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중국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옆자리 사람과의
대화 중 형제가 어떻게 되냐길래 혼자랬더니
본인 자식도 외동인데 하며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며 본인만의 고민이 있는 듯한
한 출장 중인 엄마와의 대화도 있었고 좋은 사람이었다

런던에 여행으로 잠깐 갔을 때
여러 감정들 중 좋은 감정만 나열하자면

처음 공항에 도착하고 지하철로 이동하는 중
계단에서 캐리어를 누군가 올려주는 호의를 받았다
도착하자마자 일어난 일이라
도둑인가 경계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는데
그냥 친절한 사람이었다

버스에서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랑 같이 문 앞에 서서
먼저 내리시라고 손짓 했더니 내리면서
땡큐 큐리 라는 말을 해서 그런 표현이 신기하면서
동양인이라서 날 되게 어리게 봤나보다 했음

그냥 지나가다 버스킹 하는 사람 아무도 안 보길래
잠깐 서서 보고 같이 사진도 찍고 안전한 여행 되라고
그런 덕담 같은 인사말도 들음 악수하는데 추워가지고 나도 손 얼고 아저씨도 손 얼고 그 손으로 저녁에
밖에서 기타 친다고 나와 있고

여행기간에 관심 있는 가수 투어도 있길래
미리 예매해서 갔는데 옆자리 사람이랑 짧은 대화도
하고 여행 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하길래
토트넘 경기도 보러 간다고 하니까 자기 토트넘 산다고
해서 축구 보러 가기도 하냐고 물어보니까
본인은 관심 없고 아빠가 좋아한다고
역시 스포츠에 열광하는 아저씨들은 공통인가 보다
나도 그냥 여행 온 김에 한 번 보러 가본거니까
그리고 기억할 수 밖에 없는게 이름이 리한나 였다
유명인과 같은 이름이라서 놀라는 반응을 했더니
매번 자기소개때 마다 많이 들어서 피곤하다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서 웃겼다

그러고 며칠 뒤에 레코드샵 가서 구경 겸
그 가수 LP도 샀는데 계산하는 직원이 노래 들어봤냐고
해서 며칠전에 공연도 봤다고 좋았다고 하는 짧은대화

그래도 영국에 왔는데 피쉬앤칩스 한 번은 먹어봐야
될 것 같아서 Applebee's Fish 에서 먹었는데
그냥 그 날 기분이 좋았던건지 로제와인 한 잔
때문인건지 여기가 기억에 좋게 남았다

한 카페에서 직원이 주문 실수를 조금 했었는데
순서를 착각해서 뒤에 사람들에게 주는 상황이었다
영수증 보여주면서 아무말 안하고 기다려줬더니
잘못한 걸 알았는지 원래 손님이 가져가는 곳인데
미안하다고 자기가 갖다준다고 자리에 가 있으라고
해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표정이 진짜 미안해보여서

다른 카페에서 조용한 동네에 그렇게 크지 않은
손님도 많고 다들 음료만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분위기 였던 곳인데 샥슈카 메뉴가 있길래 궁금해서
먹어 봤는데 옆에서 음식 냄새를 풍겨서 그런가
음료도 다 먹고 노트북으로 한참 작업하던
옆 테이블 사람이 다른 메뉴도 있는데
똑같이 샥슈카 주문해서 들고 오길래
내가 맛있게 먹었나 싶었음
괜히 음식 주문의 물꼬를 텄나 싶어서 기분 좋았음

그런 한적한 동네 구경하고 다녔는데 지나가다
한 빵집에서 사고 나오고 보니 포장지에 가게 이름
글씨체가 어디서 본 것 같아서 맞는지 찾아보니
기억이 맞았다 예전에 본 영국 드라마에서 잠깐 나온
그 케이크 집이었다 생각 없었는데 우연히 발견해서 신기했다

그런 우연히 들어간 곳 중에 베이글 집도 있는데
친구가 가보라고 알려주긴 했는데 딱히 목적지로
정해놓진 않았는데 그 근처 동네 구경하다
갑자기 비가 와서 급하게 비 피한다고 들어간 곳이
그 집이여서 상황이 웃겼다 친구한테 안 갈 것 처럼
얘기 해버렸었는데

그 골목에서 우리나라 바둑, 장기 두는 할아버지들처럼
테이블에 체스 판 깔아두고 FOR FREE 붙여놓고
앉아있는 분 봤는데 체스 할 줄 아는 애들이 한번씩
상대해주고 지나가고 구경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 싶었음

또 다른 카페에서 오늘은 어디 가야 되나 하고
구글맵으로 근처에 뭐 있나 보는데 맞은편에
한 30분 뒤에 클래식 공연이 있길래 호기심에 가봤다
제대로 된 리코더 연주에 첼로 종류였나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름 모를 악기 연주자 해서
트리오 공연이었는데 신기했다 리코더 종류도
다양하고 처음보는 연주여서 새로운 경험이다 했음
안에 건물 인테리어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몰랐는데
되게 오래되고 유명한 역사 있는 공연장인 것 같았다

그리고 먼 동네 중에 리치몬드 공원에 그냥 야생 사슴들
풀어 놓고 있었는데 애초에 사람들이 많지도 않고
바리케이드도 없고 가까이 지나 다녀도 신경 안 쓰고
풀이나 뜯어 먹었다 자연 그 자체였다

어떤 동네 길에서 고양이가 있길래 잠깐 멈춰서 봤는데
다리 쪽으로 몸통을 붙인다고 해야하나 손을 내미니까
얼굴을 부비기도 하고 하여튼 되게 계속 붙길래
고양이 어떻게 만져야 되는지 몰라서
그냥 사진이나 찍고 다시 살짝 떨어져서 앉길래
서로 각자 갈 길 가야지 생각하고 가던 길 감

저녁 시간에 돌아가는 길에 그냥 지나가고 있었는데
한 대형몰 앞에 작은 트럭에서 도넛 파는 사람이
자기 마감하고 이제 간다고 몇 개 안 남았는데
2개 해서 원래 가격보다 할인해서 가져가라고 하길래
많이 사도 못 먹을것 같아서 2개 샀는데 더 살걸 그랬다
투박하게 생겨서 맛을 기대를 안 했는데 처음 먹어보는
식감의 도넛이었다 크리스피 처럼 부드러운데
약간의 쫄깃한 베이글 느낌도 있고 쨈도 직접한 것 같고 신기했다 가벼운데 탄력있는 푹신함이었나

아침에 나갈 준비하면서 너무 조용하니까
티비 뉴스 채널 틀어놓고 했었는데
전날 내가 지나다닌 곳에서 칼든 테러리스트가 있었고
사망자도 있고 막으려고 돕던 시민도 다쳤었고
경찰이 총으로 쏴서 사살했다는 뉴스가 나와서 놀랐다
이미 테러 전과로 수감 생활을 했었다고 했다
그 날 버스가 원래 가던 길까지 안 가고 멈춰서
갈아타라고 내리라길래 정확하진 않지만
그 근처 길들을 통제하고 있었던 모양인가 보다

잠깐의 여행기간 동안 걸어다니기도 엄청 걸어다녔고
이후 약 3개월 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코로나도 한 번도 안 걸리고 말 그대로 운이 좋았다

이정도면 운빨 쓸만큼 쓴 것 같은데
다 그때 순간일 뿐이고 사라지고
그냥 억지로 몸 피곤하게 만들어서
그래야 아무 생각이 안드니까
오늘만 오늘만 하면서 사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