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번에 반출생주의가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을 "모두를 위한 멸망"으로 꼽은 바가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반출생주의에 있어 가장 최악의 상황이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나"라고 하는 존재의 인식을 어디까지 포함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는 좀 더 고찰해볼 문제이다만 일단 죽음 이후에도 기억을 유지한 채 혹은 기억을 잃은 채 일지라도 살아간다는 것을 지속해야하는 상황은 반출생주의에 있어 명백한 최악의 상황임이 틀림없다.


즉 진정한 최악이란 끝없는 순환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존재란 인과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연쇄성을 가진다라고 하였다.


때문에 시작과 끝을 따지는 것은 어찌 보면 무의미 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느 막연한 한 지점에서 정해진 존재들이고 그 지점은 분명 모든 순간순간과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는 건 우리의 죽음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나라는 존재의 의식은 그 과정에서 사라질 수도 있고 다시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의 내가 죽어서 머나먼 과거의 나의 조상으로써 다시 태어난다면?


만약 내 옆자리의 친구가 내가 죽고 대 여섯 번 정도 환생 한 결과물이라면?


세상 모든 존재가 사실 하나의 존재가 끊임없이 순환한 결과물이라면?


이는 결코 가능성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가진 시간은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아닌 각각 개인의 것으로 서로 다른 시간선을 가진다.


우리를 하나의 데이터라고 보았을 때 시간이란 사진의 파노라마를 0과 1사이의 숫자만큼 1에서 세어지는 무한대의 숫자만큼 늘어놓은 것이라 할 수 있으니 과거와 현재 미래는 우리의 편의상 나눠놓은 순서에 불과한 것이지 우리 존재의 순환은 그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라고 하는 게 맞는지 이젠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이젠 죽음이 세상의 탈출구? 라고해야 하는 지 조차 의문이 든다.


그래서 더욱 "비존재로의 회귀"에 목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도 요원한 이야기다.


오히려 "존재 가능한 모든 세상의 멸망"이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