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덕이나 윤리 따윈 지킬 의무 없다>라는 주장은


그게 어디 골방 같은 데 틀어박혀 혼잣말을 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에 다른 사람들 보라고 올린 글이라면, 타인을 향한 의사소통행위이자, '주장'이다.


상대방에게 어떤 주장을 '진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두 조건만큼은 반드시 준수하여야 한다.


(1) 주장하는 사람 스스로 그 주장이 옳다고 여겨야 한다


(2) 해당 주장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검토할 대화 상대방의 능력과 지위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에 그 어떤 도덕이나 윤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자는


저 두 조건들을 지켜야한다는 당위조차도 스스로 부정해버린다는 거다.


세상에 아예 도덕이란 게 없다는 데 까짓것 알게 뭔가?


결국 스스로


내 글은,


언뜻 보기엔 진지한 주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똥입니다. 나는 지금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배설을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하나 다를 게 없다.





2. 


<도덕이나 윤리 따윈 지킬 의무 없다>는 주장을 하는 자가


정말 지 스스로만큼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조차 믿기 어렵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신념의 시험'(test of faith)을 해보면 되는데,


그렇게 세상에 도덕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를 당장 잡아다가 


그냥 재미로 그의 전재산을 빼앗고,


손가락, 발가락을 작두로 1mm씩 자르는 고문을 가한다고 해보자. 


(우리는 도덕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짓을 하지는 않는다. 단지 '사고실험'을 해보자는 거다.)


그는, 물론 일단 존나게 아프겠지만,


곧바로 불같이 화가 나고, 억울할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 네가 하는 짓은 잘못이야(wrong)! 이건 부당해(unjust)!


넌 그런 고문을 나한테 할 권리(right)가 없어!


이건 악(evil)이야!


라고


자신이 없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도덕적 개념들 ('그름', '정의', '권리', '악') 에 호소하여 


항변할 것이다. 


인간 본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 상황에서 일반적인 인간이


'도덕적 분노'를 느끼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부당함'과 '분노'는 '사회 질서 유지'의 문제 이전의


인간의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도덕적 반응이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정의감, 도덕감을 갖고 있고,


세상에는 도덕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