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과정에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양육비도 어마어마하게 들고,
자식이 속썩여서 스트레스 받는 것도
물론 크지만,
여기서 그 진부한 얘길 되풀이하려는 건 아니다.
설사 그 부모가 세계 최고의 갑부라
집에 보모와 집사가 상주하고 있어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는 고생 전혀 안 하고
애도 착하고 똑똑하여 부모가 바라는 대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산다고 해도
그 부모의 삶은 자식을 안 낳은 경우에 비해 매우 나빠졌다.
왜냐하면,
그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고
가장 잘됐으면 하고 바라는 바로 그 사람, 자식의 삶에
세상 최악의 해악을 끼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자식은 바로 그 부모의 행위로 말미암아 어마어마한 해악을 입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부모는 평생 그 사실을 모르겠지만,
부모가 주관적으로 그 사실을 모르고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과 별개로
부모의 자식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 자신의 행위가 자식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그 인생 최대의 소망이 박살나버렸다는 바로 그 점에서 부모의 삶은 크게 나빠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부모가 미국에 유학간 자식이 잘먹고 잘살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웬걸 자식이 총에 맞아 죽었고,
부모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부모의 삶은 그 사실 때문에 크게 나빠진 것이 분명하다.
그 부모는,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자식이 잘된다는 소식이 자기 귀에 들어와서 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걸 바란 게 아니다.
실제로 자식이 잘되는 사태를 원했다.
그런데 그 바람은 좌절됐다.
그래서 삶의 가장 중요하고 커다란 소망이 좌절된 부모의 삶은 크게 나빠진 것이다.
그런데 모든 부모들은
그 자식의 삶에, 자식을 존재케함으로써, 세상 최악의 해악을 끼쳤다.
그 점에서 부모의 삶은 매우 매우 나빠진 것이다.
이렇게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른 채, 자기 삶을 자기 스스로, 성실하게, 만족스러워하면서, 박살내는 짓들을 반복하며,
서로에게 권장하고 있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는 점이
이 세상이 지옥같이 끔찍한 수만 가지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