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딩크족이 적어서 결혼하면 어떻게든 자식을 낳고, 결혼 자체가 쉽지 않은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출생윤리도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실상 자식을 낳는 사람들을 보면 자식을 가짐으로써 자신들이 누릴 행복과 쾌락을 생각하지, 그에 따르는 다른 것은 잘 생각하지 않더란 말이지. 자식이 태어나 불행한 삶을 살다 갈 수 있다는 가정이라든가, 자식은 자신이 태어나겠다고 생각하고 태어난 게 아니라든가. 순전한 이기심일 뿐이고.
50대에서 60대에 달한 내 부모세대는 어떤가 하면 자식을 낳는 것은 의무이거나, 혹은 특정 나잇대가 되면 자연스레 성취하게 되는 것이다. 의무가 의무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주입을 받았으니 출산에 있어 윤리를 논할 단계가 아니란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자식을 가질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비단 금전적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 상태나 양육 효과 등을 의미한다.)들만 자식을 가지는 게 아니라, 명백한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들도 소위 "싸지른다" 소리를 들을만큼 자식을 낳았다.
이런 유형은 극단으로 가면 차일드 호더나 싸튀충, 낳튀충 소리를 듣는 아동유기범이나 자식을 학대하거나 심지어는 성폭행하는 아동학대범들이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식들은 이러한 부모를 반면교사로 삼아 출산의 의무, 혹은 재생산이라는 자연의 섭리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이미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의 미래의 처지를 고려하고, 자신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을만한 인간인지 고려한다.
대부분의 한국의 청년들은 자신이 그저 금전적으로만 결격사유가 있는 줄 안다. 사실 엄격한 반출생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자식을 낳는 것 자체가 이기적이다. 하지만 이를 배제하고 보면 비출산 이전의 비혼은 아동과 청소년의 행복도가 심히 낮은 한국의 현실에 의존한다고도 보이니 이는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소위 적령기라는 게 되면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려하게 된다. 상대가 결혼을 고려하는지, 출산을 고려하는지 까지도. 그러니 자신에게 자식을 낳아 행복하게 해줄만한 금전적 여유가 없으므로, 결격사유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사람을 만날래야 만날 수가 있나.
결혼하면서 집을 장만한다는 가혹한 계획이 없다한들, 대학 입학 전까지의 평균 사교육비가 7000만원에 달하는 게 현재 한국의 실정이다. 자라나면서 지나치게 눈이 높아져버린 게 한국의 결혼적령기 청년들이란 말이다. 한국인들은 가정과 자본에 있어서 지독한 앵커링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불행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봤자 자신과 똑같은 인생을 답습할 또다른 인간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부모 세대는 고성장 시대를 겪었지만 지금부터는 저성장 시대다. 은행 이자는 턱없이 낮고, 재산은 노동으로 불릴 수 없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계층 이동 없이 고착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죽을 힘을 다해야 평범해 보이는 삶을 산다는 것은, 부모 세대와는 달리 청년 세대에게는 대체로 아무런 축복도 아니다.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가? 사실 잘잘못을 가리기 쉽지 않다. 단지 누군가는 체질개선을 하려고 하고, 누군가는 체질개선이 된 환경에서 자식을 가지려 하며, 누군가는 체질개선은 둘째치고 자신이 살아남는 데에 급급하다. 부모 세대와 다를 바 없다.
뭐, 다 떠나서 세상이 내게 자식 낳으란 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다. 나는 체질개선이 이미 태어나버린 자들을 위해서라도 필수불가결함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성취되더라도 자식을 가질 생각은 없다. 애 낳는다고 애국자면 유영철을 낳고 기른 놈도 애국자겠지. 내가 그 유영철 부모 같은 인간이라는 걸 난 잘 아니까 안 낳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