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거 같더라


난 비교적 최근에 반출생이라는 개념을 접했는데 예전에는 그냥 단순히 이 나라에서 애를 낳으면 나도 힘들고 내 애도 입시, 군대, 취업 등등 힘들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거라는 생각에 출산 생각이 거의 없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사람 만나고 외부적으로 일이 잘 풀리면 애를 낳을 수 있을지도..? 딱 요 정도였단 말이야


근데 반출생주의를 우연히 접하고 여기서 주장하는 내용들, 가령 삶이 좋든 나쁘든 아이의 동의 없이 오직 나의 의지 만으로 그 애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건 옳지 않다, 전적으로 아이를 위해서 이루어지는 출산은 없고 부모의 행복과 만족감으로 이루어진다, 삶은 행복도 있고 고통도 있는데 행복을 줄 의무는 없지만 고통을 주지 않을 도덕적 의무는 강하게 작용된다, 인간은 아무리 건강하게 태어나도 누구나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내 아이가 나와 엇나가지 않고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더라도 내가 먼저 떠나면 남은 내 아이는 큰 슬픔을 감내할 수 없다 등등 논리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부정할 수 없는 얘기라서 반출생에 완전히 수긍하고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얘기를 나눠봤거든


내가 쭉 설명을 하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면서 그 친구도 반출생주의가 주장하는 내용이 틀리지 않고 출산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에 동의했단 말이야


근데 그 이후에 하는 얘기가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기 때문에 항상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을 할 수는 없는 거고 나는 조금 이기적이라도 내 아이를 꼭 갖고 싶다 왜냐하면 나를 닮은 아이를 낳아서 그 애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고 그 애는 내 아이이기도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아내의 아이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내의 어린 시절도 같이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그 애가 점점 성장하고 일상의 사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가족과 지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냐 난 그걸 위해 애한테 최대한의 노력을 할 거다


그래서 내가 출산이 이기적이라는 건 동의를 했으니까 둘째 치고 앞으로의 너가 말한 미래는 그냥 너의 낙관적인 생각일 뿐이고 그 과정에서 애가 너의 생각과 다르게 엇나가거나 관계가 틀어지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냐 그리고 그 애가 기형아로 태어날 경우부터 해서 각종 사고를 당하지 않을 경우, 대인 관계가 나빠질 수 있는 경우, 학업이나 취업 따위에 어려움을 느끼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등등 이런 것들을 모조리 피해가는 건 불가능하다 라고 했더니...


그런 가능성 하나하나 생각하면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럼 너는 지금 당장 밖에 나가서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데 무서워서 밖은 어떻게 나가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내 애한테 어릴 때부터 가정 교육을 착실하게 하면서 내 애가 엇나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거다 성격도 유전이라 나를 닮았으면 내 애도 삶을 충분히 긍정적으로 살 수 있을 거다 라고 하더라고...


이 외에도 아이가 태어나면 생로병사의 고통을 무조건 겪을 수 밖에 없는데 동의도 없이 이런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냐? -> 난 생로병사가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나는 거고 늙음이 있기 때문에 젊음이 아름다운 거다 삶이 축복인 것처럼 늙고 죽는 것 또한 하나의 축복이다 -> 그럼 넌 자연사하기 전까지 20대 신체로 평생 살 수 있는 게 가능하다면 그걸 선택 안 할 거냐? -> 만약에 내가 20대 신체로 평생 사는 게 가능하다면 나는 내 자신을 가꾸지 않을 거고 현재에 안주해서 오히려 더 피폐해질 것이다 


그러면 정말 너가 원하는 대로 너랑 너의 아이가 정서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쌓고 화목한 가정을 이뤘다고 하면 일반적인 경우에 너가 그 아이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텐데 그럼 그런 이별의 슬픔 또한 너의 아이가 온전히 져야 하냐 -> 아니다 아까 말했듯이 어렸을 때부터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에 대한 가정교육을 착실히 하면 그 애도 나처럼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거고 내가 죽더라도 내 아이는 내 아이의 아이가 있으니까 괜찮다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유대 관계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이냐


등등등


워낙 오래 얘기해서 정확히는 다 기억이 안 나는데 끝에 가서는 그냥 응원한다 하고 시마이 침 출산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출산과 자녀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게 좀 신기했어 다른 친구같은 경우는 그냥 애 낳아서 키우는 거 재밌잖아 나중에 그 애가 스트레스 받는 거는 뭐 그 애가 알아서 잘 해야 되는 부분이겠지 하고 말더라고... 다들 공부할 만큼 하고 똑똑한 애들인데 어떻게 이렇게 단편적으로 생각하지 이런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니까 지금 인류가 80억 명 넘게 유지되고 있는 거겠지 그런 생각도 들고... 아무튼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