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는 7살 때부터 인정욕구에 메말라 있던, 좀비마냥 살았던 짐승 새끼였음. (6살 이전은 기억 안남 ㅎㅎ...)

하루하루 남들에게 칭찬 받는 게 내 삶의 존재였고, 누군가가 나를 향한 조그마한 비난을 할 때 매우 큰 상처를 받았고, 남이 내 비난을 하면 어쩌지 하는 조바심도 매우 강했었음. 그렇다보니 도전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수십년 간 지속하게 됨.

내가 왜 인정욕구에 시달리게 되었을까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봄.

1. 어렸을 때 뇌수막염에 걸림. 죽기 직전까지 갔었고, 병원비에 3억이 들었다더라... 병은 나았지만, 많은 돈을 쓰고 병을 이겨낸 만큼 주변 사람에게 기대치가 높아짐

2.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뭐 하지만, 주위에서 잘생겼다는 얘기 많이 듣고 자람.

3. 선천적으로 암기력이 좋음.

4. 친누나와는 확실히 다른 취급을 받음. 애초에 딸은 본인들 계획에는 없었나봄.

5. 부모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한테 칭찬 받으면 너무 과하게 받고, 사소한 거라도 잘못했을 때 너무 과하게 혼남. 누군가는 큰 잘못을 해도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데 나는 그런 적이 거의 없음. 이게 제일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음. 

기타 등등..


이러한 인정욕구는 굉장히 많은 하자를 남겼음.

초 ~ 고등학교 시절 때 국어, 영어 같은 단순히 암기라는 요소로는 해결이 절대로 불가능한 학문들 또한 그냥 통으로 암기함. [이해가 안 돼도 암기함 --> 성적을 안정적으로 받음 --> 칭찬 받음] 의 레퍼토리였거든. 당연히 언어 영역 성적은 매번 곤두박칠 쳤고, 부모한테는 넌 왜 이렇게 언어를 못 하냐? 라는 말만 미치도록 들음. 난 이 때까지만 해도 언어 영역에는 재능이 없는 줄 알았음.

타인의 피드백을 반영할 생각을 안 함. 피드백을 반영하면 나 자신의 일부분이 바뀌어야 하는 건데, 난 그러기 싫었거든. 지금 이 모습으로 꾸준히 칭찬 들으면서 자랄 수 있는데, 왜 바뀌어야 하지? 이런 개병신같은 생각만 함.

남들에게 잘 보이려는 욕구는 곧 타인 뒷담화를 패시브로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림. 고등학교 졸업하니까 뒷담 눈치챘던 애들은 나를 미치도록 싫어했다더라... 아직까지도 항상 반성하고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음.

사람을 만나는 요령도 없고, 그렇다보니 잘생겼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도 주위에 여자가 1도 안 꼬임.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은 안 하고 자만추니, 요즘 여자들은 눈이 높아졌다느니, 난 도대체 뭐가 문제지, 이지랄만 했으니 당연히 안 꼬이지 ㅅㅂ ㅋㅋㅋ

그리고 내 최고의 흑역사.... 어떻게든 성적 잘 받고 싶어서 컨닝했을 때... 애들하고 선생 눈빛이 잊혀지지 않음 ㅅㅂ...


뭐 그렇게 지내다가, 올해 들어서 누군가에게 연락하려고 하니까 주위에 사람이 정말 드럽게 없더라고. 그러다 돌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 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하고... 혼자서 1달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음.

내가 아무리 잘 하려고 발버둥을 쳐도 주위에서 내 모습은 신경도 없다는 걸 너무 크게 깨닫게 되었음. 충격과 공포(?)를 깨닫게된 순간, 이때부터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살고자 도전하게 됨.


정말 내가 하고 싶었고 좋아했던 것들, 내가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 했던 것들 등등... 과거에서 잘못했던 것과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바로 잡으니까 삶의 질이 정말 많이 좋아짐.





그런데 있잖아, 전혀 행복하지가 않더라. 심지어 인정욕구 그득그득했던 그 때보다도 더 행복하지가 않아. 주위에서 안 왔던 소개팅 제의도 들어오고, 스타트업 여러 곳에서 스카웃 제의도 들어오는 등, 능력이 있다는 것도 나 스스로 알고 있는데.. 전혀 행복하지가 않아.


결국 삶의 끝은 기약 없는 죽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고통 속에서 어나올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자본주의에서 살아 남으려면 누군가는 짓밟고 가시적인 가치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고, 뭐하러 발버둥 치면서 살아야 하나 싶음. 지금도 내 주변에 남들 까내리고 본인 가치 올리려는 사람들 정말 많은데, 내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미칠 듯이 괴로움. 공허함이 내 머릿속에 굳건히 자리 잡음. 가치관이 180 바뀌면서 우울증도 엄청 심해짐. 정신과 약 주렁주렁 달고 사는 건 기본임. 무엇보다 정상인 페르소나 착용하는 건 정말이지 진저리가 나.


이러한 생각은 곧 '인정욕구에 빠져있을 때도 고통, 그게 아니어도 고통. 그러면 날 왜 낳은거지?'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지금 이 시기에서 한국에서 애 낳는 사람들? 존나 이해 안됨.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이 ㅈ같은 ㅈ한민국에 과연 어떤 아기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다들 출산율 0.7이라고 해서 걱정하던데, 난 아직도 0.7이라는 게 신기함 ㅋㅋㅋㅋㅋ 와 이런 상황에서도 애는 낳는구나 싶음.


내 친척이 발달장애인 두 아들 내다 버린 것도 반출생주의에 한 몫 하게 됨. 진짜 집 주소 찾아서 죽이고 싶더라 ㅅㅂ (가족들도 다 이 얘기 함)


결론이 매끄럽지 못하게 되었는데, 아무튼 나는 반출생주의가 된 것 같다. 여기 있는 모든 게이들, 이왕 이 추한 세상에 나온 거, 다들 화이팅 하고 본인이 진심으로 이뤄내고 싶은 바 꼭 이뤄내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