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토를 아주아주 좋아한다
누가 내게 일본에서 제일 좋아하는 도도부현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교토를 고를 것이다
교토는 내게 있어 그냥 '일본'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딱 그 관념 속의 '일본'을 형상화한 도시
그리고 이런 나랑 비슷하게 교토를 좋아하는 친구가 1명 있는데
그 친구의 전역 기념으로 같이 갈 곳은 오직 하나
교토뿐이었다
그것도 성수기 오브 성수기, 단풍 시즌 교토로
이 여행을 위해 나와 친구는 반 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으니
결행의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위에 올린 계획표를 보면 알겠지만
친구는 전역하고 바로 다음날 간사이로 출국
나는 신치토세에서 고베로 이동하여 교토에서 만난다는 계획이었다
사실 이 친구랑 같이 교토를 간 건 이번이 3번째였는데
매번 같이 비행기 안 타고 현지에서 합류하는 계획이 되는게 뭔가 우연이 참ㅋㅋ
한창 크리스마스를 준비중인 신치토세
신치토세 갈 때 유키미쿠 스카이타운을 가는 것은 어느새 내 루틴이 되어있음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다...
으흐흐 2026 윸밐쟝 귀여운거 보소
출국장 넘어가기 전에 코노샤 밀크스탠드에서 우유소프트 하나 때리고
진짜 여기 우유소프트는 계속 생각나서 먹게 된다
치토세를 떠나는 비행기
그런데 이때 나는 몰랐다...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보는 눈 없는 홋카이도의 풍경일줄은
돌아올 때는 이미 녹지 않을 눈이 쌓여 있을 것을...
2년 4개월만에 온 고베
그때는 8월이라 진짜 더워 뒤질거 같았는데 존나게 쾌적하더라
즉시 삿포로에서 입고 온 패딩을 캐리어에 쑤셔넣을 정도
포트라이너를 타고 고베산노미야에 도착하니까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도 고베를 거쳐서 교토로 들어갔었는데
고베의 풍경은 확실히 옛날과 닮아있으면서도 공사 때문인지 조금 낯선 부분도 있었음
그런데 추억회상은 그쯤하면 되었을 것을
한번 가본 길이라고 구글지도도 안 보고 대충 가다가
한 뭐시기 보고 아 한큐네ㅇㅇ(한신임)
이러고 그냥 한신전철을 타고 말았다 시발
타고 나서 좌석의 색이 뭔가 기억 속이랑 달라서 어리둥절했었는데
씨발 이때라도 내렸어야했음
왜냐하면 나는 한 뭐시기에 이어
종점 오사카뭐시기를 보고 아 오사카우메다네ㅇㅇ(오사카난바임)하는 병신짓을 저질렀고
결국 정신차린 뒤에는 이미 난바역에 내린 뒤였다
시발...
부디 일붕이들은 가본 곳이라고 뇌 빼고 다니지 말고
간판은 부디 끝까지 제대로 읽기를 바란다
결국 난바에서 우메다 가는 멍청비용을 지불하고 탄 한큐급행
좌석 색이 초록색인거 보니까 비로소 내 기억이랑 일치하더라 시발
그래 그때도 분명 이런 색의 좌석에 앉아 갔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교토가와라마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에디온이 손을 흔들고...
진짜 이 거리를 다시 보니까 기분이 정말 묘하더라
호텔에 짐 투척한 다음에 밥 먹으러 감
난닷테이의 토마토카레라멘
예전부터 구글지도에 핑 찍었던 곳이라 궁금해서 가봤는데 맛있더라
캬...
가모강은 언제 봐도 교토 갬성이 진하게 묻어나온다
이 바람이며 풍경이며...
저 강변에 앉아 산프몰과 오니기리를 먹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렇게 추억딸 좀 치다가 친구와 합류하고 호텔에 체크인함
이즈츠 호텔이라고 가와라마치에 있는 곳이었는데
카운터 직원이 한국인이셔서 일본어했다가 뻘쭘했음ㅋㅋ
숙소 바로 옆이라 잠깐 들른 혼노지
물론 역사 속 혼노지는 이미 불타 사라졌지만
오다 노부나가를 좋아하다보니 이 기회에 잠깐 참배함
정작 오다 노부나가를 모신 겐쿤신사는 가봤으면서 혼노지는 안 갔었더라고
그리고 2년 전에 갔었던 레드락을 다시 갔음
그때 친구가 감기에 걸려버리는 바람에 친구가 제대로 못 즐겼어서 다시 간건데
다시 먹어도 참 맛있는 곳이었다
또사카신사
진짜 얘가 딱 길목 입구에 있다보니 교토 3번 가면서 진지하게 야사카신사만 한 10번은 간 것 같다
뭐 갈 때마다 예쁘니 괜찮긴한데...
단풍이 든 야사카신사는 처음이긴하니 뭐
마루야마 공원쪽에서 고다이지로 넘어가는 계단
이 계단을 2년 전에 태풍 왔을 때 내려갔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올라갔다
단풍이 터널처럼 드리워서 좋았음
이번 여행에서 여러가지 야간 라이트업을 갔었는데
고다이지가 첫빠따였다
사실 고다이지 라이트업을 계획에는 넣지 않고 그냥 플랜 B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바로 앞까지 가게 되어서 간 김에 슥 들어감
이렇게 빔을 쏴서 디스플레이가 계속 바뀐다
캬...
진짜 전통 건물과 단풍의 조합은 기대한 것보다 맛있더라
갤에서는 고다이지 라이트업에 대한 평이 그리 좋지 않던데
나는 기요미즈데라 라이트업 보기 전의 에피타이저로 아주 대만족이었음
무엇보다 이 미니 아라시야마 같은 대숲 라이트업
이 좋은걸 아라시야마는 왜 11월에만 하는지 의문일 정도였다
12월에도 하지 나쁜놈들
고다이지를 나오니 '그 탑'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함
캬
역시 니넨자카에 왔다면 이 구도를 봐줘야지
마침내 도착한 기요미즈데라 라이트업
나는 2번째였고 친구는 처음이었다
친구놈 눈이 휘둥그레지는wwwww
다시 보는 기요미즈데라 라이트업은 정말 맛있었다...
그때의 황홀감이 단지 추억 보정이 아니라 확실히 존재하는 무언가였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날 달도 기막히게 떠있어서 참 그림이 되었음
그리고 아직 첫번째 날인데도 불구하고
여기서 이미 그냥 교토는 단풍철이 개씨발GOAT라는 만족감이 들어버렸음
진짜 시각으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슬퍼지는 정도
캬...
그때 본 라이트업도 분명 아름다웠지만
단풍까지 가세하니까 그냥 체급이 말도 안 되었다
참고로 저 하늘의 빛기둥은 기요미즈데라 뒤쪽 산에서 쏘는 빛임
라이트업 할 때마다 쏘는건데 왜 쏘는 건진 몰?루
특히 무대 옆에 있는 계단이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잔뜩 기요미즈데라에서 섹스를 즐기고
숙소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섹스를 즐김
저 지콘은 선물 받은 건데 귀한 술이다보니 언제 마실지 타이밍을 도저히 못 잡아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교토에 들고 와서 친구랑 마셨음
지금 생각해보면 저게 내가 나중에 이세신궁으로 급발진하는 것에 대한 복선이었을 수도...
어쨌든 초장부터 너무 자극적인 체험을 해버려서
앞으로 남은 여행이 걱정될 정도의 1일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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