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글 중에 인간이 멸종하면 새로 으뜸종으로 올라선 종이 인간처럼 지적 능력을


드높이고 번식을 마구잡이로 할까봐 걱정하는 내용이 있었음.


이에 대해선 안심해도 좋은 것이 과학자들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음.


대부분 사람들이 인간이 멸종한 다음에는 돌고래나 유인원, 앵무새 같은 다른 지능이


높은 생물이 으뜸종이 될 것이라고 여기는데 정작 진화생물학자들은 "이는 우리 자신의


억눌린 상상력, 즉 진화의 흐름이 결국 인간처럼 되는 것이 목표라는 우리의 진보주의적


편견에서 비롯된 오만한 편견이자 터무니없는 망상"이라고 말함.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진화의 주요 기작이 자연선택이며, 자연선택은 개체군을 국지적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함.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유기체의


유전적 적합도, 즉 다음 세대로 얼마나 많은 유전자 복사본을 전달할 수 있는지 그 능력


여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음. 여기서 인간과 같은 외형을 지닌 존재는커녕 더 복잡하고


지적인 존재를 향해 일관적으로 나아가는 진화적 기작은 밝혀지지 않았음.


진화가 복잡성이나 지능 또는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향한다는 진화의 방향성이나


장기적인 목적론적 경향에 대한 증거 또한 존재하지 않음.


예들 들어 인간 이전에 으뜸종이었던 공룡은 오랫동안 지구에서 군림했지만 공룡이 인간처럼


높은 지적 능력을 가지는 쪽으로 진화했던가? 그러기는커녕 오늘날의 새들이 공룡의 또 다른


모습임. 오죽하면 자크 모노는 "우주는 생명을 품지도 않았고, 인간을 키우지도 않았다. 인간은


몬테카를로 도박장에서 태어났다"고 일축했을까(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 우주에 외계인이


있을 가능성도 0퍼센트임).


자연과학자 데이비드 자이글러는 과학잡지 스켑틱에서 이렇게 말했음.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존재자가 진화할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인간은 만물의 척도',


다시 말해 '모든 것이 우리를 향한다'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나는 지능의 진화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어떤 생각도 의문스러운 근거들에 토대하고 있는 미성숙한 주장이며, 대


부분 근거 없는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지능을 발달시키는 진화는 매우 모험적이고 위험한 시도인데 지금 인류의 뇌는 전체 영양분의 약


20퍼센트를 소비함. 즉 과거 원시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먹을 것과 잘 곳, 번식을 위해 칼로리를 태우


면서 추가로 뇌에도 20퍼센트를 따로 보내야 했다는 뜻임.


어지간한 생물은 이런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도태되어야 마땅한데 그런 점에서 인류는 운이 좋은 종이었던 것임.


아무튼 인간이 멸종했을 때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생물이 으뜸종이 될 가능성은 낮음. 게다가 인간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생물들 중 몇몇은(유인원, 돌고래, 앵무새, 코끼리) 오히려 번식력이 엄청 낮아서 멸종위기에도 처했음.


물론 인간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종이 차기 으뜸종이 될 가능성이 0퍼센트는 아니지만 어쩌면 해파리나 바퀴벌레가


으뜸종이 될 수도 있는 것임. 인간과 같은 형태의 생물은 아마 우리 호모 사피엔스대에서 끝날 것으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