고통도 필요로 하거나

동의한 적조차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당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일 수 있는가?


출산이라는 행위는,

단지 누구나 할 줄 아는 성행위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세상으로의 납치이며,


생로병사와 사건·사고를 강제로 부여받게 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할 희생물을 만들어내는 악행과 다를 바가 없다.


"쾌락"은,

존재하는 이가 그것을 박탈당하면 고통이 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에게는 쾌락 따위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고,

박탈당할 위험도 없는 무의미한 가치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쾌락을 원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것을 갖기 위해 고통을 ‘당할’ 필요도 없었으며,

끝끝내 그 쾌락을 박탈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출산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할 수 없다.


왜 굳이 타인을 강제로

세상이라는 지뢰밭에 던져놓고,


"예쁜 하늘을 봐",

"극복해",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말을 하는 걸까?


그냥 애초에 안 던지면(반출생) 되는 거 아닌가?

예쁜 하늘 따위에 관심 없는 사람도 많을 텐데.

애초에 삶과 죽음을 **‘당하겠다’**고

동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이걸 알면 적어도


"낳아줬으니 효도해라",

"극복해라",

"성공해라",

"노력해라",

"보답해라",

"넌 왜 저만큼 못 하니?",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해라"


같은 소리는 안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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