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신기루 같다. 더 큰 행복이 아니면 더이상 만족할 수가 없네. 긴 글이지만 읽어줬으면 좋겠다.

1. 인생 고통 1막

어릴 때부터 부모님 별거하셨고 나 초딩때 아버지가 사업 여러번 말아드시고 자취를 감추셨다. 초등학교 입학 쯤인가? 희귀한 두드러기도 앓기 시작함. 이때 제대로 된 병원치료를 한 번도 받지 못해서 30대인 지금까지도 고통 받는 중.

어머니는 아버지가 빚만 남기고 떠난 이후 월 100만원 정도 벌 수 있는 일(청소, 서빙 등)을 해가며 나랑 동생을 키움. 종종 남자친구에게 기대고 온갖 화풀이를 나랑 동생에게 하셨고, 나 고딩때 엄마 남친이랑 1년 같이 살기도 함. 그래도 버리지 않고 나름 부모 역할을 해준 것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으신 듯 하다.

나 또한 엄마가 한 고생에 대해 인정한다. 엄만 더 힘든 가정에서 자랐었으니까... 외할아버지 장애인 + 외할머니 문맹이고, 엄마는 그런 집의 장녀였음. 학교도 안보내줘서 중졸 상태로 집 나옴.

내 얘기로 다시 돌아오면, 난 각종 욕망을 통해 버틴 것 같다. 우월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알바해서 옷가지 따위를 사고 고등학교 졸업 후엔 서울로 대학에 가겠다며 재수 자금을 마련하고 재수 성공했고 ㄹㅇ 서울로 대학을 옴.


2. 인생 고통 2막

굳이 서울로 대학을 와서 인생 고통 2막을 시작하게 됐다.. 그냥 19살 20살 이때 다니던 공장이나 약국에 계속 다니며 큰 세상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1)거주지
(2)학비
(3)생활비
(4)진로고민

상경한 대학생 대부분이 겪는 문제를 나도 겪기 시작함.

고시원, 친척집, 쉐어하우스, lh청년전세임대 등을 활용하여 1번을 꾸역꾸역 해결하고

국가장학금(나땐50%정도 나옴), 학기중알바, 방학알바를 통해 2,3번도 어찌어찌 해냈다.

4번ㅋㅋ 학점이 죳망해버려서 전문직 시험 공부를 시작하게 되는데..


3. 인생 고통 3막

그닥 좋지도 못한 머리, 좋지 못한 가정형편에서 시험 공부를 시작한건 ㄹㅇ 미친짓이었다.

멘탈도 비관적이면서 알바 꾸역꾸역하며 그 깜깜한 터널 안에서 견뎌내려고 했다. 무기력과 싸우느라 심신이 너덜해졌다. 이때 외로움에 지쳐 첫 연애도 시작해버리는 바람에 고통 기간은 배로 늘어났다.

20대 절반 이상을 날렸을까? 앞자리 3이 되고 드디어 합격함.

도망간 아버지는 29살쯤 연락이 닿았다. 뇌졸중으로 반신불구가 되셨는데 여전히 사업을 하려고 하심. 물론 도와줄 생각 1도 없고 아버지도 나에게 미안해 하셔서 손 벌리지 않을듯. 우리가족은 각자 도생이다.



4. 현재 : 인생 고통 4막인가?

시험 합격 후 이제 내 인생에 큰 고통은 없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합격하고 잠시나마 기뻤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 일은 겪어보지 못하면 모르는 것. 이리저리 치이며 고통받다가 직장을 때려치고 개업하게 됐다. (개업할 수 있는 자격증임)

전문직하면서 깨달은 것은 이 직업은 명예욕 없이는 힘들다는 것이다. 갓 합격한 상태더라도 사람들은 내가 전문가이길 기대하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강한 비난을 들어야 한다. 뭐하나 실수할까봐 노심초사해야하며 머리 아픈 공부를 평생 해야한다.

전문직에 대한 한탄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세상 다른 직업들은 얼마나 개같고 힘든지 중딩 때부터 한 숱한 알바 경험으로 뼈속 깊숙히 알고 있으니까. 이젠 개무시는 안당해도 되고 죳가튼 사람 있으면 쳐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쓴 이유가 지금부터 시작되는데..!

이만큼 고생하고 살았으면 이제 낙을 봐야 하지 않겠어? 그런데 어느순간 다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돈은 불행을 지울 만큼만 벌면 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욕이 사라졌다.

분명 1~20대에는 과시욕이 들끓었고 그게 인생을 살아가는 동기가 됐었는데 이젠 돈 많이 벌면 뭐하나 생각이 든다. 20대 초에 살았던 고시원보다 지금 집이 훨씬 좋은데 행복은 한순간인지 이또한 적응해서 어떤 감흥도 없다.

돈 많이 벌지 않아도 되는 전문직이니 극강 워라벨이 생기네.
시간은 겁나 많은데 뭘 해도 행복하지 않고 점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일도 외출도 연애도 결혼도 다 귀찮아졌다.

시간과 공간의 방에 갇힌 느낌이랄까.. 죳가튼 두드러기 완치되면 그나마 행복해질까? 아님 또 꾸역꾸역 성장할 포인트를 찾아내려고 할까? 노인네들은 대체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결혼적령기가 되고나서 가끔 사랑하는 사람 아이를 낳고 싶은 본능이 불쑥 튀어오르는데 그건 본능일 뿐이지 내 이성이 아니다.

나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난 절대 태어나지 않았을 거니까.

대체 어디까지 발버둥쳐야 편안해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보려고 나를 또 몰아넣겠지?

인생에서 행복한 적이 분명 여러번 있었지만 고통의 크기에 비할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