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작성된 게시글들을 보며 잠시 생각을 하였다.
반출생주의를 지지한다면 비거니즘을 실천해야하는가?
나는 이에 대하여 논리상으로는 맞다고 생각한다.
반출생주의의 기본 논리인 "태어나지 않는 것이 태어나는 것보다 이롭다"에 기초하여 동물, 식물을 가리지 않고 태어나는 것보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 이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축의 개체 수를 늘릴 목적으로 인위적인 가축의 생산을 도모하는 축산업 관련 상품은 소비를 절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축산업에서 경제성을 위하여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동물에게 필요 이상의 고통이 가해지는 경우도 있기에 논리상으로는 반출생을 지지한다면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함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주장하는 비거니즘은 진정으로 실현되고 있는가?
그건 조금 더 고찰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단 반출생과 비거니즘의 공통점이라 함은 고통의 거부이다.
반출생은 비출산을 함으로서, 비거니즘은 축산업 상품 소비를 근절함으로써 자신들의 논리를 실천한다.
반출생과 비거니즘의 차이는 그 대상과 직접, 간접적인 사상운동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반출생은 말그대로 인간이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니 당연히 사회 통념상 출산의 전단계인 결혼을 했을 지 언정 아이를 가지지 않는 딩크족으로 살면 그것이 직접적인 사상운동이고 비거니즘은 실현이랍시고 소, 돼지, 닭 농장을 직접 때려 부술 순 없으니 소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간접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사상운동이다.
다만 여기서 내가 진정으로 실현되는가? 에서 묻고 싶은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상운동의 범위란 어디까지인가 이다.
반출생의 직접적인 사상운동과는 별개로 우리가 살아가며 사회생활...아니 생명유지 활동만 하여도 그것은 곧 돈으로 연결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효과를 극단적으로 바라보자면 우리가 생명유지를 위해 소비된 재화는 돌고 돌아 출산주의자들에게 가서 그들에게 수익을 안겨주고 가정을 꾸릴 경제력을 부여한다.
우리가 사치품을 소비하면 제 3세계 국가 국민들은 보석과 금, 은등을 채취하기 위하여 값싼 노동력으로 부려진다.
등등.
비거니즘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모든 것들은 밀접하게 혹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돌아간다.
그렇기에 실현되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되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즉 우리는 구분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선을 나누기 모호한 존재들이기에
~~를 하려면 ~~를 무조건 해야 한다 식의 논조는 틀렸다고 생각한다.
~~를 하는 이라면 ~~또한 고려해봄직하다 라고 한다면 나는 이것은 맞다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비거니즘 지지자들은 대체로(라고는 하였으나 거의 전부였다) 전자의 해야만한다 식의 사상전파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설득 해야 할 대중들의 큰 반감을 사는 방법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내적인 도덕적 우월감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반출생주의를 설파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있어 나는 이점을 유의하여 주었음을 당부하고 싶다.
반출생주의처럼 채식주의가 의무론적이라면, 채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결과가 어떻든 개인의 도덕적 의무 수행은 충족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출생주의나 채식주의에 대해서 목적론적으로 접근한다면(공리주의), 이 두 사상은 목적한 결과를 위해 잠시 거쳐가는 수단적 사상일 뿐이며, 상황이 바뀌면 정반대의 사상을 같은 목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상 전파는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의무를 어기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회 계약 하에서 허용되는 방식이라면 의무론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예컨대 인신공격, 협박, 물리력을 동원한 강요 등 해악 금지 의무를 위반하는 게 아니라면, 자기 확신적이고 강경한 말투로 뜨거운 논쟁을 야기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도덕적 잘못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전파자가 오만하고 선민 의식으로 가득한 자라서 그것이 말에 묻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이 사회 계약 내에서 허용되는 선이라면, 그 자체로는 잘못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거부감을 유도하는 태도는 설득에 있어서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보통일 것이다. 따라서 목적론적으로는 잘못이 될 수 있다.
반출생주의와 채식주의를 비교한다면,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반드시 어떤 면에서는 도덕적 실격 상태가 될 수밖에 없고,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것만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상태로 남을 수 있기에, 또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 어떤 문제도 있을 수 없다는 반사실적counterfactual 직관이 매우 강력한 직관이라고 보기에, 반출생주의가 채식주의나 그에 준하는 여타 윤리 사상들보다 직관적으로 강력한 편에 속한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채식하면서 아이를 낳는 것보다 아이를 낳지 않고 육식하는 것이 더 동물 보호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근데 그러거나 말거나, 채식주의 역시 같이 수행하면 더 좋은 것은 사실일 것이다. 굳이 우열을 가린다면, 비출산+채식>비출산만>채식만>출산육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