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반출생주의를 그렇게 견고한 논지로 만드는가? 삶의 고통이 주로 언급되는 것 같지만 난 2가지가 더 있다고 생각함. 하나는 우리가 애초에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류의 존속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임.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지혜롭다고 평가받던 인물들 중에 종교나 예술 같은 것에 의지하지 않고 존재의, 특히 인간의 삶의 의미에 대해 얘기한 사람들 중에 정말 명쾌한 답을 제시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나? 적어도 내가 알기론 아니다. 세상을 탐구하는 학문인 과학이 기하급수적인 수준으로 발달한 현대에서조차 우리가 알아낸 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40억년 전에 합성된 자가복제성질을 가진 한 분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거임.


우리의 번식욕구는 단지 40억년 전의 자가복제자로부터 이어져 온 화학적 성질 때문이며 우리의 뇌는 진화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컴퓨터임.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하여 더 생존에 유리한 루트를 찾아내기 위해 쓰이는 컴퓨터. 결국 우리가 말하는 자아니 이성이니 하는 것도 이 컴퓨터가 정지하는 순간 존재하지 않게 됨. 우리 인간이 말하는 가치들은 이 컴퓨터의 생존을 위한 계산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인류의 존속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짐. 동물로 예시를 들어보자.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서 치열하게 살아남으며 성체가 된다. 뭘 위해서? 알을 낳으려고. 알은 왜 낳는데? 다음 세대를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 다음 세대는 뭘 하는데? 치열하게 살아남지. 뭘 위해서? 그 다음 세대를 낳으려고.


연어로 예시를 들었지만 인간에게 대입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인간이 만드는 기술, 문화 등등이 전부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보자.

자식을 낳는 것은 고통을 느끼는 새로운 컴퓨터(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만들어지면 고통을 겪으며 허무한 결말에 도달할 때까지 투쟁할 것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