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자신의 고난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거나 끝내 자살했을 때, 공감하고 연민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고작 그런 걸로 주접 떨고 유세 부린다고 굳이 꼭 비웃고 모욕하는 사람들이 있다.

후자의 경우, 아마도 그러한 하소연을 접했을 때 자기가 겪은 부조리가 더 심하고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럼에도 자신은 군소리 없이 꾹 참고 넘어갔는데, 자신과 달리 저렇게 하소연하는 것은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것 같고, 배부른 소리에 나약한 투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자신이 선대에게서 경험한 부조리를 그대로 대물림하고, 만약 후대에 그것이 개선되면 억울하고 박탈감을 느끼는 부류의 심리와 유사한 것 같기도 하다.)

또, 자기가 극복했거나 아직 겪고 있는 고난에는 관심도 없고 뭐 하나 보태주는 것도 없는 사람들이, 저런 남의 일에는 잠시나마 관심을 주는 것이 영 탐탁치 않고, 위선 떠는 것 같이 느끼는 것은 아닌가 싶다.

또, 자신이 노곤한 삶을 견디기 위해 애써 부여잡고 있는 가족, 애국 같은 가치를, 불평꾼과 자살자 같은 존재가 간접적으로 허무하다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받고 불쾌하게 느끼는 일면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반출생주의에 대한 적대적 시각에도 위와 유사한 심리가 포함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태어나서 고된 삶을 살아가고,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는 자신에게는 크게 관심도 안 주고 보태주는 것도 없으면서, 태어나지도 않은 비존재를 위하자며 번식도 하지 말라는 것이 못내 얄밉고, 위선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왜 해외 구호에 대해서도, 국내 구호에나 충실하라는 핀잔이 있지 않은가. 동물권리 운동에 대한 거부감에도 비슷한 심리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도 결국은, 동물을 위하기 전에 같은 인간이나(이른바 종차별), 더 솔직하게는 자신한테나 관심 주고 도우라고 말하고 싶은 심리 아닐까.

그런데 반출생주의는, 애초에 그렇게 돌봄이 필요한 희생자를 계속 새로 늘리지 말고, 이미 태어난 자들이나 돌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는 사상이다.

이미 태어나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와 노인 등을 돌보는 대신, 돌봄이 필요한 자나 무한정 늘리면서, 그러기 위한 지원마저 구걸하는 이기주의자들, 너무나도 당당하고 뻔뻔하게 미래 세대를 집단 이기주의적 욕구 충족을 위한 도구로 삼고 희생시키려는 자들의 욕구 해소를 우선하는 게 과연 가치로울까.

분명 이미 태어난 자에게는 욕구가 있고, 이미 다단계나 폰지사기식으로 한참 진행된 세대 부양 문제가 있으므로, 이상적인 해결은 지난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 자신의 이권만 걸리지 않았다면, 어쨌거나 적폐는 청산해야 옳다고 인정하는 게 보통 사람들 아닌가.

참으로 안타깝게도, 가장 심대한 적폐 유지에 자신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순결한 피해자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