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7살 고등학생 나이에 음대를 들어가기 위한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제가 음대 입학을 위해 음악가의 꿈을 가지게된건 아닙니다.


제가 음악을 하기 위해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지원받는 대신에,

대학을 목표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게 좋겠다며

따라서 저는 부모님의 제안을 수락하고

음대 입시를 준비하게 됩니다.


이 3년의 시간동안 저는 좌절도 많이 하고,기쁨도 느끼고, 조금의 성취 또한 느꼈지만

입시의 마지막 해가 될 무렵에 저는 제 마음속에서 이상한 허무감을 느꼈습니다.


음대를 나와서, 곧바로 음악가가 되는 것도 아니며,

무한한 경쟁 사회 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일반 사회의 시민으로서


음악가가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이러한 유치한 환상에

우리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독립시키려는

그런 반사회적 행위를 수단 삼아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말해 예술이라는 행위 자체가

고통받는 존재가 원인을 제공 하는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기만이자 위안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것들, 가치가 있다고 씹어뱉는 말하지만

결국 실패자가 아닌,

그 분야에서 성공한 인간들만이

내게 해주는 이런 얄팍한 조언들이


그들 사이에서는 명언 따위로 격상하여

그들만의 휘장 처럼 자랑스러운 표상으로 변질됨에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의 표정은 이전에 기대에 찬 17살의 모습이 아닌

돈 전부를 도박에 투자하여 파산한 노름꾼의 절망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숨길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2시간 동안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을 읆조렸습니다.


'그렇게나 고통 뿐인 세상이라면,

경쟁 속에서 그 경쟁을 감추기 위해,

마취제로 불려야하지만 위대한 정신으로 불리는 예술을 위해서

또 다른 경쟁을 통해 그것을 성취해야 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

돈, 외모, 지능, 인간 사회에 도움이 되는 그 어떠한 것도

가진게 없는 사람들은


대체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가?


끊임없이 부딪히고 파괴되는,

마치 바다와 암석이 부딪혀서

풍화작용이 일어나듯


결국 언젠가는

모든 힘과 노력이

우리를 앞서고 파괴하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전부 무너지지 않을까?


최소한의 희망을 가져도

결국은 나이가 들고 병에 걸리고

경쟁에서 서서히 멀어져서


생기를 읽고 주름이 생겨 삶에 대한

한탄말고는

어떤 위안도 찾을 수 없는 인간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행복한 거지, 불행한 부자

이게 정말 사실일까?


둘 다 결국 무너지지 않는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정말 우리 스스로가 갖추고 있는


고유하고 타고나는 능력이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무너지는 그 역설은


모든게 무의미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허무주의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