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서 이 모든 것들이 만들어진 데에는 과정은 있어도 목적은 없으며 인간 또한 형이상학적 또는 종교적으로 특별하거나 가치있는 존재들이 아닌 그저 분자들의 정교한 결합일 뿐이다 라는 식의 논지를 신봉하면서 모든 걸 허무하고 부질없게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어두운 생각에 빠져드는 걸 즐기는 게 아니라 그저 어려서부터 특별한 것처럼 여겨졌던 것들,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던 것들에 대해 하나 둘씩 알아가면서 이것들을 하나하나 분해하고 분석하는 걸 즐기는 것도 있지만


반출생주의와 관련해서 토론을 할 때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들과 자연의 섭리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형용하기 어려운 쾌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한데 이건 내가 반출생주의에 심취한 나머지 방향성을 잘못 잡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말들이 반가워야 할 텐데 내 허무주의적 가치관을 뒤엎을 만한 반론을 찾지 못해서 그런건지 그런 말들을 짓밟아버리고 싶은 생각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