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출생주의는 고통과 쾌락의 비대칭성을 기반으로 심각한 고통 위험 강요에 반대한다.

때문에, 고통 억제를 쾌락 생산보다 중시하는 소극적 공리주의와 은연중에 동일시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다.

물론 소극적 공리주의와 반출생주의를 동시에 지지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소극적 공리주의가 내포한 도덕적 위험성을 지적하려는 글이므로, '소극적 공리주의'와 '소극적 공리주의에 기초하지 않고 의무주의에 기초하는 반출생주의'를 구분지을 것이다.

소극적 공리주의는 쾌락을 고통 이상으로 평가할 경우, 가령 쾌락은 1점, 고통은 -1점 또는 그보다 낮게 책정해서 개인들의 행복 총합을 계산할 경우 발생하는, 예컨대 이미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자와 그보다 지원이 긴절한 자가 지원 우선 순위가 같거나 오히려 후자가 후순위가 되는 등 기존 공리주의의 직관적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고통에 더 큰 가중치를 두려는 수정 공리주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개선을 시도할 경우, 새로운 직관적 부조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비판 논증으로 '자비로운 세계 파괴자' 논증이 있다.

쉽게 요약하면, 소극적 공리주의를 따랐을 때, 세계를 주유하면서 생명이 보이는 족족 학살하고 다니는 행동을, 소극적 공리주의의 올바른 수행 방법 중 하나로 인정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이 소극적 공리주의자인지 시험하기 위한 사고실험을 간단하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1. 인류를 확실하게 멸종시킬 수 있는 수단, 가령 슈퍼 핵겨울을 불러올 만큼 충분한 슈퍼 핵무기 제어권을 손에 넣었다면, 독단적으로 실행할 것인가?

2. 1.의 조건을 일부 변경해서, 어떤 고통이나 살해된다는 자각과 공포 같은 것 없이, 모든 감수 능력 있는 존재의 이상적 안락사를 단번에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면, 독단적으로 발동할 것인가?

3. 신뢰할 수 있는 예지 능력이 생겨서, 무분별한 인구 증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인구 억제 정책을 추진하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인류 멸종 시기를 훨씬 앞당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인구 증가 정책을 지지할 것인가?

4. 3.의 조건을 일부 변경해서, 어떤 특수한 인자를 가진 사람 단 한 명만 탄생시키면, 그 결과 모든 경우의 수 중 가장 신속하게 모든 생명이 멸종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저 사람을 태어나게 하는 결정에 찬성할 것인가?

만약 제시된 질문 중 어떤 것은 실행 가능하지만, 어떤 것은 못하겠다면,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아마도 못하겠는 이유에 답이 있을 것이다.

물론 같은 소극적 공리주의자더라도, 구체적인 행위나 규칙의 측면에서 당연히 상호 이견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저러한 질문 중 하나라도 수긍한다면, 그것은 최소 고통이라는 결과적 대의를 위해 과정상 희생을 감수하는, 소극적 공리주의의 사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솔깃한 면이 있더라도 모든 질문에 반대할 때 비로소 의무주의에 기반한 반출생주의의 사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