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의 머리속을 계속해서 맴도는 상념 중 하나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풍족한 현대 사회조차도


이렇게나 불행과 고통으로 가득한데


과거에 그랬듯이, 지금이 그렇듯이, 앞으로도 이러한 작금의 상황이 계속되리라는 걸 생각하면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생존을 위해 노력하며


또 무엇 때문에 허상에 불과한 도덕률을 지키며 사는지 의문이다.

비록 그리 길진 않은 생이지만


살면서 이 세상에 대해 느낀 점 한 가지는


이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 차있다는 것이다.

생물복제와 종교가 공존하고,


천부인권과 징병제가 공존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 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적당히,  유도리 있게 현재를 즐기며 사는 것이 답인 듯 하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결론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세상은 특정한 원칙이 아닌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채로 아슬아슬하게 돌아갈 뿐인 것인가?


불행한 존재들. 조금의 희망도 주어지지 않은 채 의식을 붙들고 살아가는 끔찍하게 불행한 존재들에게,


과연 삶이란 가치 있을 수 없는 것인가?

사실 나는 이미 결론을 내렸다.


삶이란 특별히 크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연선택에 따라 유전자에게 삶을 붙잡고 번식하라는 명령을 품은 채로 살고 죽는


인과적, 물리적 물체일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마주하면


스스로 사회를 만들어, 인위적 기준으로 계층을 나누고, 차별하고 도태시키며 허영으로 가득한 향락을 갈구하는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 한심하면서도 너무나도 증오스럽다.


또한 일개 집합에 불과한 인간 사회란 존재 내에서조차 도태된


"나"라는 물체가 얼마나 하찮고 쓸모없는 존재인지를


다시금 되새길 뿐이다..

그럼에도 내가 목숨을 끊지 않는 이유는


결국 살고 싶다는 유전적 생존적인 본능 또한 "나" 라는 자아의 일부이기 때문이며


그러한 선천적 본능에 거스르며 생을 끊을 용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마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자조하며, 기껏 낸 결론을 뭉갠 채로, 잦은 고통을 느끼며, 드문 쾌락을 갈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