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의 타당성


반출생주의란 태어나지 않는 것이 태어나는 것보다 이롭다라는 것을 전제로 전개되는 사고활동의 일환이다.


우리는 태어남으로써 세상에 가득한 불쾌한 느낌과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데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태어나서 누릴 행복감도 없었겠지만 앞서 말한 부정적인 면을 느낄 일도 없었을테니 태어나기 이전 비존재의 상태일 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누구라도 태어나지 않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생명체를 낳는 것은 기나긴 세월 동안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두다 끝내는 죽게 만드는 최악의 범죄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를 뒷바침하는 논리는 여럿 있지만 내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이미 태어났는데 이제 어떡할 거냐"라는 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비존재로의 회귀"를 논하고 싶다.


혹시나 말하지만 모두 같이 손잡고 죽어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니다.


반출생주의자에게 "그럼 넌 왜 안 죽고 살아있냐" 라고 묻는 것은 출생주의자에게 "도대체 넌 왜 사냐" 라고 묻는 것과 같으며 돌아올 대답역시 출생주의자의 "태어났으니까" 처럼 반출생주의자로부터는 "아직 안 죽었으니까"라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다.


어쨌든 "비존재로의 회귀"란 무엇인가.


아직 나는 이에 대해 명백한 정의를 내리진 못했지만 어렴풋이 설명해보자면 "비존재로의 회귀"란 스스로의 존재를 무위무상(無位無像)하게 만들어 나라는 개인을 이루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즉, 형체만 있다 뿐이지 비존재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겠다는 이야기다.


나는 실제로 이를 죽음 외의 유일한 세상의 탈출구로 보고 있고 "비존재로의 회귀"를 실현키 위하여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나만이 통감하는 사안이고 조금 더 대중스러운 방식이 무엇이 있을까? 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이미 떠올린 바 있었다.


이건 아직 내 머릿속에서 정립 중인 "비존재론"에 대한 설명 중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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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데 반출생주의 시각에서의 최상의 상태를 꼽으라면 태어남으로 인해 존재화 되기 이전, 비존재의 상태를 이야기 할 것이다.


비존재란 무위무상(無位無像)의 개념으로 무한과 같이 현실엔 존재할 수 없으나 개념적인 상태로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비존재에게는 몇가지의 특징이 있는데


그 첫째는 바로 불확실성.


존재가 아니다. 즉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생겼을 지, 어떻게 행동할 지, 어디에 위치할 지 정해지지 않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없다.


이를 반대로 바꾸어 생각해보면 우리의 모든 것은 태어남을 기점으로 정해졌다고 볼 수 있으며 우리의 저주스러운 출생 또한 머나먼 과거로부터 확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라곤 하였지만 우리에게 낳음을 가해한 부모, 부모의 부모, 조상까지 이에 모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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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존재의 불확실성"이란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존재의 확실성"이라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존재란 이야기다.(슬프다)


그리고 존재는 인과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존재와 존재 사이에는 연쇄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태어날 때 정해졌듯이 우리를 낳은 부모 또한 태어났을 때 정해졌고 부모의 부모 또한 태어났을 때 정해졌으며 부모의 부모의 부모, 부모의 부모의 부모의 부모,...즉 머나먼 조상들 또한 태어났을 때 정해졌다는 명제가 성립된다.


이 말은 즉슨.


최초의 생명체 루카(진짜 이름이 LUCA다)가 생겨났을 당시 그때를 기점으로 우리의 탄생은 예정되어졌다 볼 수 있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모두 정해진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전제를 가질 수 있는데 이러한 전제 속에서 가해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당장 나와 내 부모 또한 어느 한 시점에 탄생과 죽음이 정해진 하나의 피해자에 불과하다.


그렇다 모두가 피해자다.


그리고 이는 세상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사건이고 현재진행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될 예정이기에 나는 세상에 악(惡)이 가득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하는 멸망의 타당성이다.


보통 우리가 온라인 게임을 할 때 그 게임의 운영이 잘못되거나 미숙하다거나 하면 그 게임을 망겜이라 부르며 언제 망하냐며 고사를 지내지 그 게임 잘되라고 여기저기 퍼나르는 경우는 드믈지 않은가 하물며 누칼협 방식으로 참여하게 되어 끝내 매몰까지 된 게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더하여 나는 인간의 멸망 혹은 지구의 멸망이 아닌 "존재 가능한 모든 세상의 멸망"을 제안하고 싶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어떠한 사건이 한 없이 0에 가까운 0.000.....1일지라도 시행 횟수가 무한하다면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무조건 100%에 고정된다.


나는 멸망을 주장함에 있어 "모두를 위한 멸망"이라 한다.


어느날 인류가 반출생주의에 미쳐서 진짜로 지금 세대를 마지막으로 하여 끝내 지구 상에 모든 인간이 한 명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뒤로 수 만년, 수 억년이 흐른 뒤에 다시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지구가 아예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서 지구 생태계의 종말이 왔음에도 이 넓디넓은 우주 어딘가에 또다른 지성체가(인간과 같으리란 법은 없지만) 생겨서 그들 또한 출생에 의한 고통을 격는다면 이 또한 잘못된 일 아닌가?


물론 아무리 인터넷 상에서 떠들어봐야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시피 할 것이다.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헛소리 하지 말라하며 콧방귀 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단 한명이라도 좋으니 자신 앞에 멸망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나처럼 망설이지 않고 세상을 멸망시켜줄 사람이 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