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버나딘과 에센셜 바이 크리스토프(후기있음)를 감명깊게 먹은 후 새로 시도해볼 프렌치 업장을 물색하다가 눈에 띈 곳이 있다.

재패니즈 프렌치로 1스타를 받은 l'abeille. 코스 구성도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 위주로 우아하게 풀어내는 것 같길래 관심이 끌림.

Daniel과 Huso도 고려했지만 후기가 부족해서, 그나마 옴갤에서 캐주얼 자매 업장 l'abeille a cote 추천을 본 기억에 여기로 최종 결정.

일단 셰프 약력을 보자. 수강신청할때 교수 약력 보는 기분으로 보면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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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요약하면 츠지에서 Student of the Year (수석 같은건가?) 상을 수여받고 졸업, 프랑스의 3스타급 레스토랑들을 전전하머 수련하다가 아뜰리에 조엘 로부숑을 기점으로 뉴욕으로 활동을 옮긴 뒤 본인의 업장을 오픈했다고 한다. 약력만 보면 웬만한 곳에서 어깨에 힘주고 다닐만하다

그럼 음식 후기로 넘어가자. 디너 시그니처 코스 기준 255불로 에센셜 바이 크리스토프와 동일한 가격이다.

콜키지로 100불을 내고 Cedric Bouchard의 와인을 들고 갔는데, 와인 서비스가 개판이었다. 자세한건 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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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뮤즈 3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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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탄에비. 새우 살맛은 좋은데 그 외의 요소들은 딱히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고, 저 타르트 쉘이 너무 dense해서 보탄에비의 섬세한 맛이나 식감과 굉장히 안 어울리고 새우를 다 씹어 넘긴 시점에서도 뻑뻑하게 입안에 남아있다.
스시의 재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쌀로 만든 센베같은 걸 이용했다면 새우의 섬세한 단맛도 받쳐주면서 식감도 파삭하고 가볍게 무너지면서 녹아들지 않았을까... 셰프한테 고나리질할 경력은 아니니까 걍 이새끼는 이런 생각이구나 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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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장어였나? 맛은 옅은 3분카레 맛이 전부다. 뭘 추구한건지 모르겠지만 나머지 2가지와 상당히 동떨어져있는 맛. 일본에서 카레가 대중음식으로 유명하니 아이디어 자체는 그러려니 하는데, 순수하게 맛이 없다. 장어도 잘 익히진 않아서 퍽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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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니 군함말이 비슷한 타르틀렛. 시원하고 가볍고 무난한데 우니 맛이 상당히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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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나온 콘소메. 따뜻한 국물로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의도라고 직접적으로 설명해주셨다.
일본이나 프렌치나 코스 초반에 따뜻한 국물요리가 나오는 건 꽤 흔한 듯한데, 이건 그런 맑은 육수가 아니라 향신료 맛 개찐하게 나는 중국 내지 동남아풍 육수다.
스파이스 추출이 너무 강해서 쓴맛이 날 정도라 진짜로 당황함.
순수하게 맛없고, 코스 전체를 봐도 이정도로 강한 맛이 나는 요리가 없어서 어디에 배치해도 불청객 느낌일 것 같다.


가기 전부터 기대를 상당히 많이 한 테린. 뿌려주는 건 히비키 위스키와 인퓨징한 쥬 소스.

이 영상에선 안 그런데, 서버가 컨트롤이 미숙해서 자꾸 소스를 접시 어딘가에 흘린다. 한 번이면 그러려니 하는데, 계속 소스팬은 멀찌감치 들고 스푼만 움직여서 소스를 서빙하니까 회수하면서 자꾸 흘리길래 학습능력이 없나 싶었다. 팬이 딱히 무거운 것도 아니고...

아무튼 각 요소는 무난-상타였다. 닭 테린은 닭맛 잘 느껴지는 대신 좀 퍽퍽하고 간이 부족하고 (소스도 싱거운 편), 아스파라거스는 잘 익었고 맛도 뚜렷함. 뒤에 저건 금귤로 만든 크래커 샌드 같은 건데, 블랑드누아 샴페인이랑 굉장히 잘 어울렸음.

근데 희한한 부분은 각자 따로따로 먹으면 맛있는데, 같이 먹으면 맛이 서로 묻혀서 완전히 죽어버린다. 이럴거면 왜 한 접시에 가니쉬처럼 나온 건지? 아무튼 한 입만 같이 먹어보고 나머지는 전부 한 입에 하나씩만 먹음. 종합적으론 이전 디쉬들보다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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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베스트 디쉬. 굵직한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굵직한 랑구스틴, 그리고 오렌지꽃 폼 소스.
사진으론 체감이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저 랑구스틴 체급이 미쳤고, 맛도 엄청 진했다. 여기가 간을 대체로 슴슴한 정도보다 약하게 해서 감칠맛 포텐셜이 전부 안 나오는 느낌인데, 그럼에도 뚫어버리는 진함이었다.
익힘도 절묘하게 잘 맞춰서 날것의 질감에 약간의 온도감 상승과 단백질 변형만 이루어진 상태.
근데 이날 나온 디쉬들 익힘 상태가 하도 들쭉날쭉이라 (친구도 마찬가지였다고 함) 그냥 뽀록인 듯...
밑에 폼소스가 자친 과도하게 진할 수 있는 단맛과 갑각류 뉘앙스를 거품의 질감과 산도가 잘 감싸주면서 향긋함도 추가해준다. 덕분에 너무 무겁지 않게 밸런스 잡아주면서 복합성은 더해주는 이상적인 상승효과.

같이 나온 아스파라거스도 살짝 물컹하면서 섬유질 느껴지게 오버쿡됐지만 맛은 있었다. 근데 이 주에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만 3번 먹어서 좀 물림.

초반에 저점 찍고 여기서 고점 찍은 뒤로 내리막이 펼쳐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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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구스틴 이후로 배터리가 나가서 사진은 구글에서 긁어왔다.
돈 내고 추가 가능한 트러플 코스가 있었는데, 사진은 파스타지만 이날은 리조또였음
트러플+치즈+온센타마고+코시히카리 리조또로 재료만 들어도 예상이 가지만 실패없을 그런 맛인데, 애석하게도 트러플 질이 떨어져서 기대에 못 미치는 디쉬가 나와버렸다. 분명 앞에서 갈아주는데, 그 특유의 고급스러운 earthy함이나 phenolic한 복합성은 없고 그냥 일차원적이고 플랫한 통조림 트러플 향이 나더라...
치즈맛 진하고 계란도 부드럽게 균형 잡아주고 쌀도 고시히카리 써서 식감은 리조또 식감과 좀 동떨어져 있지만 쌀맛이 진해서 맛있었다. 기념비적인 건 오늘 처음으로 간이 제대로 된 코스. 아마 치즈 자체에 짠맛이 있어서 그런 듯.

이쯤가니 와인을 거의 마셔가는 상태였는데, 와인 따르던 소믈리에가 양조절에 실패해서 내 잔에만 거의 두 잔 분량을 따라버렸다. 병 안에 남은 양이 예상보다 많았는지 당황하던데, 여기서 끊고 일행한테 따라주기엔 애매하다고 판단했는지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부어버리는 게 그대로 보임. 궁예짓 하는게 아니라 진짜로. 그러고는 쌩 가버리더라.
처음 들어왔을 때도 온도 체크 없이 일단 코르크부터 따버리고 그냥 따라주는데 뭐하는 놈인가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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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참전한 건 개쓰레기 해산물 메인.
위쪽에 보이는 건 참돔이고 아래쪽은 홍합, 그리고 해조류가 들어간 비프 콘소메 소스(쥬 아닌가 싶지만 이렇게 부름)를 곁들여줌.
스테이크하우스나 패1밀리<-이거 왜 금지어임?? 레스토랑 가면 자주 보이는 게 surf and turf 조합인데, 해산물 재료에 소스를 육고기 베이스로 접목시킨 아이디어 자체는 참신했음. 해조류를 더함으로서 맛의 통일성 확보까지.
였으면 좋았겠는데, 저 도미 간이 거의 안 돼있다시피 하고, 껍질은 바삭하기보다 질기고 살은 퍽퍽함. 더 최악인 건 홍합인데, 그 특유의 비린맛과 갯내같은 게 전혀 처리가 안 된 상태로 나온다. 단독으로 먹어도 비린 걸 해조류 소스와 곁들여 먹으니 맛이 증폭이 돼서, 결국 도저히 못 먹고 남겼다. 비슷한 맛의 상승효과를 노린 것 같긴 한데 왜 그 효과를 비린맛에 적용시킨 건지... 아이디어 단계에서 너무 만족한 나머지 정작 완성도를 등한시하면 이렇게 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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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메인으로 나온 오리.
설명할때 보면 저 위에 감자가 나름 유명한가본데 여타 디쉬들과 마찬가지로 싱거웠고, 식감도 그냥 콩피하고 겉에 좀 튀긴 감자 느낌이라 공정은 많이 들어갔을지언정 특별함은 딱히 안 느껴짐. 간은 약하면서 기름기 때문에 느끼해서 오리에 곁들이기도 그닥.
좌측에 있는 처트니는 과일잼같은 찐득한 단맛과 애사비같은 신맛에 향신료가 꽤 강한데 오리랑 같이 먹으면 오리 맛이 좀 묻히긴 해도 기름에 스파이스와 산도가 중화돼서 맛있다. 대신 맛이 너무 강한데 감자가 제 역할을 못해줘서 상당히 금방 물림.
오리도 맛있는데 두꺼운 부분으로 갈수록 껍질이 덜 익어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간 못 맞추고 익힘 못 맞추는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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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디저트로 나온 소르베. 시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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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디저트인데, 직전에 나온 소르베처럼 신 맛이 지배적이라 뭔 클렌저를 두 개 연달아 주는 느낌이다.

이후 쁘띠프루 먹고 끝. 그날 먹은 코스 메뉴판을 인쇄해서 집에 가져가라고 마들렌과 함께 주는데, 퍼세 따라하냐고 하면 너무 억까인가?
딱히 추억할만한 경험이 아니라서 그냥 종이비행기 접어 놔두고 왔다.

전반적으로 구성, 맛, 완성도, 의도 중 하나도 1스타 수준이 아니라고 느낀 곳. 콜키지가 와인 핸들링용으로만 내는 비용이 아니긴 하지만 100불어치 (여기에 팁은 따로 받음) 서비스 수준이 전혀 아니고, 접객도 그냥 어디서 있어보이는 거 보고 따라하는 느낌이다. 코스 서빙할 때 세 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플레이트 놔주고 커버 제거해주는데, 싱크가 하나도 안 맞아서 오합지졸 같았다. 별 달고 의기양양한지 묘하게 가오가 껴있는 서버 말투도 비호감이고.

아뮤즈나 콘소메, 히비키 쥬, 참돔 메인, 고시히카리 리조또 등 뭔가 일본적인 요소를 차용한 것도 뭔가 맛을 통한 명확한 설득력보단 하도 완성도가 부족하다보니 그냥 재패니즈 프렌치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티내기 위한 수단 같았다. 별 달고 나 일본인이요 나 미슐랭 프렌치요 꺼드럭거리는 거지. 어차피 뉴욕 파인다이닝 씬은 미식보단 허영심으로 영위하는 소비자들이 과반이라 이런 게 실제로 통하기도 한다. 선민의식에 기반한 문지기짓 같지만, 여러분이 한국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 보는 느낌과 비슷함.

결국 "완성도 없는 테크닉은 테크닉이 아니다" 라는 철학을 몸소 보여주는 식당이 아닐까. 돈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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