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그랬다.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 들었고,
거기에서부터 오는 위화감은 어린 나이에 뭐라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엄마는 나를 낳아서 기쁘다고 했다.
아빠 역시 그랬다.
정작 태어난 나는 기쁘지 않았다.
살면서 기쁜 날보다 가슴 벅찰 정도로 힘겹고 포기하고 싶었던 날이 더 많았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자살이라는 개념에 대해 정립하지 못했을 때도, 막연히 무존재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훨씬 모든 게 깔끔하고 간결할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새삼 나를 낳은 부모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아니, 거짓말이다.
대다수의 부모들이 그렇듯 자식의 삶과 존재의 무상함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부모가 개탄스러운 날들이 분명히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생로병사의 부조리함에 대해 호소했다.
엄마는 사람은 다 그런 거라고 했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그럼 그 원칙불변의 시스템에 굳이 나를 끼워 넣어야 했을까?
지금도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이유 없는 통증에 신경이 삐그덕거릴 때면 그냥 죽고 싶어진다. 잠을 자다가 조용히 심장이 멎었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약을 입에 털어넣고 싶다.
세상은 부모보다 먼저 죽는 자식은 불효라고 한다.
그럼 반드시 죽을 자식을 세상에 내놓고, 그 자식보다 높은 확률로 먼저 떠나 깊은 고통과 상실감을 안겨 주는 부모는 아무런 죄가 없는 무고한 선인인가?
생각 없이 자식을 낳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때로는 그 사람들이 증오스럽다.
부모라는 탈을 쓴 사람들의 품에 안겨 해맑게 벙긋거리는 아이가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도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이 언젠가 반드시 죽으리란 걸. 어딘가 고장나고 망가지고, 인간관계와 세상의 부조리함에 수없이 많은 상처를 입으리란 걸. 그리고 자기를 세상의 전부인 양 대하는 부모조차 영원하지 않으리란 걸.
왜 아이를 낳았어요?
넌지시 묻고 싶다.
배우자와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싶어서요, 저를 닮은 아이가 어떤지 보고 싶어서요, 원래 아이를 좋아했어요, 그래도 세상에 태어났는데 지 새끼 얼굴은 한번 봐봐야죠, 부모님한테 손주를 안겨 드리고 싶어서요, 늙어서 자식도 없으면 되게 서럽고 외롭대요.
어떤 답이 나오든 끔찍하다.
아무도 아이의 인생을, 그 아이가 겪어야 할 슬픔과 고통과 삶의 무게를 고려하지 않는다.
아이는 자신의 생명을 부여받는 첫 번째 과정에서 철저히 타자화되어 있다. 모든 동기는 부모의 이기심과 필요성에서 출발된다.
이 세상이 아이가 태어나도 될 세상인지, 아이가 무슨 일을 겪게 될지 진지하게 사유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런지 모르겠다.
부자든 빈자든 어떤 불행은 공평하게 찾아온다.
당신이 태어난 아이는 어느날 죽거나, 살해당하거나, 폭행당하거나, 강간당하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거나, 병에 걸리거나,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아이만큼 완전무결하고 평온한 아이는 없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순전히 이기심 때문에 아이를 낳아 놓고, 그 아이를 축복해 달라 말한다. 그리고 그 아이가 엇나가거나 잘못되면 괴로워하며 땅을 친다. 그때마다 묻고 싶다.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나요?
당신의 가정에, 당신의 아이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나요?
왜 불행이 당신만 피해 갈 거라고 여깁니까?
그건 무슨 오만입니까?
인생은 러시안룰렛이다.
총알이 몇 발 들어가 있는지, 어느 타이밍에서 격발될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차 있다.
당신은 자식을 낳아 행복이라는 허상을 쫓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자식을 낳아도 행복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자식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아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정말 순수한 이타심에서 아이를 낳았는지.
오로지 자녀의 행복만을 위해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는지.
거기에 자신을 위한 욕망은 정말 한 점도 없었는지.
안다. 저 조건이 성립되는 인간은 아이를 낳지 않으리라는 걸. 저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 인간들이 쉽사리 아이를 낳는다.
태어난 아이가 웃는다.
나는 웃을 수 없다.
방긋거리는 아이에게 동정심을 표한다면 세상 사삼들이 나를 정신이상자로 몰아갈 거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래도 말해 주고 싶다.
천사처럼 웃고 귀엽게 아장거리는 아이는 한철이에요.
이 아이는 무섭게 자라서 자아를 가질 겁니다.
그리고 조금씩 늙어 가며 죽어 갈 겁니다.
아이에게 잘해 주세요.
많는 부모들이 자신이 아이에게 죄인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명문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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